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년습작 - 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글쓰기에 정답이 있을까?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는 이런 것이다라고 한마디로 정의해 줄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김탁환식 답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누군가에게, 어떤일에 매혹당한 적이 있는가. 사랑에 빠지면 그것은 상대에게 매혹당한 것이다. 글쓰기는 마치 연애 같다. 매혹당한다. 하지
만 쉽게 사랑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구애는 끝이 없다.
<변신>으로 유명한 작가 카프카도 자신의 글쓰기 능력에 대해 끊임없는 의심을 하며 불안의 나날을 보내고 생계 때문에 글 쓸 시간이 없다고 한탄했다. 삶을 사는 이상 글을 쓰는 이에게 유리한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핍, 절박함을 글쓰기로 채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발자크다. 발자크의 모습은 글쓰기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자신만의 작업공간과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완전한 고독에 잠기는 밤 시간에 글을 쓴 발자크. 저자는 <발자크 평전>을 읽기전과 읽은 후의 자신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발자크와 폴 오스터의 작업실과 작업 방식에 대한 글은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이미 작가인 사람들까지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많은 시간을 확보하고 그 작업에, 시든 소설이든 잡문이든 나의 글쓰기에 매혹당해 시간의 부재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릴케는 왜 로댕의 작업실에 들어갔는가. 한사람은 시인이고 한 사람은 조각가다. 하지만 릴케는 로댕의 작업을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닫은 것 같다. 결국 모든 예술은 통하는 것일까. 로댕이 조각으로 한 일을 릴케는 산문으로 완성했다. 글을 통해 릴케는 로댕 속에서 릴케 자신을 발견하고, 조각을 통해 로댕은 발자크 속에서 로댕 자신을 발견했다. 그들은 모두 삶의 놀라움에 대해 이야기 하는 예술가였다.
견고한 '나'를 만드는 것도 글쓰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세상에 벌거벗겨지고서도 당당할 수 있는 내공을 길러야 한다.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의 이야기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냥 나의 솔직한 이야기로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보편적인 방법으로 그려져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글 따로 삶 따로의 나날이 아닌 글을 통해 삶을 사는 그 일치의 나날들. 내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하는 것인가를 바라보는 것. 바고로글쓰기가 도달할 가장 높은 경지 중 하나다.사랑, 부끄러움, 증오를 객관화시켜 정확히 쓰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생을 걸고 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른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고통도 이겨낸다. 이미 매혹당해 버렸으니까.
세상에사 가장 한심한 작가는? 바로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바로 초고 집필에 들어가는 자다. 아이디어가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로 구상될 때까지, 작가는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또 작가는 글을 쓰기 전에 많은 글을 읽고, 읽은 글을 정리해야 한다. 책 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나 뮤지컬, 연극 감상한 후에 남기는 소감도 좋은 공부가 된다.
작가는 왜 글을 쓰는가. 처음에는 매혹을 당해서 펜을 든다. 하지만 결국 혼신을 다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그 순간 때문이다. 무언가 깨달음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기쁜일이 있을까. 결국 글쓰기는 삶에 연결되는 것이다. 나와 당신의 인생 그 자체가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와 이야기 만들기의 핵심은 '진심' 그 자체인 것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15 어떤 예술이든 실제로 해보면 대단히 어렵고도 광대해서, 어느 예술 분야에서든 대가의 반열에 오르려면 실로 한평생을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p. 16 아, 어쩌다가 나는 작가가 되었을까. 수많은 답이 가능하겠지만, 그중에서 저는 제가 읽은 책이, 또 그 책들을 질투하며 베껴 쓴 시간들이 저를 작가로 만들어버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p. 20 "글을 쓴다는 것은 시간의 부재, 그 매혹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문청 시절, 재능에 확신이 없어 불안하던, 그렇지만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던 그때, 저는 이 문장을 발견하고 제가 왜 그토록 글쓰기에 매달리는지 단번에 알아차렸습니다.
p. 23 어머니가 매혹적인 것은 어린아이가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p. 31 문제는 외부적 시간의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삶을 사는 이상 글을 쓰는 이에게 유리한 시간은 없다는 지적입니다.
p. 36 첫눈에 반했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 그 첫눈에 반한 것이 과연 상대의 본모습인가는 또 따로 따져보아야 하겠습니다. 저는 상대와 나 사이에 많은 간극이 존재한다고 믿는 편입니다.
p. 42 "네가 쓴 글을 읽으면 널 알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그때마다 나는 '글을'과 '읽으면' 사이에 '바슐라르,만큼'이라는 여섯 글자를 넣고 싶어집니다.
p. 51 발자크는 바로 이 책상 앞에서 살았고, 이 책상 앞에 앉아서 죽도록 일했다.
p. 56 예술가란 자신만의 작업 공간을 지닐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시간을 또한 가집니다.... 예쑬가는 작품과 함께 새로운 시간의 흐름을 만들지요. 작업 중인, 그러니까 쓰고 있는 일에 매혹된 작가는 쓰고있지 않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p. 58 습관이 중요합니다. 저는 무조건 아침에 이야기를 만듭니다. 아침에 글을 안 쓰면 종일 우울하고 불안합니다. 일존의 결벽이지요 .
p. 60 집필!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입니까. 하루에 8시간을 집필에만 몰다하는 것보다 작가에게 더 축복된 생활은 없을 겁니다. 이 8시간을 알차게 보대기 위해 발자크는 최선의 준비를 합니다.
p. 69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언어와 문장에 굉장한 자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문장 하나하나를 내가 왜 이렇게 쓸 수밖에 없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훌륭한 작가와 평범한 작가는 여기서 갈립니다. 계속해서 한 문장에 집중하지 못하면 평범한 작가가 되고 맙니다.
p. 73 예술가는 육체노동자이자 정신노동자입니다. 육체는 정신의 깨달음을 전달하는 도구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작가의 손, 발레리나의 발은 그 자체로 하나의 존재입니다.
p. 76 로댕이 작품에 구현하려고 한 것은 바로 '삶 이 놀라움'입니다.
p. 87 랭보는 시인이 "사물을 보는 자"라고 얘기했는데요. 시간 난해하다고 할 때 그 난해성은 사물 자체에서 오는 겁니다.
p. 90 로댕이 조각으로 한 일을 릴케는 산문으로 완성한 것이겠지요. 글을 통해 릴케는 로댕 속에서 릴케 자신을 발견하고, 조각을 통해 로댕은 발자크 속에서 로댕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보다 더 감동적이고 깊은 배움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p. 130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하게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p. 133 세상에 벌거벗겨지고서도 당당할 수 있는 내공을 길러야 합니다.
p. 146 내가 예술작품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그것이 열정과 관계가 있을 때였다.
p. 149 글쓰기가 주는 기쁨 가운데 가장 강렬한 것이 뭐지 아세요? 누군가 내게 "당신은 바로 내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또는 "이 책은 바로 나예요."라고 말할 때랍니다.
p. 155 사랑, 부끄러움, 증오를 객관화시켜 정확히 쓰려고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생을 걸고 쓰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p. 162 한 개인은 몇 단계에 걸쳐 자신이 믿었던 삶으니 틀을 깨고 새로운 삶으로 도약하며, 이 도약은 그 전에 머물렀던 세계에 대한 부정을 전제로 합니다.
p. 164 모든 것을 배울 것, 모두 읽을 것, 온갖 것의 정보를 수집할 것
p. 179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그 작품을 에워싸고 있는 중요한 키워드들을 먼저 정돈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키워드는 작가와 작품을 잇는 하나의 가는 실 같은 것입니다.
p. 180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이다(괴테)"라는 말이 정말일까?
p. 183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작가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바로 초고 집필에 들어가는 자입니다. 아이디어가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로 구상될 때까지. 작가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합니다.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디까지 얼마나 뻗어갈 수 있는가를 충분히 짚고 가늠한 다음, 그 한계를 넓히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다음, 비로소 작가는 이야기의 첫 문장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p. 189 글을 쓰기 전엔 먼저 많은 글을 읽어야 하고, 읽은 글을 정리해야 하고, 또 치명적인 만남의 순간들을 자신만의 문체로 담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p. 192 동서양을 막론하고 변신 이야기는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p. 217 이 작은 인간들이 수많은 절망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틀어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p. 219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로부터 뺨을 맞았을 때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인간과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
p. 235 평생을 고민해도 이해하기 힘든 삶의 다양한 비밀들을 향해 양 선생은 용감하면서도 섬세하게 다가섭니다.
p. 252 <불멸>은 "이 소설을 읽은 후 인생을 찬찬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라는 놀라운 엽서 한장과 맞바꾸기 위해 쓰여졌을 따름이다.
p. 253 불행이란 '나, 지금, 여기'에 대한 뼈저린 각성에 다름 아입니다. 그런 각성 없이 일상을 편안히 사는 인생과 그런 각성을 만나 일상을 부수고 다른 삶을 꿈꾸는 인생 중 여러분은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