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 더 이상 불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키렌 슈나크 지음, 김진주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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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몸이 보내는 신호가 잦아졌다. 큰 군중은 물론, 네댓 명만 모여 앉아 있어도 숨이 가빠지고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을 억지로 붙들며 자리를 버틴 적도 많다. 이런 일이 몇 번 겹치니 비슷한 상황만 떠올라도 불안이 먼저 앞섰다. ‘이번에도 쓰러지면 어쩌지, 내 상태가 다 티 나면 어쩌지’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사람 있는 곳을 피하면 잠시 안정되지만, 혼자 있을 때 덮치는 갑작스러운 불안은 더 무서웠다. 그렇게 회사에서 공황 증상을 두 차례 겪은 끝에,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그때는 이 병이 과연 나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던 것 같다.

그러다 키렌 슈나크의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를 읽게 되었는데, 책의 첫머리부터 불안은 고칠 수 있다고 단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공황장애을 겪던 그때 이 문장을 먼저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실할 때 필요한 건 고칠 수 있다는 근거가 확실한 말이기에. 저자의 제안도 현실적이다. 일상에서 곧바로 시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와 임상 경험에 기대어 차근차근 제시한다. 낫고 싶다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게 만드는 구성이라 믿음이 간다.

저자 키렌 슈나크는 영국의 임상심리학자다. 병원과 클리닉에서 불안 환자를 오래 다뤄 왔고, CBT·ACT·ERP 같은 근거 기반 기법을 현장에서 검증해 왔다. 그래서 이 책은 ‘좋은 말‘을 해주기 보다 ‘효과가 확인된 방법’을 제안한다. 불안은 적이 아니라 신호라는 관점, 그리고 그 신호를 읽고 다루는 구체적인 절차가 이 책의 힘이다. 오늘부터 한 가지씩 해보면, 불안의 크기는 분명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먼저 몸의 리듬을 바로잡게 한다. 잠이 오지 않을 땐 숫자를 거꾸로 세거나 편안한 장소를 냄새와 온도까지 떠올리라고 한다. 30분 넘게 뒤척이면 침대에서 나와 독서를 하는 등 조용한 활동을 하다가 졸리면 다시 눕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밤에 시계를 보는 습관은 불안을 키우니 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식사는 완벽보다 지속을 택하게 한다. 매 끼니 과일이나 채소 한 조각을 보태고 통곡물과 단백질, 오메가3/6을 챙기게 한다. 이런 선택이 비타민과 섬유질을 늘리고 기분과 집중에도 도움을 준다. 운동은 비싼 장비가 필요 없다고 말한다. 걷기나 가벼운 자전거, 유튜브 홈트, 정원 가꾸기, 춤처럼 즐길 수 있는 것을 규칙적으로 하게 한다. 녹지에서 움직이면 더 빠르게 마음이 평온해지고, 좋아하는 여가는 코르티솔을 낮추고 세로토닌을 올려 사고력과 기억력을 회복시킨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불안은 고립을 부르고 고립은 불안을 키운다.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불안을 이해하려면 먼저 뇌가 위험을 어떻게 알아채는지부터 차근차근 살펴봐야 한다. 우리 뇌에는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상과 그 정보가 위험한지 판단하는 편도체가 있다. 눈과 귀, 피부에서 올라온 신호가 시상에 모이면, 편도체가 그중 일부에 ‘위험’ 딱지를 붙인다. 꼭 실제 위협이 없어도 그럴 수 있다. 무서운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편도체가 먼저 반응하고, 그러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심장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근육이 긴장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투쟁–도피–경직 반응이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공포 영화를 볼 때 손에 땀이 차는 이유도 이 원리와 같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생존 시스템이다. 다만 문제는 경보가 켜진 뒤에 금방 꺼지지 않는 경우다. 불안이 오래 쌓이면, 실제로는 안전한데도 경보가 길게 울린다. 저자는 이 상태를 물이 새는 수도꼭지에 비유한다. 콸콸 쏟아지진 않지만, 하루 종일 한 방울씩 새면 결국 바닥이 젖듯 우리 에너지도 꾸준히 빠져나간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먼저 몸의 스위치를 내려 이완 반응을 켜는 일이다. 길게 내쉬는 호흡을 몇 번 반복하고, 굳은 어깨와 턱을 느슨하게 풀고, 발바닥이 바닥을 누르는 감각에 잠깐 집중하면 몸이 “지금은 안전하다”라는 신호를 다시 받는다. 몸이 가라앉아야 머리도 말을 듣는다.

다음은 막연한 두려움을 구체로 바꾸는 일이다. 종이나 휴대폰 메모에 네 줄만 적으면 된다.

언제·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어떤 감각과 생각이 올라왔고, 그때 내가 한 행동은 무엇이었는지를 짧게 쓰면 된다. 예를 들면 이렇게 쓴다. “월요일 3시, 회의실에서 발표 순서 기다림 → 심장이 두근두근, ‘쓰러지면 어쩌지’ 생각 함 → 물 한 컵 들고 자리로 돌아와 숨을 참음” 이런식의 기록을 몇 번 반복하면 내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특정 장소(회의실, 엘리베이터, 병원)나 특정 단어(심장마비, 암, 쓰러짐)에 유독 민감한지도 알 수 있게 된다. 혹은 ‘심장 박동 ↑ → 큰일 났다로 해석 → 피하기’로 이어지는 고정 루트가 있는지 눈에 들어오게 된다.

패턴이 보이면 어디서 끊어야 할지도 함께 보인다. 먼저 받아들이는 의미를 바꾼다. “심장이 뛴다=큰일”이 아니라 “심장이 뛴다=몸이 놀란 것”이라고 속으로 짧게 말한다. 이어서 의자를 살짝 밀고 일어나 어깨를 한 번 돌리고, 4초 숨 들이마시고 6초 내쉬는 호흡을 몇 번 반복한다. 손에 잡힌 컵의 차가움, 발바닥에 닿는 바닥의 단단함 같은 지금의 느낌을 짧은 단어로 세어 본다. 필요하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몸을 조금 느슨하게 만드는 이 방법을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그대로 따라 해 보는 것이다. 한 번에 큰 변화가 없어도 괜찮다. 매번 1%씩만 누그러뜨리면, 불안이 치솟는 속도도 머무는 시간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사고의 버그도 하나씩 이름 붙여 다룬다. <파국화, 흑백사고, 과잉 일반화, 예언자적 사고, 독심술, 정신적 여과, 낙인 찍기, 개인화, 과장, 그리고 불안을 붙들어야 안전하다는 징크스형 믿음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때는 말로 설득하려 하지 말고, 직접 해보면서 확인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작고 안전한 상황에서 평소라면 피했을 행동을 아주 짧게 해 보게 한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를 한 층만 타 본다, 발표 전에 바로 도망치지 말고 1분만 자리에 남아 본다 같은 식이다. 이렇게 시도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확인하면서, 불안이 스스로 내려가는 경험을 쌓게 한다. 한 번 어긋나도 괜찮다. 그 실패마저도 다음에 어떻게 바꿀지 알려 주는 힌트가 된다.

주의도 연습하면 강해지는 근육처럼 다룬다. 특정 자극에만 꽂히거나, 나에게만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부정적인 신호만 골라 보는 습관을 줄이기 위해서다. 방법은 단순하다. 흐트러진 걸 눈치채면, 지금 하는 일로 조용히 돌아오는 연습을 한다. 하루에 몇 번, 몇 분만 반복해도 달라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구단을 천천히 외워 본다. 음식을 먹을 때 맛·냄새·온도·질감을 하나씩 느껴 본다. 샤워할 때 물줄기가 피부에 닿는 느낌을 잠깐 따라가 본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창밖 풍경과 소리를 한두 가지씩 골라서 살핀다. 이런 간단한 활동이 지금 이 자리로 마음을 다시 데려오도록 만든다.

허밍이나 콧노래도 좋다. 짧게 멜로디를 흥얼거리면 호흡에 리듬이 생겨 과호흡이 가라앉고, 몸과 마음이 함께 풀린다. 어렵게 할 필요 없다.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위의 행동을 하나만 골라서 해 본다. 이렇게 작은 실험을 반복하면, 불안은 점점 짧게 지나간다.

저자는 13세기 페르시아 시인 잘랄루딘 루미(Jalaluddin Rumi)의 시 「여인숙」을 소개해, 떠오르는 생각을 손님처럼 맞이하라고 말한다. 억지로 밀어내려 할수록 생각은 더 크게 두드린다. 대신 ‘왔구나‘하고 받아들이면 그 안에서 배울 점이 보인다. 이것이 수용전념치료(불안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불안이 있어도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심리치료 방법, ACT)에서 말하는 수용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방법이다.

책의 끝부분에는 불안장애 유형 정리와 취미 100선이 실려 있어서, 지금 당장 무엇부터 시작할지 망설여 질 때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실행 목록이 되어 줄 수 있다.

결국 이 책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안을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읽고 다룰 수 있는 신호로 다시 보게 만드는 실전 안내서다. 임상심리학자 키렌 슈나크가 CBT(인지행동치료), ACT(수용전념치료), ERP(노출 및 반응방지법) 등 근거 기반 기법을 일상 언어로 풀어,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제시한다. 수면·식단·운동·여가·관계 같은 기본 생활부터, 호흡·주의 훈련·기록법·점진적 노출까지 한 호흡으로 연결해 준다.


'오픈도어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이 책의 프로그램은 불안 극복에 도움이 되는 10가지 필수 요소로 구성된 일련의 치료 과정으로 당신을 안내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전략은 범불안장애, 질병불안장애,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등 불안장애의 유형과 관계없이 불안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을 통해 당신을 스스로 치유하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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