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용산 평화 발자국 2
김성희 외 지음 / 보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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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4구역 재개발의 보상대책에 반발해 온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등 30여 명이 적정 보상비를 요구하며 2009년 1월 19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남일당 건물을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대참사다. 검찰은 사건 발생 3주 만에 철거민의 화염병 사용이 화재의 원인이었고, 경찰의 점거농성 해산작전은 정당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해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은 묻지 않고 철거민 대책위원장 등과 용역업체 직원 7명을 기소한 바 있다.


네이버 검색에서 '용산 참사'를 치면 나오는 지식 백과의 내용이다. 4년이 다 되어 가는 이 사건에 대해 내가 아는 사실이 얼마나 없는지 이번에 <내가 사는 용산>을 보고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재개발은 있는 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은 용산 참사가 아니더라도 각종 재개발 관련 부작용 들을 보며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일련의 사회적 문제들이 곪아서 터진 사건이 용산참사인 것이다. 2012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은 이런 현실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나부터 반성하게 된다. 먹고 살기 바쁘다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의 힘없는 사람들의 처지에 대해 너무 무관심 했던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된다.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행복을 일구어 나간다. 국가에 대한 충성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 만큼 뚜렷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나라에 대한 충성 같은 개념이 굉장히 희박하다. 국민은 나라에 충성을 외치는제 국가는 과연 국민 모두에 대해 평등하게 사랑을 나누어 주고 있을까? 정의란 실제로 존재하기나 한 것일까.

왜 만화일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그나마 만화니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딱딱한 책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접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림도 있으니 그 날의 아픔이 더 크게만 느껴진다. 우리의 이웃과 하나도 다를 바 없었던 그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희생된 것일까.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답답한 마음에 무수한 상념만 머리에서 맴돈다.

철거민 유가족들의 가슴아픈 이야기들을 보며 눈물이 났다. 누가 이런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까? 너무 큰 기대는 또다른 실망으로 돌아오곤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약자들의 외침에 우리 모두의 작은 관심과 사랑, 참여가 필요하다. 유가족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사회를 원망하며 가슴을 치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믿어본다. 다시 새로운 희망을 일구어 나가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어디선지 모르게 솟아오른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이, 언 땅에서 새싹이 고개를 내밀 듯 솟아오른다. 그 새싹은 희망의 싹일 것이다.

맨 마지막 장, 사람들이 모두 모여 즐겁게 맥주 파티를 하는 장면이다. 상상속의 장면이지만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에 마음이 더 아프다. 다시는 가진 자들의 논리로 모든 것이 해결되어서는 안된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싶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 나갈때 우리 다음 세대는 그 달디단 열매를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의가 살아있는 한국을 만나게 될 것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04 서울 한가운데 번화가에서 일어난 참사는 '대한민국'이라는 환상을 껍질째 벗기고, 우리가 똑바로 바라보아야 할 현실을 알려 주었습니다.

p.45 행복은 재물이 많고 적은 데 있지 않다는 걸, 풍성하게 담을 넘쳐나던 호박 덩쿨과 아름드리 목련나무가 가르쳐 줬다.

p.114 '철거민', 우리 그거 빼곤 평범해요. 보통 사람들처럼 장사하던 사람이예요. 우리 삶을, 재개발이 다 바꿨어요. 언제 다칠지 모를 매일이 되었어요.

p.115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을 알려지기 마련이다.

p.131 용산에서만 이삼십 년 산 사람들이야. 이 사람들이 여기 말고 어디서 살 수 있겠어.

p.167 상현아, 아버지는 평생을 정직하게 살려고 애썼다. 정직한 게 죄라면 우리가 지금 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p.174 우리는, 아빠와 엄마와 나는 바람을 막아주는 벽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그냥 살고 싶었습니다.

p.189 살라고 올라온건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

p.225 많은 돈을 바랬던게 아니야. 도심 테러리스트가 되려고 했던건 더더욱 아니고. 이렇게 오손도손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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