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원시인 - 10만 년을 되돌려 되찾는 뇌 설계도
자청 지음 / 필로틱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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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인간은 왜 점점 더 불행해질까.”

기술은 역사상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의 왕보다 많은 것을 소비하고, 훨씬 빠르게 이동하며, 훨씬 오래 산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이유 없이 지치고 불안하며 무기력하다고 느낀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완벽한 원시인』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그리고 예상 밖의 답을 제시한다. 인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잊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동물의 왕국에서 추방했고, 그 추방을 진보라고 불렀다. 그러나 자연의 설계도를 무시한 채 살아가는 동안 몸과 뇌가 작동해야 할 기본 조건들을 하나씩 잃어버렸다. 이 책은 그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하며, 인간의 삶을 10만 년 전 설계도라는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책의 핵심 개념은 인간에게도 존재하는 ‘버튼’이다. 사자에게 고기를 주면 생명력을 되찾고, 사슴에게 풀을 주면 고요함을 되찾으며, 보더콜리에게 초원을 주면 이상행동이 사라진다. 버튼 하나만 눌러도 존재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인간에게도 그런 버튼이 있지 않을까. 저자는 인간의 몸과 뇌에도 10만 년 전부터 존재해 온 15개의 버튼이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우리가 그 버튼을 거의 누르지 않는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는 데 있다. 햇빛을 보지 않는 아침,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의자 위의 시간, 화면 속 관계로 대체된 인간관계, 자연식 대신 가공식품으로 채워진 식탁. 이런 조건 속에서 인간이 정상적으로 행복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리일지도 모른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개인적 경험은 이 주장에 현실적인 무게를 더한다. 철학을 공부하며 행복을 탐구했고 사업적으로도 성공을 경험했지만, 군 복무 시절 강직성척추염이 발병하며 삶은 급격히 무너진다. 몸은 아팠고 사업은 빼앗겼으며 관계까지 흔들렸다. 남들 눈에는 짐처럼 보이는 상황 속에서 그는 자신이 고장 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군병원에서 수많은 책을 읽으며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생물학, 진화, 뇌과학, 역사, 심리학을 넘나드는 책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인간의 뇌는 10만 년 전에 설계되었고 그 이후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는 자신의 상태를 다르게 이해하기 시작한다. 뇌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 뇌가 정상 작동할 조건이 완전히 꺼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햇빛을 보고, 절뚝거리며 걷고, 식습관을 바꾸고,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하나씩 버튼을 눌러가기 시작했을 때 삶의 감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고백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책에서 특히 강렬하게 남는 장면은 멍게 이야기가 등장하는 대목이다.

“당신은 지금 의자라는 암석에 달라붙은 멍게다. 움직임을 멈춘 존재.”

멍게는 태어날 때 올챙이처럼 생긴 유생으로 태어난다. 이 시기에는 원시적인 뇌와 척수를 가지고 바다를 헤엄쳐 다닌다. 그 뇌는 정착할 암석을 찾고 이동 경로를 결정하며 위험을 피하고 먹이를 탐색하는 데 사용된다. 그런데 정착할 곳을 찾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멍게는 자기 뇌를 스스로 먹어치운다. 더 이상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몇 가지 생각이 이어졌다.

우리는 하루 동안 얼마나 움직이고 있을까?

출근해서 의자에 앉고, 일을 하며 의자에 앉고, 집에 와서 소파에 앉고, 밤에는 침대에 눕는다.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삶이 과연 인간의 기본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멍게는 움직임이 끝나는 순간 뇌를 먹어치운다. 인간은 뇌를 실제로 먹어버리지는 않지만, 움직임이 사라진 삶 속에서 집중력과 창의력, 의욕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경험한다.

이것은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몸과 뇌의 구조적인 반응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적인 존재라고 믿지만, 생각 자체가 움직임과 연결된 활동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다.

걸을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운동을 하면 기분이 나아지고, 자연 속에서 생각이 정리되는 경험은 왜 반복되는 걸까. 혹시 현대인의 삶은 똑똑한 존재의 삶이 아니라, 정착한 멍게의 삶에 더 가까워진 것은 아닐까 싶다. 움직임이 사라진 대신 정보와 자극만 넘쳐나는 삶. 그 속에서 우리의 뇌는 어떤 상태로 변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런 질문들을 단순한 철학적 사유가 아니라 뇌과학의 관점에서 설명한다는 데 있다.

많은 자기계발서는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순서를 완전히 뒤집는다.

자기계발서의 변화 공식

생각 → 감정 → 행동 → 인생

뇌과학의 변화 공식

환경 → 화학물질 → 감정 → 생각 → 인생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많은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마음을 바꾸려 한다.

긍정적인 말을 반복하고 결심을 하고 자신을 설득한다. 하지만 햇빛을 보지 않고, 거의 걷지 않고, 사람과 깊이 연결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는 뇌가 행복을 만들어낼 재료 자체가 부족하다. 텅 빈 창고에 제품을 만들라고 명령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 책은 생각을 바꾸기 전에 환경을 바꾸라고 말한다. 햇빛을 보고, 움직이고, 숨을 고르고, 물을 마시고,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 너무 단순해서 사소하게 느껴지지만 인간의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설명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이 메시지는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진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우리는 역사상 가장 편리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이유 없이 불완전하다고 느낀다. 스마트폰 하나로 도파민 체계는 흔들리고,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화면의 빛은 수면 리듬을 깨뜨리며, 움직임이 줄어든 생활은 몸과 뇌를 점점 더 위축시킨다. 인간은 더 똑똑한 도구를 만들었지만 정작 인간 자체는 덜 걷고 덜 햇빛을 보고 덜 연결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기술을 멈출 수 없다면 인간을 다시 복원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완벽한 원시인』은 성공 비법을 과장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이 말하는 변화는 매우 단순하다. 아침이 덜 무겁고 이유 없이 몸이 무기력하지 않고, 우울과 불안이 삶 전체를 삼키지 않는 상태를 이야기한다. 하루를 버티는 대신 살아가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다. 그 변화는 거대한 결심이나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작은 버튼 하나를 누르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남는다.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어쩌면 이미 알고 중요한 사실들을 너무 오래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햇빛을 보고 걷고 숨 쉬고 사람과 마주하는 삶. 너무 평범해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들이 사실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조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단순한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어 주는 것이 『완벽한 원시인』이라는 책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닌가 싶다.


'100인의 비밀 독서단' 활동을 통해

'필로틱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뇌는 생각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틀렸다. 뇌는 움직이기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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