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 더 이상 불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키렌 슈나크 지음, 김진주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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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몸이 보내는 신호가 잦아졌다. 큰 군중은 물론, 네댓 명만 모여 앉아 있어도 숨이 가빠지고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을 억지로 붙들며 자리를 버틴 적도 많다. 이런 일이 몇 번 겹치니 비슷한 상황만 떠올라도 불안이 먼저 앞섰다. ‘이번에도 쓰러지면 어쩌지, 내 상태가 다 티 나면 어쩌지’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사람 있는 곳을 피하면 잠시 안정되지만, 혼자 있을 때 덮치는 갑작스러운 불안은 더 무서웠다. 그렇게 회사에서 공황 증상을 두 차례 겪은 끝에,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그때는 이 병이 과연 나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던 것 같다.

그러다 키렌 슈나크의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를 읽게 되었는데, 책의 첫머리부터 불안은 고칠 수 있다고 단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공황장애을 겪던 그때 이 문장을 먼저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실할 때 필요한 건 고칠 수 있다는 근거가 확실한 말이기에. 저자의 제안도 현실적이다. 일상에서 곧바로 시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와 임상 경험에 기대어 차근차근 제시한다. 낫고 싶다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게 만드는 구성이라 믿음이 간다.

저자 키렌 슈나크는 영국의 임상심리학자다. 병원과 클리닉에서 불안 환자를 오래 다뤄 왔고, CBT·ACT·ERP 같은 근거 기반 기법을 현장에서 검증해 왔다. 그래서 이 책은 ‘좋은 말‘을 해주기 보다 ‘효과가 확인된 방법’을 제안한다. 불안은 적이 아니라 신호라는 관점, 그리고 그 신호를 읽고 다루는 구체적인 절차가 이 책의 힘이다. 오늘부터 한 가지씩 해보면, 불안의 크기는 분명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먼저 몸의 리듬을 바로잡게 한다. 잠이 오지 않을 땐 숫자를 거꾸로 세거나 편안한 장소를 냄새와 온도까지 떠올리라고 한다. 30분 넘게 뒤척이면 침대에서 나와 독서를 하는 등 조용한 활동을 하다가 졸리면 다시 눕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밤에 시계를 보는 습관은 불안을 키우니 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식사는 완벽보다 지속을 택하게 한다. 매 끼니 과일이나 채소 한 조각을 보태고 통곡물과 단백질, 오메가3/6을 챙기게 한다. 이런 선택이 비타민과 섬유질을 늘리고 기분과 집중에도 도움을 준다. 운동은 비싼 장비가 필요 없다고 말한다. 걷기나 가벼운 자전거, 유튜브 홈트, 정원 가꾸기, 춤처럼 즐길 수 있는 것을 규칙적으로 하게 한다. 녹지에서 움직이면 더 빠르게 마음이 평온해지고, 좋아하는 여가는 코르티솔을 낮추고 세로토닌을 올려 사고력과 기억력을 회복시킨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불안은 고립을 부르고 고립은 불안을 키운다.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불안을 이해하려면 먼저 뇌가 위험을 어떻게 알아채는지부터 차근차근 살펴봐야 한다. 우리 뇌에는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상과 그 정보가 위험한지 판단하는 편도체가 있다. 눈과 귀, 피부에서 올라온 신호가 시상에 모이면, 편도체가 그중 일부에 ‘위험’ 딱지를 붙인다. 꼭 실제 위협이 없어도 그럴 수 있다. 무서운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편도체가 먼저 반응하고, 그러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심장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근육이 긴장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투쟁–도피–경직 반응이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공포 영화를 볼 때 손에 땀이 차는 이유도 이 원리와 같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생존 시스템이다. 다만 문제는 경보가 켜진 뒤에 금방 꺼지지 않는 경우다. 불안이 오래 쌓이면, 실제로는 안전한데도 경보가 길게 울린다. 저자는 이 상태를 물이 새는 수도꼭지에 비유한다. 콸콸 쏟아지진 않지만, 하루 종일 한 방울씩 새면 결국 바닥이 젖듯 우리 에너지도 꾸준히 빠져나간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먼저 몸의 스위치를 내려 이완 반응을 켜는 일이다. 길게 내쉬는 호흡을 몇 번 반복하고, 굳은 어깨와 턱을 느슨하게 풀고, 발바닥이 바닥을 누르는 감각에 잠깐 집중하면 몸이 “지금은 안전하다”라는 신호를 다시 받는다. 몸이 가라앉아야 머리도 말을 듣는다.

다음은 막연한 두려움을 구체로 바꾸는 일이다. 종이나 휴대폰 메모에 네 줄만 적으면 된다.

언제·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어떤 감각과 생각이 올라왔고, 그때 내가 한 행동은 무엇이었는지를 짧게 쓰면 된다. 예를 들면 이렇게 쓴다. “월요일 3시, 회의실에서 발표 순서 기다림 → 심장이 두근두근, ‘쓰러지면 어쩌지’ 생각 함 → 물 한 컵 들고 자리로 돌아와 숨을 참음” 이런식의 기록을 몇 번 반복하면 내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특정 장소(회의실, 엘리베이터, 병원)나 특정 단어(심장마비, 암, 쓰러짐)에 유독 민감한지도 알 수 있게 된다. 혹은 ‘심장 박동 ↑ → 큰일 났다로 해석 → 피하기’로 이어지는 고정 루트가 있는지 눈에 들어오게 된다.

패턴이 보이면 어디서 끊어야 할지도 함께 보인다. 먼저 받아들이는 의미를 바꾼다. “심장이 뛴다=큰일”이 아니라 “심장이 뛴다=몸이 놀란 것”이라고 속으로 짧게 말한다. 이어서 의자를 살짝 밀고 일어나 어깨를 한 번 돌리고, 4초 숨 들이마시고 6초 내쉬는 호흡을 몇 번 반복한다. 손에 잡힌 컵의 차가움, 발바닥에 닿는 바닥의 단단함 같은 지금의 느낌을 짧은 단어로 세어 본다. 필요하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몸을 조금 느슨하게 만드는 이 방법을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그대로 따라 해 보는 것이다. 한 번에 큰 변화가 없어도 괜찮다. 매번 1%씩만 누그러뜨리면, 불안이 치솟는 속도도 머무는 시간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사고의 버그도 하나씩 이름 붙여 다룬다. <파국화, 흑백사고, 과잉 일반화, 예언자적 사고, 독심술, 정신적 여과, 낙인 찍기, 개인화, 과장, 그리고 불안을 붙들어야 안전하다는 징크스형 믿음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때는 말로 설득하려 하지 말고, 직접 해보면서 확인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작고 안전한 상황에서 평소라면 피했을 행동을 아주 짧게 해 보게 한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를 한 층만 타 본다, 발표 전에 바로 도망치지 말고 1분만 자리에 남아 본다 같은 식이다. 이렇게 시도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확인하면서, 불안이 스스로 내려가는 경험을 쌓게 한다. 한 번 어긋나도 괜찮다. 그 실패마저도 다음에 어떻게 바꿀지 알려 주는 힌트가 된다.

주의도 연습하면 강해지는 근육처럼 다룬다. 특정 자극에만 꽂히거나, 나에게만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부정적인 신호만 골라 보는 습관을 줄이기 위해서다. 방법은 단순하다. 흐트러진 걸 눈치채면, 지금 하는 일로 조용히 돌아오는 연습을 한다. 하루에 몇 번, 몇 분만 반복해도 달라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구단을 천천히 외워 본다. 음식을 먹을 때 맛·냄새·온도·질감을 하나씩 느껴 본다. 샤워할 때 물줄기가 피부에 닿는 느낌을 잠깐 따라가 본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창밖 풍경과 소리를 한두 가지씩 골라서 살핀다. 이런 간단한 활동이 지금 이 자리로 마음을 다시 데려오도록 만든다.

허밍이나 콧노래도 좋다. 짧게 멜로디를 흥얼거리면 호흡에 리듬이 생겨 과호흡이 가라앉고, 몸과 마음이 함께 풀린다. 어렵게 할 필요 없다.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위의 행동을 하나만 골라서 해 본다. 이렇게 작은 실험을 반복하면, 불안은 점점 짧게 지나간다.

저자는 13세기 페르시아 시인 잘랄루딘 루미(Jalaluddin Rumi)의 시 「여인숙」을 소개해, 떠오르는 생각을 손님처럼 맞이하라고 말한다. 억지로 밀어내려 할수록 생각은 더 크게 두드린다. 대신 ‘왔구나‘하고 받아들이면 그 안에서 배울 점이 보인다. 이것이 수용전념치료(불안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불안이 있어도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심리치료 방법, ACT)에서 말하는 수용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방법이다.

책의 끝부분에는 불안장애 유형 정리와 취미 100선이 실려 있어서, 지금 당장 무엇부터 시작할지 망설여 질 때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실행 목록이 되어 줄 수 있다.

결국 이 책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안을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읽고 다룰 수 있는 신호로 다시 보게 만드는 실전 안내서다. 임상심리학자 키렌 슈나크가 CBT(인지행동치료), ACT(수용전념치료), ERP(노출 및 반응방지법) 등 근거 기반 기법을 일상 언어로 풀어,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제시한다. 수면·식단·운동·여가·관계 같은 기본 생활부터, 호흡·주의 훈련·기록법·점진적 노출까지 한 호흡으로 연결해 준다.


'오픈도어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이 책의 프로그램은 불안 극복에 도움이 되는 10가지 필수 요소로 구성된 일련의 치료 과정으로 당신을 안내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전략은 범불안장애, 질병불안장애,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등 불안장애의 유형과 관계없이 불안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을 통해 당신을 스스로 치유하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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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부의 공식 - 주식, 부동산, 코인 너머의 전략
코디 산체스 지음, 이민희 옮김 / 윌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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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산체스의 『마지막 부의 공식』이 말하는 부의 전환은 소유로의 전환이다. 월급은 시간을 판 대가일 뿐이고, 시간이란 한계가 있는 자원이다. 그래서 저자는 처음부터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경제적 자유는 ‘지분(ownership)’을 가질 때 시작된다고. ‘좋은 직장=안정’이라는 믿음,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평생 일해야 한다”는 버핏의 말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소모적인 노동이 아니라 나를 자유롭게 하는 소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변은 거리의 사업(Main Street Business)이다. 고도기술이나 화려한 IP 없이도 동네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사업들—세차장, 빨래방, 자판기, 공유창고, 이사업/포장·배송 대행, 이동식 화장실 대여, 조경, 전기/배관 시공, 카펫 청소, 줄눈/타일, 반려동물 미용, 냉난방 설치업 등. 표지에 오를 일은 드물지만, 매달 돈이 흐르고 고객 충성도가 높으며 운영이 단순한, 이른바 “지루한 사업”이 여기에 속한다. 저자는 이 지루함을 약점이 아니라 자산으로 본다. 소음 대신 현금흐름, 주목 대신 지속 가능성. 삶의 질을 방해하지 않고, 가족과 시간을 보장해 주는 구조—그게 좋은 사업이라는 정의가 분명하다.

지속 가능성의 근거로 저자가 소환하는 개념이 ‘린디 효과’다. 오래 버틴 것은 앞으로도 오래 버틸 가능성이 크다는 통찰이다. 유행을 탔다가 고꾸라지는 산업보다, 십 년 넘게 구역을 지켜 온 배관/전기/청소 같은 생활 인프라 업종이 위기에 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저자가 인수·투자해 온 곳들 대부분은 이런 평범하지만 오래된 사업이며, 경제위기에도 견고하게 살아남아 왔다. 창업 생태계가 빠른 성장에만 중독돼 실패를 무용담처럼 소비하는 사이, 메인 스트리트에서는 조용히 자본이 쌓인다. 저자의 요지는 단순하다. 안정적 현금흐름은 화려한 스타트업이 아니라 우리 동네의 소규모 사업에서 나온다.

이 철학은 책 전반을 관통하는 4단계 공식 R.I.C.H.로 구조화된다.

R(Research): 자신에게 맞는 업을 찾는다. 강점·선호·감당 가능한 리스크·수익 목표를 먼저 정의하고, 매도 의사가 있는 사업주를 어떻게 찾고, 어떻게 대화하며, 무엇으로 가치를 평가할지 ‘체크리스트’로 배운다.

I(Invest): 적은 자본과 창의적 자금조달로 인수한다. 비공식 제안–실사–협상–계약–체결까지의 전 과정을 절차로 보여 주며, 저자가 수년간 절약해 온 협상 노하우를 공개한다.

C(Command): 사서 고생하지 않기 위한 운영·팀 빌딩·인수 후 90일 실행 계획·성과문화·단순/효과적 마케팅 자동화를 제시한다.

H(Harness): 정신 건강을 지키며 사업을 ‘시스템’으로 굴리는 단계. 성과 관리 도구, 신규 수익원, 다음 인수/매각 준비까지를 다룬다.

이 프레임은 ‘무엇이 좋다’보다 ‘무엇을 피하라’에서 더 선명해진다. 저자는 무조건 피해야 할 7가지 사업을 구체적 이유와 함께 꼽는다. 외식업(높은 폐업률·고강도 운영), 호텔(부동산이 사업인 척하는 구조·24시간 응대·감가상각), 소매점(재고 리스크·높은 고정비·유통환경 불리), 컨설팅(핵심인력 의존), 개인브랜드 사업(당사자 의존), 아마존 FBA/드랍십(플랫폼 리스크·과열 경쟁·가격 통제권 부재), 드라이클리닝(규제·유해물질·숙련 인력 문제). 이 리스트의 핵심을 가르는 기준은 하나다. 현금이 안정적으로 남는가, 리스크 대비 보상이 구조적으로 확실한가. 결국 “내 돈이 더 많은 돈을 데리고 돌아올 수 있는가?”로 귀결된다.

이 책이 설득력을 얻는 지점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나온 과정 자체로 설득력을 가진다. 저자는 첫 거래로 빨래방을 인수했던 경험을 숨기지 않는다. 낡은 천장 타일과 곰팡내, 형광등 소음 앞에서 엄습했던 불안과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자책까지 솔직하게 고백한다.

첫해엔 회사를 그만둘 만큼의 수익이 아니었지만, 그 지루한 빨래방이 10년 안에 20여 개 사업으로 확장되고, 더 큰 투자로 이어진 과정을 보여 준다. 직원·고객·외주·공급망·행정·마케팅·영업을 통으로 감당해야 했고, 거짓말·조롱·비방·소송 리스크도 온전히 자기 몫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저자는 처음부터 단호하게 얘기한다. 쉽게 포기할 것 같다면 책을 덮어라. 이 길은 해변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누리는 판타지가 아니라, 의미와 성취감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일이라 말한다.

여기에서 개인의 자유를 넘어 사회적 과제로 시야를 넓힌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로 이어지는 승계 공백(미국과 일본의 사례처럼 돈이 되는 사업들이 후계자 부족으로 문을 닫는 현실)을 숫자로 보여 준다. 수익성 좋은 수십만 개의 사업이 소멸하면서 고용과 지역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문제를 알려준다. 저자는 이것을 개인에게 인생의 기회라고 이야기한다. 지역사회에게는 지켜야 할 기반으로 제시한다. 즉, 이 책의 행동 촉구는 단지 ‘당신도 부자가 되라’가 아니라, 동네 경제를 되살리는 주인이 되라는 제안이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고를까? 책은 세 가지 필터로 ‘나에게 맞는 사업’을 찾는 연습을 시킨다.

1. 강점 시트(열정·기술·네트워크): 내가 즐겁게 몰입할 수 있고(열정),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잘하며(기술), 바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연결망(네트워크)이 있는가? 세 원의 교집합에 떠오르는 업종이 ‘첫 가설’이 된다.

2. 사업 비전 보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지역, 개입 강도, 매출/마진 기대, 극복해야 할 리스크, 단일/다각화 여부 등을 문장으로 그린다. “느낌 좋은 분 환영”식의 모호함은 피한다.

3. 거래 상자(Deal Box): 매도가·연 매출/이익 범위·마진·규모·지역·운영 방식·희망 수익배수·계약금 등 정량 기준을 표로 고정한다. 이 장치가 감정 과몰입을 막고 ‘체크리스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실행 단계에서는 100–50–10–1 법칙을 권한다. 100개를 훑고, 50개를 재검토하고, 10개를 실사하고, 1개를 산다. 비교 없이 좋은/나쁨을 말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이다. 그리고 사업주와의 첫 통화·미팅에서 무엇을 묻고, 어떤 톤으로 신뢰를 쌓아야 하는지 대화 예시를 보여 준다. 이 과정 전반을 관통하는 안전장치는 워런 버핏의 두개의 규칙 “돈을 버는 첫 번째 규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규칙은 첫 번째 규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를 사업 인수 맥락으로 번역한 레드 플래그 체크리스트다. 적자·과도한 부채·마진 박함·설비 과잉·비협조적 매도자·현금 쿠션 부족·직접 운영 없인 성립되지 않는 모델(=새 직장)·불투명한 장부·성급한 매도 압박·출구전략 부재 등. 감정이 올라갈수록 계약 전 제3자 검토로 자신을 보호하라는 충고가 따라붙는다.

저자가 선호하는 카테고리 역시 지루하지만 강한 속성을 공유한다. 디지털 비즈니스(재고·고정비가 낮고 규모의 경제가 크다), 소비자 서비스(정기고객 기반이 형성되면 견고하다.), 전문가 서비스(자격/전문성이 진입장벽), 부동산 연계 사업(거점 자산 위에 현금흐름을 얹고, 주변 보완업으로 확장). 여기에서도 핵심은 스타트업의 서사를 좇지 말고, 증명된 수익 구조+간단한 운영을 사라는 것이다. 첫 인수는 특히 그렇다.

결국 『마지막 부의 공식』은 부는 500미터 안에 있다는 메시지를 선언으로 끝내지 않고, 검토–실사–협상–운영–자동화–확장으로 이어지는 실무 동선을 통해 알려준다. 한국 독자 입장에서 제도·세무·노무 환경은 미국과 다르지만, 판단의 언어는 그대로 쓸 수 있다. 마진을 보고, 반복 매출을 보고, 고객 이탈과 운영 난도를 보고, 무엇보다 나의 강점과 삶의 비전과의 적합도를 본다. 이제 눈을 다른 데로 돌리자. 거대한 광고전이 벌어지는 D2C 대신, 입소문만으로 단골이 쌓이는 동네 B2B/B2C를 보자. 반짝 트렌드 그래프가 아니라 10년을 버틴 간판을 보자. 화려한 아이템보다 중요한 건, 매달 꾸준히 들어오는 돈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독자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직장도 어렵고, 창업도 어렵다. 어느 어려움을 택할 것인가. 저자는 “나는 언제나 자유로 가는 길을 택한다”고 말한다. 그 길은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고, 제대로만 하면 충분히 안전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사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미 작동 중인 현금흐름이기 때문이다. 그 흐름을 내 지분으로 소유하는 순간, 월급의 덫은 느슨해진다. 이 책을 덮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라. 당신이 매일 스쳐 지나가는 그 평범한 가게가, 사실은 누군가에게 자유를 만들어 주는 ‘돈이 계속 도는 작은 사업’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월북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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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놀 인스타 @hagonolza


사업의 성패는 업종, 지식, 재능이 각각 10퍼센트를 결정하고, 의지가 70퍼센트를 결정한다.
끈기가 전부를 가능케한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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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나를 만드는 고전 명화 필사 노트 - 명화 한 점, 글 한 편, 그리고 나를 위한 필사의 시간
박은선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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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나를 만드는 고전 명화 필사 노트』는 “한 점의 그림 + 한 편의 문장”을 1:1로 짝지어,

보는 즐거움과 쓰는 몰입을 동시에 건네는 예쁜 책이다.

총 100점의 고전 명화에 100편의 명문장을 맞물리게 구성했고(기쁨·관계·사회·자연·창조·지혜·고독·시간·꿈·나의 10가지 테마), 하루 한 장 그림을 보고 문장을 베껴 쓰는 루틴만으로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고전 문학부터 동서양 명작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깊이 있는 인용 덕분에 특별하다.

『빨강 머리 앤』 문장과 알폰스 무하의 〈봄〉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고,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과 제임스 앙소르의 자화상을 보며 자의식을 성찰한다.

괴테의 『파우스트』와 이카로스 신화로 욕망과 절제를 고민하고,

박지원의 글과 브뢰헬의 풍속화로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책은 소설·고전 산문·철학·신화에서 고른 좋은 문장들을 명화와 짝지어 보여 준다.

흐름은 단순하다. 그림을 보고 → 문장을 읽고 → 내 손으로 따라 쓴다.

페이지마다 짧고 명료한 그림 설명이 곁들여져 전문 지식 없이도 펜을 들기 쉽고,

100개의 문장을 하루에 1개씩 필사할 때, 100일 코스로 활용하기 좋게 편성되어 있다.

읽고–보고–쓰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디자인과 사용성도 강점이다.

전면에 배치한 명화 컷, 여백을 살린 필사 페이지,

안정적인 제본 덕분에 쓰기 편하고, 책상 위에 두고 사진으로 남기기에도 정갈하다.

결과적으로 이 책의 미덕은 미술 감상·문학 읽기·손글씨 필사를 한 권에서 만나게 한다는 데 있다.

소설의 한 문장은 그림과 나란히 놓이면 다른 빛을 얻고,

철학·고전·신화의 문장도 따라 쓰는 동안 오늘의 나에게 필요한 말로 자연스레 자리 잡는다.

길지 않은 문장으로 천천히 필사하며 곱씹을 시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명화를 함께 감상하는 기쁨까지 더한,

‘눈과 손과 마음’을 동시에 쓰게 하는 단단한 필사 책이다.


✅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 요즘 마음이 자꾸 지치고 흔들린다

✔ 명화를 좋아하지만 어렵지 않게 감상하고 싶다

✔ 글쓰기, 필사, 기록을 통해 위로받고 싶다

✔ 잠들기 전, 아침 루틴으로 천천히 마음을 정리하고 싶다

✔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책을 찾는 중이다

문예춘추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아이리스 필사단 3기>에서 함께 읽고 필사했습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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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공간을 판다
당근자판기(김진옥) 지음 / 모티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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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공유 숙박에 관심은 많은데 막상 시작하는 사람은 드물다. 제도는 복잡해 보이고, 내국인 숙박은 불법이라는 소문이 여전히 돌아다니며, 적잖은 초기자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마음을 쉽게 꺾어 버린다.

『나는 오늘도 공간을 판다』는 이 세 가지 장벽부터 치운다. 저자는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의 틀 안에서도 정부 실증특례를 받은 ‘위홈’ 플랫폼을 활용하면 내국인 숙박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차근히 설명한다. 공유숙박은 음지의 편법이 아니라 제도 안에서 소자본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며, 시작선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메시지다. 그래서 이 책은 “왜 지금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가장 현실적인 대답을 건넨다. 막연한 관심을 실행으로 바꾸려는 이에게, 합법과 절차, 돈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 주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수치는 허황되지 않다. 숙소 한 채가 만드는 평균 월수익은 150~200만 원이고, 임대차 보증금과 세팅비를 모두 합쳐도 800만~2,500만 원 선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번의 세팅으로 매달 현금흐름을 만든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부업”이 된다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만 이 책이 돈 얘기만 늘어놓는 매뉴얼이라면 여기서 멈췄을 것이다. 저자는 숙박업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를 입지와 감성의 교차점에서 읽는다. 에어비앤비 이용자 70%가 20~30대 여성이라는 사실을 근거로, 내부의 분위기와 사용감, 사진이 잘 나오는 포인트 같은 ‘감성의 설계’가 입지의 아쉬움을 보완한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행정안전부 통계를 통해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등록 호스트가 팬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했고, 그중 58%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는 흐름도 짚는다. 공항 접근성과 랜드마크, 홍대·이태원 같은 거리문화가 만드는 수요의 밀도가 곧 호스트 분포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서울 안에서도 마포·용산·중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대목은,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는 독자에게 꽤 구체적인 나침반이 된다.

합법 운영의 구조도 명료하다. 실증특례로 ‘특례 호스트’가 되면 내국인 대상은 연 180일, 외국인 대상은 365일 영업이 가능하고, 실제 운영은 내국인은 특례 플랫폼, 외국인은 아고다·부킹닷컴·에어비앤비 같은 글로벌 OTA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설계한다. 신규 진입자와 기존 사업자 각각의 신청 절차, 숙소 등록과 ID 발급, 특례 승인까지의 흐름을 가볍지 않게 훑어 주면서도, 아직 사용자 경험이 낯선 플랫폼의 불편함은 숨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모델이 매력적인 이유를 그는 세 가지로 응축한다. 초기비용이 낮고, 청소·빨래를 외주화해 운영 효율이 높으며, 매물 선별부터 인허가·홈스타일링·온보딩·CS·아웃소싱에 이르는 창업의 전 과정을 축소판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무 팁도 뼈대가 있다. 같은 자본이라면 큰 숙소 한 채보다 보증금을 낮춰 여러 채로 분산하는 편이 수익률이 좋고, 지나치게 낡아 수리비 폭탄이 예상되는 매물과 인접 세대가 많은 곳은 민원 리스크 때문에 피하라고 권한다. 방이 셋 이상인 구조가 단가와 수용 인원 면에서 유리하며 외관보다 내부 컨디션이 훨씬 중요하다는 조언은 실제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만하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는 MBTI로 극강의 I 성향이자 전화 공포(콜포비아)까지 있던 수강생 K가 코칭을 시작한 지 40일 만에 계약과 셀프 인테리어를 끝내고 오픈을 해냈다는 점이다. 지금은 월 평균 200만 원의 순수익을 꾸준히 벌어들이고 있다. 숙소를 방문한 사람들의 “겉바속촉, 재방문 의사 확실” 같은 후기를 받아 내는 이 여정은 공유숙박이 외향형 성격의 전유물이 아님을 증명한다. 실행의 첫걸음이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살아 있는 사례로 보여 준다.

이 책은 임대 운영에서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에어비앤비는 출발선일 뿐, 목적지는 건물주라고 말하며 5,000만 원의 자기자본과 90% 대출 레버리지로 수도권 소형 모텔을 매입·운영한 과정을 숨김없이 풀어놓는다. 상업용 부동산의 LTV, 감정가 대비 저가 매입, 매입·시설자금 결합대출 같은 기술적 장치가 곁들여지고, ‘싼 물건’의 기준을 감정가 대비 매입가뿐 아니라 투자금 회수기간 1년 6개월이라는 단단한 숫자로 판별한다. 월 순이익 3,000만 원 구조를 설계하면 1년 6개월에 5억4천만 원을 회수하고 그 이후는 ‘무한대 수익률 구간’이라는 계산식은 도발적이지만, 은행에 200통 넘게 전화를 걸고, 대환 여지를 사전에 점검하며, 모텔에 카페와 기타 공간을 결합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집요함이 그 도발을 현실로 끌어당긴다. 결국 핵심은 공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수익 구조를 스스로 만들 줄 아는 역량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이 책이 숫자와 절차를 넘어 마음을 건드리는 이유는 생활의 태도까지 닿기 때문이다. 경매로 수십 채의 집을 들여다보며 저자가 얻은 결론은 “부자가 되고 싶다면 집 정리부터 하라”는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불안이 쌓아 올린 물건과 통제되지 않는 공간은 삶이 무너지는 집의 공통 패턴이었다. 물건을 비우면 공간의 기운이 바뀌고, 공간이 바뀌면 우선순위가 선명해진다. 8년간의 가계부 작성으로 허튼 지출을 막고 자존감을 회복했다는 그의 고백은, 경제적 성장이 습관과 태도의 전환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마지막으로 그는 같은 정보를 듣고도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완벽한 매물만 고집해 결정을 늦추는 태도, 과도하게 느린 판단으로 기회를 흘리는 습관, 그리고 무엇보다 실행력의 부재다. 여기에 “가난할수록 서울에 살아야 한다”는 불편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을 덧붙인다. 수요의 밀도와 교통·공항 접근성, 정보와 네트워크의 속도가 기회의 지형을 갈라놓는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결국 『나는 오늘도 공간을 판다』는 “합법·소자본·실행형” 공유숙박의 방법론을 데이터와 절차, 운영의 디테일, 실전 사례, 그리고 삶의 태도까지 한 권에 담았다. 철저히 실전에서 부딪히고 얻어낸 경험을 담아 성장으로 연결해 주는 책이다. 방 한 칸을 세팅하는 손끝, 엑셀 시트의 한 줄, 부동산에 거는 첫 통의 전화가 인생의 다음 장을 연다는 것을 자신의 경험으로 증명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시작해도 된다는 마음이 생긴다. 두려움은 설계로 대체되고, 망설임은 일정으로 바뀐다. 공간을 판다는 말이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마음을 설계한다는 뜻임을, 이 책은 끝까지 잊지 않게 한다.


‘단단한맘 @gbb_mom / 수련 @water_liliesjin‘님을 통해

'모티브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많은 분들이 공유 숙박업에 관심은 있지만, 쉽게 시작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이라는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과 ‘내국인 숙박은 불법이다’라는 오해, 그리고 자본이 많이 들어간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법은 분명 존재합니다. ’위홈‘이라는 플랫폼은 정부로부터 특례 승인을 받아 외국인 관광 도시 민박업 숙소에서 내국인의 숙박을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특례를 통해 이제는 개인도 소자본으로 합법적인 숙박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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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태도가 아니라 인생을 탓하는가 -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철학 30day 고윤(페이서스코리아)의 첫 생각 시리즈 3부작 4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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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고윤 님의 네 번째 책 『왜 당신은 태도가 아니라 인생을 탓하는가』를 읽었다. 대구의 한 독립출판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첫 책이 인연이 되어, 어느새 네 번째 책까지 따라오게 됐다. 철학서를 읽다 보면 니체, 쇼펜하우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비트겐슈타인, 세네카 같은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같은 주제를 다뤄도 비유의 정확함, 공감을 부르는 질문, 구체적 설명에 따라 책의 밀도와 온도는 전혀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고윤 님의 책은 단순히 철학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상을 내 삶의 언어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번 책은 오래된 습관인 인생을 탓하는 태도부터 조용히 잡아준다.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나의 태도를 돌보고 바꾸는 법 즉, 실천 가능한 매뉴얼을 건네는 책이다. 저자는 변화가 대단한 결단에서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상황에 대한 해석을 바꾸고, 반응 습관을 고치고, 매일의 작은 행동을 조금씩 조정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바꾸기 힘든 건 ‘환경’이고, 지금 여기서 바꿀 수 있는 건 ‘태도’임을 알려준다. 결국 결론은 단순하다. 인생을 탓하는 대신 오늘의 태도를 바꿔 보자는 것이다. 변화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틈새에서 시작되어, 결국 한 방향으로 삶을 밀어낸다.

이 관점은 에머슨의 통찰과 이어진다. “네 행동이 너무 큰 목소리로 말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아무리 좋아도 행동이 따라주지 않으면 신뢰는 무너진다는 뜻이다. 저자는 유행과 시선에 끌려 처음의 방향을 잃는 모순을 지적하며, 언행일치를 태도의 최소 조건으로 제시한다. 이어 버크의 경고가 붙는다. “조금밖에 못 한다”는 이유로 멈추는 무행동이야말로 가장 큰 과오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실천은 거창한 계획보다, 불완전해도 작은 행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데 초점을 둔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한 걸음 더 해보기, 감정을 기록해 보기, 내가 어떤 상황에서 회피하는지 살피기 등.. 이런 사소한 행동이 쌓여 결국 삶을 바꾼다.

다음 장은 ‘다수의 믿음’과 ‘진실’의 차이를 짚는다. 키케로가 말했듯, 모두의 동의가 곧 진실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다수의 동의가 곧 진실을 보증하진 않는다며, 이를 가르는 질문의 태도를 강조한다. “80세의 내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은, 굳어 있는 생각을 깨고 새로운 선택을 만들어낸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슈바이처가 말한 ‘좋은 망각’은 문제를 피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잘 정리하는 일이다. 되풀이해선 안 될 교훈은 남기되, 현재를 갉아먹는 자책과 감정의 찌꺼기는 과감히 털어낸다. 그래야 집중할 공간이 열린다.

헤겔이 말한 열정과 이성의 균형은 특히 이해하기 쉽다. 열정은 우리를 앞으로 밀어주는 힘이고, 이성은 그 힘이 엇나가지 않도록 길을 잡아 주는 방향이다. 저자는 이 둘을 이어 주는 방법으로 ‘계획–실행–점검’의 짧은 루틴을 제안한다. 작은 계획을 세우고, 당장 해 보고, 바로 돌아보면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뜨거운 추진력과 차가운 판단이 자연스럽게 만난다. 한편 소로우가 말한 ‘조용한 절망’은 오늘의 현실을 정면으로 겨눈다. 겉으로는 안전해 보이는 선택이 사실은 불편과 변화를 피하려는 회피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모해지자는 것이 아니라, 다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멈추지 말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며 상황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라고 권유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우리가 선택한 ‘안전’이 진짜 안전인지, 아니면 안전을 가장한 정체인지 분명해진다.

관계에선 카뮈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앞서가거나 뒤에서 끌지 말고, 서로의 곁에서 나란히 걷는 것이다. 성과와 비교가 사람 사이를 조이는 시대일수록, 속도를 맞추고 과시는 내려놓으며, 침묵조차 함께 버티는 태도가 관계를 오래 가게 만든다.

언어에 관해선 비트겐슈타인의 생각이 바탕이 된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 허세로 부풀린 말은 빈약한 세계를 가릴 뿐이다. 반대로 세계가 넓은 사람은 모름을 인정하고, 섣부른 단정을 피하며, 정확한 어휘·좋은 질문·필요한 침묵으로 생각의 범위를 넓힌다. 실천 방법도 어렵지 않다. 하루에 단어 하나를 골라 문장으로 써 보기, 내 말버릇을 기록해 이유를 살피기, 평소 읽지 않던 장르를 읽어 보기 같은 루틴을 꾸준히 하면 된다. 이것은 단순한 말하기 연습이 아니라, 내 세계를 차근차근 넓히는 연습이다.


경청에 관한 부분은 스토아 철학자 제논의 생각으로 이어진다. 귀로만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선·자세·손의 반응까지 동원해 온몸으로 듣는 적극적 경청, 나아가 말하고 싶은 충동을 이성으로 조절해 대화의 흐름을 살리는 3단계 경청을 제안한다. 요지는 기술이 아니라 충동을 다스리는 태도다. 여기서 책은 자연스럽게 윤리로 시선을 넓힌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처럼, 악은 특별한 괴물이 아니라 생각을 멈춘 평범함에서 자란다. 묻지 않고, 판단을 미루고, 분위기에 휩쓸리는 순간 우리는 알지 못한 채 누군가의 고통에 기여할 수 있다. 그래서 책은 말한다. 멈춰 생각하고,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며, 침묵이 중립이 아님을 기억하라. 경청이 충동을 눌러 세우는 훈련이라면, 이 윤리는 그 충동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를 정하는 나침반이다.

이 흐름은 자연스럽게 감정 다루기로 이어진다. 감정 파트의 정점은 세네카다. 그는 분노는 단기적 광기이며, 몇 초의 폭발이 수십 년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토아가 목표로 삼은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주권을 되찾는 일이다. 그래서 “억누르기”보다 “이해하기”가 먼저다. 왜 상처받았는지 원인을 나눠 보고, 반복되는 해석 습관을 고쳐 감정의 증폭 회로를 끊는다. 실천 순서는 간단하다. 호흡으로 시간 벌기 → 물리적 거리 두기 → 말은 짧고 단순하게 → 지나간 뒤 기록으로 패턴 찾기. 결국 진짜 강함은 목소리를 키우는 데 있지 않고, 침묵 속에서도 이성을 지키는 힘에 있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아주 단순하다. 세상은 한꺼번에 바뀌지 않지만, 태도는 오늘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말과 행동을 일치 시키고, 작은 실행을 멈추지 않으며, 질문으로 관성을 깨고, 과거는 정리하고, 감정은 이해로 다스리고, 곁에서 걷고, 충동을 조절해 듣고, 언어로 세계를 넓히는 일이다. 그렇게 해석–반응–반복의 미세 조정이 쌓이면, 느리지만 확실하게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 책은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실천 중심의 태도 사용설명서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딥앤와이드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동물은 말한 곳으로 그냥 가지만, 사람은 말해놓고 꼭 다른 곳으로 간다."
(중략)

인간은 언어를 통해 말할 수 있다는 축복을 받았지만, 말을 지키는 사람이 극히 드문 불행한 종족이라는 뜻이었다. 우리가 얼마나 모순적인 존재인지 한참을 고찰한 후에야 ‘큰 목소리‘가 가지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자삼들은 자신만의 특색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유행을 좇거나 외부 시선을 의식하느라, 정작 자신이 처음 가고자 했던 길을 잃고 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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