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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태도가 아니라 인생을 탓하는가 -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철학 30day ㅣ 고윤(페이서스코리아)의 첫 생각 시리즈 3부작 4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10월
평점 :

이번에 출간된 고윤 님의 네 번째 책 『왜 당신은 태도가 아니라 인생을 탓하는가』를 읽었다. 대구의 한 독립출판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첫 책이 인연이 되어, 어느새 네 번째 책까지 따라오게 됐다. 철학서를 읽다 보면 니체, 쇼펜하우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비트겐슈타인, 세네카 같은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같은 주제를 다뤄도 비유의 정확함, 공감을 부르는 질문, 구체적 설명에 따라 책의 밀도와 온도는 전혀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고윤 님의 책은 단순히 철학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상을 내 삶의 언어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번 책은 오래된 습관인 인생을 탓하는 태도부터 조용히 잡아준다.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나의 태도를 돌보고 바꾸는 법 즉, 실천 가능한 매뉴얼을 건네는 책이다. 저자는 변화가 대단한 결단에서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상황에 대한 해석을 바꾸고, 반응 습관을 고치고, 매일의 작은 행동을 조금씩 조정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바꾸기 힘든 건 ‘환경’이고, 지금 여기서 바꿀 수 있는 건 ‘태도’임을 알려준다. 결국 결론은 단순하다. 인생을 탓하는 대신 오늘의 태도를 바꿔 보자는 것이다. 변화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틈새에서 시작되어, 결국 한 방향으로 삶을 밀어낸다.
이 관점은 에머슨의 통찰과 이어진다. “네 행동이 너무 큰 목소리로 말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아무리 좋아도 행동이 따라주지 않으면 신뢰는 무너진다는 뜻이다. 저자는 유행과 시선에 끌려 처음의 방향을 잃는 모순을 지적하며, 언행일치를 태도의 최소 조건으로 제시한다. 이어 버크의 경고가 붙는다. “조금밖에 못 한다”는 이유로 멈추는 무행동이야말로 가장 큰 과오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실천은 거창한 계획보다, 불완전해도 작은 행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데 초점을 둔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한 걸음 더 해보기, 감정을 기록해 보기, 내가 어떤 상황에서 회피하는지 살피기 등.. 이런 사소한 행동이 쌓여 결국 삶을 바꾼다.
다음 장은 ‘다수의 믿음’과 ‘진실’의 차이를 짚는다. 키케로가 말했듯, 모두의 동의가 곧 진실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다수의 동의가 곧 진실을 보증하진 않는다며, 이를 가르는 질문의 태도를 강조한다. “80세의 내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은, 굳어 있는 생각을 깨고 새로운 선택을 만들어낸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슈바이처가 말한 ‘좋은 망각’은 문제를 피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잘 정리하는 일이다. 되풀이해선 안 될 교훈은 남기되, 현재를 갉아먹는 자책과 감정의 찌꺼기는 과감히 털어낸다. 그래야 집중할 공간이 열린다.
헤겔이 말한 열정과 이성의 균형은 특히 이해하기 쉽다. 열정은 우리를 앞으로 밀어주는 힘이고, 이성은 그 힘이 엇나가지 않도록 길을 잡아 주는 방향이다. 저자는 이 둘을 이어 주는 방법으로 ‘계획–실행–점검’의 짧은 루틴을 제안한다. 작은 계획을 세우고, 당장 해 보고, 바로 돌아보면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뜨거운 추진력과 차가운 판단이 자연스럽게 만난다. 한편 소로우가 말한 ‘조용한 절망’은 오늘의 현실을 정면으로 겨눈다. 겉으로는 안전해 보이는 선택이 사실은 불편과 변화를 피하려는 회피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모해지자는 것이 아니라, 다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멈추지 말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며 상황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라고 권유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우리가 선택한 ‘안전’이 진짜 안전인지, 아니면 안전을 가장한 정체인지 분명해진다.
관계에선 카뮈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앞서가거나 뒤에서 끌지 말고, 서로의 곁에서 나란히 걷는 것이다. 성과와 비교가 사람 사이를 조이는 시대일수록, 속도를 맞추고 과시는 내려놓으며, 침묵조차 함께 버티는 태도가 관계를 오래 가게 만든다.
언어에 관해선 비트겐슈타인의 생각이 바탕이 된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 허세로 부풀린 말은 빈약한 세계를 가릴 뿐이다. 반대로 세계가 넓은 사람은 모름을 인정하고, 섣부른 단정을 피하며, 정확한 어휘·좋은 질문·필요한 침묵으로 생각의 범위를 넓힌다. 실천 방법도 어렵지 않다. 하루에 단어 하나를 골라 문장으로 써 보기, 내 말버릇을 기록해 이유를 살피기, 평소 읽지 않던 장르를 읽어 보기 같은 루틴을 꾸준히 하면 된다. 이것은 단순한 말하기 연습이 아니라, 내 세계를 차근차근 넓히는 연습이다.
경청에 관한 부분은 스토아 철학자 제논의 생각으로 이어진다. 귀로만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선·자세·손의 반응까지 동원해 온몸으로 듣는 적극적 경청, 나아가 말하고 싶은 충동을 이성으로 조절해 대화의 흐름을 살리는 3단계 경청을 제안한다. 요지는 기술이 아니라 충동을 다스리는 태도다. 여기서 책은 자연스럽게 윤리로 시선을 넓힌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처럼, 악은 특별한 괴물이 아니라 생각을 멈춘 평범함에서 자란다. 묻지 않고, 판단을 미루고, 분위기에 휩쓸리는 순간 우리는 알지 못한 채 누군가의 고통에 기여할 수 있다. 그래서 책은 말한다. 멈춰 생각하고,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며, 침묵이 중립이 아님을 기억하라. 경청이 충동을 눌러 세우는 훈련이라면, 이 윤리는 그 충동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를 정하는 나침반이다.이 흐름은 자연스럽게 감정 다루기로 이어진다. 감정 파트의 정점은 세네카다. 그는 분노는 단기적 광기이며, 몇 초의 폭발이 수십 년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토아가 목표로 삼은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주권을 되찾는 일이다. 그래서 “억누르기”보다 “이해하기”가 먼저다. 왜 상처받았는지 원인을 나눠 보고, 반복되는 해석 습관을 고쳐 감정의 증폭 회로를 끊는다. 실천 순서는 간단하다. 호흡으로 시간 벌기 → 물리적 거리 두기 → 말은 짧고 단순하게 → 지나간 뒤 기록으로 패턴 찾기. 결국 진짜 강함은 목소리를 키우는 데 있지 않고, 침묵 속에서도 이성을 지키는 힘에 있다.결국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아주 단순하다. 세상은 한꺼번에 바뀌지 않지만, 태도는 오늘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말과 행동을 일치 시키고, 작은 실행을 멈추지 않으며, 질문으로 관성을 깨고, 과거는 정리하고, 감정은 이해로 다스리고, 곁에서 걷고, 충동을 조절해 듣고, 언어로 세계를 넓히는 일이다. 그렇게 해석–반응–반복의 미세 조정이 쌓이면, 느리지만 확실하게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 책은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실천 중심의 태도 사용설명서다.ㅡ'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딥앤와이드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동물은 말한 곳으로 그냥 가지만, 사람은 말해놓고 꼭 다른 곳으로 간다." (중략)
인간은 언어를 통해 말할 수 있다는 축복을 받았지만, 말을 지키는 사람이 극히 드문 불행한 종족이라는 뜻이었다. 우리가 얼마나 모순적인 존재인지 한참을 고찰한 후에야 ‘큰 목소리‘가 가지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자삼들은 자신만의 특색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유행을 좇거나 외부 시선을 의식하느라, 정작 자신이 처음 가고자 했던 길을 잃고 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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