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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미국에서 백만 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하고 세계적으로 글쓰기의 바이블이 되었으며 출간된지 20년이 가까이 지나도 여전히 인기가 있는 책" 이 책에 따라 다니는 화려한 수식어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의 최대 매력이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목적으로 글을 쓰는지에 따라 다를것이다. 책의 제목처럼 '뼛속까지 내려가서' 글을 써야 한다면 왜 그래야만 할까? 이 책은 단순히 글쓰기 테크닉이나 방법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보다 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말한다. 글쓰기와 인생 그리고 정신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경계가 없다. 이 책의 비범함은 여기에 있다. 우리의 인생이기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의 인생이기 때문에 뼛속 깊은 곳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글을 읽어 보면 글쓴 사람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의식, 무의식 중에 글쓴 사람의 인생이 우리 눈에도 보인다. 글이란 단순히 '글'이라기 보다는 글쓴이의 인생과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서 <글쓰기의 공중부양> 내용들이 많이 떠올랐다. 나탈리 골드버그가 선체험과 글쓰기를 접목시켰다고 하는데 '글쓰기의 도인' 이외수 선생과 공통점이 많다. 모든 사물을 사랑하라는 말이나 나쁜 사람은 좋을 글을 못쓴다는 내용도 유사하다. 역시 대가들은 통하는 점이 있다.
이 책이 신선한 이유는 작가의 솔직함에도 있다. '월급쟁이들은 시간과 돈을 맞바꿔, 일한 시간에 대한 보수를 받는다. 그러나 작가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지키고 있으며, 그 시간의 중요성과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이다.'라는 말은 글쓰기를 사랑하지만 글만 쓰면서 먹고 살수 없는 많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와닿는 말이다. 저자는 일자리도 없는 궁핍한 처지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면서, 또는 집에 있지만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위안이 되는 대목이 많다.
글쓰기는 고상한 취미라기 보다 자신의 인생을 걸고 해나가야 하는, 물질적 여유가 없어도 계속 무언가를 써나가야 하는 처절한 작업이다. 물론 이런 글쓰기는 스스로 너무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경우다. 왜 사람들은 글쓰기에 매달리는 것일까. 부귀영화와 대박을 노리면서? 만약 이런 글쓰기라면 이미 좋은 글로서 자격상실이다. 글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이 진심이 담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 마치 이 책처럼 말이다. 글쓰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가득 차 넘치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웅장한 스케일의 대작만이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다.'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 자체가 역사고 아름다움 그 자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진실한 마음과 믿음만이 모든 것을 이루어 낼 수 있다. 글쓰기는 그 연장선에 서 있는 것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16 네가 사랑을 믿을 때만이, 사랑이 네가 가야 할 길을 이끌어 주는 법이지
p. 17 자신의 마음을 믿고, 자신이 경험한 인생에 대한 확신을 키워나가야 한다.
p. 19 글쓰기는 매번 지도 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이다.
p. 22 글쓰기는 정신적이면서도 동시에 육체적인 작업이기에 사용하는 도구와 장비에 많은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p. 29 예술은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세계다.
p. 30 글쓰기 훈련은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마음을 지속적으로 열어 나가게 하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스스로에 대해 믿음을 키워 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옳았을 때만 좋은 글을 얻을 수 있다.
p. 31 일단 글쓰기에 빠지게 되면, 왜 그토록 오랜 시간을 방황하고 이제야 책상 앞에 앉게 되었는지 의아해질지도 모른다. 글쓰기도 훈련을 통해서만 실력을 쌓을 수 있다.
p. 41 우리 모두는 저마다 자기만의 비밀스러운 신화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고 그것을 받아들여 준다면, 그보다 더 고마운 일은 없지 않은가.
p. 45 평소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오를 때마다 아이디어를 적어 두는 노트를 따로 마련해 두자.
p. 57 "당신은 진부해!"라는 말을, 멀리서 바람에 날리는 흰 빨래 정도로 여기라. 결국 그 빨래는 마를 것이고, 아주 멀리 있는 누군가가 그것을 개서 집으로 가져 갈 것이다. 그 동안 당신은 글을 쓰면 그만이다.
p. 64 글쓰기를 배운답시고 쓸데없이 대가들과 문학강의를 쫓아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진실은 아주 간단하다. 글쓰기를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당신이 훌륭한 대가를 열 사람이나 만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글쓰기를 배우지 못한다.
p. 71 작가는 두려운 없이 무조건적으로 모든 것을 써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글쓰기와 인생 그리고 정신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경계가 없다.
p. 76 우리는 자기 내면의 세계를 표출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지니고 있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고, "나는 책을 쓰고 있는 중이야"라는 말을 하며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니까.
p. 84 우리의 삶은 모든 순간순간이 귀하다. 이것을 알리는 것이 바로 작가가 해야 할 일이다. 작가는 의미없어 보이는 삶의 작은 부분들마저도 역사적인 것으로 옮겨 놓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p. 92 월급쟁이들은 시간과 돈을 맞바꿔, 일한 시간에 대한 보수를 받는다. 그러나 작가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지티고 있으며, 그 시간의 중요성과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이다.
p. 100 무언가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근원을 찾아가야 한다. 17세기 일본의 유명한 하이쿠 시인인 바쇼는 "나무를 알고 싶으면, 나무한테 가라"고 말했다.
p. 122 윌리엄 블레이크는 '순수의 전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p.151 카페의 번잡스러운 환경은 글을 쓰겠다는 충동을 감소시키기는커녕 중추신경을 계속 바쁘게 움직이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당신이 집중하고 있는 더 깊고 고요한 부분이 자유롭게 흘러나오도록 유도한다.
p.175 자신이 옲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인내심과 유머 감각을 키우라. 의심이라는 생쥐에게 갉아먹히지 말라. 훈련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믿을을 잃지 말고 저 너머에 있는 광활한 인생을 바라보라.
p.189 세상에는 수많은 현실이 있음을 꼭 기억해두라. 우리에게는 그냥 살아가는 우리 삶이 있다. 우리는 그냥 글을 쓰고 싶은 것이면, 그냥 비와 식탁과 음악과 종이 컵과 소나무를 만지고 싶은 것이다.
p.193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또는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 두 가지 모두 근사한 것이짐 하지만. 우리가 긍를 쓰는 이유는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가장 깊은 비밀이다.
p.195 일본에는 뛰어난 하이쿠를 적은 종이를 병에 담아 강니나 개울에 띄워 보내는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것은 작가란 모름지기 자기 작품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아주 의미심장한 우화다.
p.201 독자들 마음 속에 들어 있는 초월적인 세계를 일깨우는 순간이다. 바로 이런 순간 우리는 신을 경험하며 저절로 '아!'하는 감탄사를 터뜨리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하이쿠가 가지는 미덕이다.
p.207 우리는 스스로를 영원불멸한 존재인 것으로 생각하며, 이런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그 시간조차 알지 못한다. 오래 살다가 편안하게 자연사하기를 바라지만 당장 몇 분 후에 죽을 수도 있다.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우리의 숙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숙명에 대한 깊은 고찰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더욱 생동하게 만들고, 현실에 충실하게 만들면,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p. 209 그냥 시간만 채우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시간 속에 엄청난 압력을 가해야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을 때는 목숨 전체를 기꺼이 그 글 속에 집어 넣어야 한다.
p. 218 완벽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전술의 변화와 상관없이 무슨 일이 있어도 글쓰기와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p. 219 작가가 되려면 아주 깊은 믿음이 따라야 한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깊은 진실이다. 그리고 만약 작가가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작가가 되는 것,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나머지 인생 동안 가야 할 길이다.
p. 224 예술은 의사소통이다. 고독의 씁쓸한 맛을 본 사람은, 거기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동지애와 연민을 배우게 된다. 그런 다음에는 비슷한 처지의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에게 당신의 인생을 아려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끌고 나가게 된다. 당신의 글이 또 다른 외로운 영혼이게 닿을 수 있도록 손을 뻗으라.
p. 236 "할머니, 우리는 4년 만에 만난 거잖아요." 할머니는 내가 한번도 곁을 떠난 적이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나를 대했습니다.
p. 248 우리 안에는 누구나 뭔가 천재적인 것이 들어 있으면 그것을 바깥으로 발산시켜야만 한다는 뜻이다. 내면에 있는 풍요로움을 외부에 있는 작품으로 연결시키는 것. 이것이 예술가들이 바라마지 않으면서도 다가서기 힘든, 고요한 평화와 확신감을 얻는 열쇠다.
p.257 '내가 언제 이런 멋진 글을 썼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의 의식과 마음은 항상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p.264 스즈키 선사가 죽음을 앞두고 내뱉은 "난 죽고 싶지 않네"라는 말 속에 씁쓸하지만 명료한 진실이 들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분노나 자기 연민, 자기 비난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진실을 수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