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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부의 공식 - 주식, 부동산, 코인 너머의 전략
코디 산체스 지음, 이민희 옮김 / 윌북 / 2025년 11월
평점 :

코디 산체스의 『마지막 부의 공식』이 말하는 부의 전환은 소유로의 전환이다. 월급은 시간을 판 대가일 뿐이고, 시간이란 한계가 있는 자원이다. 그래서 저자는 처음부터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경제적 자유는 ‘지분(ownership)’을 가질 때 시작된다고. ‘좋은 직장=안정’이라는 믿음,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평생 일해야 한다”는 버핏의 말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소모적인 노동이 아니라 나를 자유롭게 하는 소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변은 거리의 사업(Main Street Business)이다. 고도기술이나 화려한 IP 없이도 동네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사업들—세차장, 빨래방, 자판기, 공유창고, 이사업/포장·배송 대행, 이동식 화장실 대여, 조경, 전기/배관 시공, 카펫 청소, 줄눈/타일, 반려동물 미용, 냉난방 설치업 등. 표지에 오를 일은 드물지만, 매달 돈이 흐르고 고객 충성도가 높으며 운영이 단순한, 이른바 “지루한 사업”이 여기에 속한다. 저자는 이 지루함을 약점이 아니라 자산으로 본다. 소음 대신 현금흐름, 주목 대신 지속 가능성. 삶의 질을 방해하지 않고, 가족과 시간을 보장해 주는 구조—그게 좋은 사업이라는 정의가 분명하다.
지속 가능성의 근거로 저자가 소환하는 개념이 ‘린디 효과’다. 오래 버틴 것은 앞으로도 오래 버틸 가능성이 크다는 통찰이다. 유행을 탔다가 고꾸라지는 산업보다, 십 년 넘게 구역을 지켜 온 배관/전기/청소 같은 생활 인프라 업종이 위기에 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저자가 인수·투자해 온 곳들 대부분은 이런 평범하지만 오래된 사업이며, 경제위기에도 견고하게 살아남아 왔다. 창업 생태계가 빠른 성장에만 중독돼 실패를 무용담처럼 소비하는 사이, 메인 스트리트에서는 조용히 자본이 쌓인다. 저자의 요지는 단순하다. 안정적 현금흐름은 화려한 스타트업이 아니라 우리 동네의 소규모 사업에서 나온다.
이 철학은 책 전반을 관통하는 4단계 공식 R.I.C.H.로 구조화된다.
R(Research): 자신에게 맞는 업을 찾는다. 강점·선호·감당 가능한 리스크·수익 목표를 먼저 정의하고, 매도 의사가 있는 사업주를 어떻게 찾고, 어떻게 대화하며, 무엇으로 가치를 평가할지 ‘체크리스트’로 배운다.
I(Invest): 적은 자본과 창의적 자금조달로 인수한다. 비공식 제안–실사–협상–계약–체결까지의 전 과정을 절차로 보여 주며, 저자가 수년간 절약해 온 협상 노하우를 공개한다.
C(Command): 사서 고생하지 않기 위한 운영·팀 빌딩·인수 후 90일 실행 계획·성과문화·단순/효과적 마케팅 자동화를 제시한다.
H(Harness): 정신 건강을 지키며 사업을 ‘시스템’으로 굴리는 단계. 성과 관리 도구, 신규 수익원, 다음 인수/매각 준비까지를 다룬다.
이 프레임은 ‘무엇이 좋다’보다 ‘무엇을 피하라’에서 더 선명해진다. 저자는 무조건 피해야 할 7가지 사업을 구체적 이유와 함께 꼽는다. 외식업(높은 폐업률·고강도 운영), 호텔(부동산이 사업인 척하는 구조·24시간 응대·감가상각), 소매점(재고 리스크·높은 고정비·유통환경 불리), 컨설팅(핵심인력 의존), 개인브랜드 사업(당사자 의존), 아마존 FBA/드랍십(플랫폼 리스크·과열 경쟁·가격 통제권 부재), 드라이클리닝(규제·유해물질·숙련 인력 문제). 이 리스트의 핵심을 가르는 기준은 하나다. 현금이 안정적으로 남는가, 리스크 대비 보상이 구조적으로 확실한가. 결국 “내 돈이 더 많은 돈을 데리고 돌아올 수 있는가?”로 귀결된다.
이 책이 설득력을 얻는 지점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나온 과정 자체로 설득력을 가진다. 저자는 첫 거래로 빨래방을 인수했던 경험을 숨기지 않는다. 낡은 천장 타일과 곰팡내, 형광등 소음 앞에서 엄습했던 불안과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자책까지 솔직하게 고백한다.
첫해엔 회사를 그만둘 만큼의 수익이 아니었지만, 그 지루한 빨래방이 10년 안에 20여 개 사업으로 확장되고, 더 큰 투자로 이어진 과정을 보여 준다. 직원·고객·외주·공급망·행정·마케팅·영업을 통으로 감당해야 했고, 거짓말·조롱·비방·소송 리스크도 온전히 자기 몫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저자는 처음부터 단호하게 얘기한다. 쉽게 포기할 것 같다면 책을 덮어라. 이 길은 해변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누리는 판타지가 아니라, 의미와 성취감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일이라 말한다.
여기에서 개인의 자유를 넘어 사회적 과제로 시야를 넓힌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로 이어지는 승계 공백(미국과 일본의 사례처럼 돈이 되는 사업들이 후계자 부족으로 문을 닫는 현실)을 숫자로 보여 준다. 수익성 좋은 수십만 개의 사업이 소멸하면서 고용과 지역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문제를 알려준다. 저자는 이것을 개인에게 인생의 기회라고 이야기한다. 지역사회에게는 지켜야 할 기반으로 제시한다. 즉, 이 책의 행동 촉구는 단지 ‘당신도 부자가 되라’가 아니라, 동네 경제를 되살리는 주인이 되라는 제안이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고를까? 책은 세 가지 필터로 ‘나에게 맞는 사업’을 찾는 연습을 시킨다.
1. 강점 시트(열정·기술·네트워크): 내가 즐겁게 몰입할 수 있고(열정),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잘하며(기술), 바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연결망(네트워크)이 있는가? 세 원의 교집합에 떠오르는 업종이 ‘첫 가설’이 된다.
2. 사업 비전 보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지역, 개입 강도, 매출/마진 기대, 극복해야 할 리스크, 단일/다각화 여부 등을 문장으로 그린다. “느낌 좋은 분 환영”식의 모호함은 피한다.
3. 거래 상자(Deal Box): 매도가·연 매출/이익 범위·마진·규모·지역·운영 방식·희망 수익배수·계약금 등 정량 기준을 표로 고정한다. 이 장치가 감정 과몰입을 막고 ‘체크리스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실행 단계에서는 100–50–10–1 법칙을 권한다. 100개를 훑고, 50개를 재검토하고, 10개를 실사하고, 1개를 산다. 비교 없이 좋은/나쁨을 말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이다. 그리고 사업주와의 첫 통화·미팅에서 무엇을 묻고, 어떤 톤으로 신뢰를 쌓아야 하는지 대화 예시를 보여 준다. 이 과정 전반을 관통하는 안전장치는 워런 버핏의 두개의 규칙 “돈을 버는 첫 번째 규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규칙은 첫 번째 규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를 사업 인수 맥락으로 번역한 레드 플래그 체크리스트다. 적자·과도한 부채·마진 박함·설비 과잉·비협조적 매도자·현금 쿠션 부족·직접 운영 없인 성립되지 않는 모델(=새 직장)·불투명한 장부·성급한 매도 압박·출구전략 부재 등. 감정이 올라갈수록 계약 전 제3자 검토로 자신을 보호하라는 충고가 따라붙는다.
저자가 선호하는 카테고리 역시 지루하지만 강한 속성을 공유한다. 디지털 비즈니스(재고·고정비가 낮고 규모의 경제가 크다), 소비자 서비스(정기고객 기반이 형성되면 견고하다.), 전문가 서비스(자격/전문성이 진입장벽), 부동산 연계 사업(거점 자산 위에 현금흐름을 얹고, 주변 보완업으로 확장). 여기에서도 핵심은 스타트업의 서사를 좇지 말고, 증명된 수익 구조+간단한 운영을 사라는 것이다. 첫 인수는 특히 그렇다.
결국 『마지막 부의 공식』은 부는 500미터 안에 있다는 메시지를 선언으로 끝내지 않고, 검토–실사–협상–운영–자동화–확장으로 이어지는 실무 동선을 통해 알려준다. 한국 독자 입장에서 제도·세무·노무 환경은 미국과 다르지만, 판단의 언어는 그대로 쓸 수 있다. 마진을 보고, 반복 매출을 보고, 고객 이탈과 운영 난도를 보고, 무엇보다 나의 강점과 삶의 비전과의 적합도를 본다. 이제 눈을 다른 데로 돌리자. 거대한 광고전이 벌어지는 D2C 대신, 입소문만으로 단골이 쌓이는 동네 B2B/B2C를 보자. 반짝 트렌드 그래프가 아니라 10년을 버틴 간판을 보자. 화려한 아이템보다 중요한 건, 매달 꾸준히 들어오는 돈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독자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직장도 어렵고, 창업도 어렵다. 어느 어려움을 택할 것인가. 저자는 “나는 언제나 자유로 가는 길을 택한다”고 말한다. 그 길은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고, 제대로만 하면 충분히 안전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사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미 작동 중인 현금흐름이기 때문이다. 그 흐름을 내 지분으로 소유하는 순간, 월급의 덫은 느슨해진다. 이 책을 덮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라. 당신이 매일 스쳐 지나가는 그 평범한 가게가, 사실은 누군가에게 자유를 만들어 주는 ‘돈이 계속 도는 작은 사업’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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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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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성패는 업종, 지식, 재능이 각각 10퍼센트를 결정하고, 의지가 70퍼센트를 결정한다. 끈기가 전부를 가능케한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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