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천페이지가 넘도록, 바울서신으로부터 시작해서 2세기의 기독교 변증가들에 이르기까지 ‘예수섬김‘(예수를 하나님으로 믿고 따르고 예배함)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길고 자세하게 들여다본다. 그리고 결론에서 아래의 밑줄과 같은 주장을 한다. 묵직하다.

앞 장들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던 예수에 관한 여러 가지 다양한 견해들은 우리 시대에 이르기까지 각기 그 견해에 상응하는 결과를 갖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물론이요 기독교 밖에 있는 많은 사람들도 예수를 어떤 분으로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붙든 채 계속하여 씨름하고 있다. 초창기기독교의 예수 섬김 이야기는 이 문제를 놓고 분투하는 현상이 놀라울 정도로 이른 시기에, 화산 폭발하듯 폭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기독교가 앞으로도 계속하여 타당성을 가질 수 있느냐 여부는 그리스도인들이이 예수에 관한 문제에 얼마나 충실히 천착하느냐,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에게 예수 섬김이 의미하는 바를 얼마나 철저히 파고들려고 하느냐에 따라결정되지 않을까 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기독교가 갖고 있는 크기와 잠재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리스도인들이 이 문제들을 놓고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문제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집단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들을 가져올 수도있다. 사실 예수는, 실제로 어떤 의미에서 보면 기독교 자체보다 훨씬 더 큰분이다. 그분이 갖는 호소력은 전 세계에 있는 기독교 신자들보다 훨씬 더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미치고 있다. 복음서에 나오는 저 유명한 갈릴리의 장면처럼 우리 시대에도, 또 그리스도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는 예수의 물음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토론 제목이다. 초창기 기독교의 예수 섬김 역사는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는가가 심오한 결과들을 낳을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 P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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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조국의 시간 -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조국 지음 / 한길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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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겠지만, 그가 힘을 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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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적 페미니즘과 여성 리더십 - 복음주의와 페미니즘의 만남
강호숙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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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적 페미니즘과 여성리더십>. 강호숙. 새물결플러스

저자는 보수교단에 속한 교회에서 자라고 공부를 하고 강의까지 하는 분이다. 학위 제목이 흥미로운데, <교회 여성리더십의 이론적 근거와 실천방안 연구>다. 제목이 왜 흥미롭냐면 목사 안수를 주지 않는 교단의 신학교에서 받은 학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할말이 많지만 줄이는 것으로...위의 이력에 여성주의에 관한 관심이 깊다는 이력이 추가된다.

저자의 이력만 보더라도 저자가 그동안 교회안에서 얼마나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고, 비판의 표적이 되었을지는 충분히 예상된다. 여자 목사가 안 되는 곳에서 그저 교회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곳에 머물며 얼마나 많은 차별을 당했을까...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아래와 같이 말한다.

나는 교회의 부당하고 불공정한 처우나 성차별에 대해 문제의식을 품는 것이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주체자로서의 저항이요 믿음의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성경이 신앙과 삶의 최종 권위라고 믿는 보수 교단에 속한 여성신학자에 의해 성경적 페미니즘이 제시된다면,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가 불식되고, 여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은 물론, 나아가 남녀의 공존과 화해를 모색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7p

저자는 먼저 성경에 따른 페미니즘이 가능하다는 것을 소개한다. 1부에서는 성경적 페미니즘 해석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그동안 남성 중심적으로 독점되어 오고, 곡해되었던 것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성경과 교회의 역사 가운데 나타난 여성 리더십의 예를 구체적으로 확인한다. 가부장, 남성중심적 역사와 맥을 같이 하는 교회가 이제는 그러한 틀을 벗고 여성을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존중해야 함을 역설한다.

남자와 여자가 공히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존귀한 존재인데, 하나님과 복음을 말하는 교회에서 차별이 교회 밖에서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얼마나 기가 찰 노릇인가. (개인적으로 저자를 조금은 알기에 마음 깊은 곳의 분노를 느끼는데....) 아쉽게도 이 책은 보수교회에 페미니즘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서 학문적인 작업에 치우치다 보니 저자가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들이나 감정들이 아무래도 빠져있다.

수많은 학자의 이름이 쏟아져 나오고, 전문가가 아니라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성경해석에 대한 여러 예가 나오다 보니 신학, 성경해석에 대한 입문적 지식이 없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다소 어렵고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다. 여성주의+성경해석+교회사+실천을 함께 엮어서 책을 만들었으니 건드리는 분야가 방대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성경을 축자 영감의 관점에서 기록되었다는 관점을 지지하는 보수교단에 속한 저자가 성경해석과 리더십에 여성주의를 접목하여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워낙 없으니까.... 많은 주제를 다루다 보니 관심이 없는 분들이 읽기에는 다소 벅찬 감이 있으나 여성주의에 깊은 관심을 가진 성도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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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신학이란 무엇인가 - 자유주의 신학의 재구성에서 포스트모던 해체까지
로저 E. 올슨 지음, 김의식 옮김 / IVP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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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라이어마허, 리츨, 트뢸치, 뉴먼, 블롱델, 하지, 도르너, 부시넬, 칼 바르트, 불트만, 니버, 틸리히, 캅, 본회퍼, 몰트만, 판넨 베르크, 구티에레스, 칼 라너, 한스 큉, 발타자르, 칼 헨리, 그렌츠, 하우어워스, 존 카푸토... 현대 신학자들과 두 명의 탈현대 신학자들의 이름이다. 이름만 듣고도 그들의 시대와 주장이 말끔하게 정리가 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해보면 이 모든 사람에 관한 주장과 흐름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보다 ‘그럴 필요가 있나?’라고 질문할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저자는 위에 적어 놓은 현대 신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하되 그 시대 상황을 통해 그러한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 주장의 강조점, 여러 신학자의 평가, 짧지만 자신의 평가까지 곁들여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에서 그 많은 현대 신학자들을 알아야 하는 이유, 적어도 그들을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들을 비롯한 현대 신학 개척자들의 길들을 여전히, 어떤 경우는 그들의 이름도 모른 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에 앞서 길을 걸었던 이들에 관해 아는 편이 더 좋다. 그렇지 않으면 동일한 틀에 빠지고 같은 곳에서 제자리를 맴돌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말 것이다. 그들에 관해 배우면서 스스로 빠져 있는 난국을 이해하고,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앞을 가리키는 놀라운 표지를 발견할 것이다” 949p

9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보니 마음에 남은 흥미로운 주제들이 꾀나 많았다. 그중에서도 여기에 소개된 현대 신학자들이 자신들이 마주한 현대성에 대해 대단히 진지했다는 점이다. 현대성에 진지했다는 말은 과학과 철학의 변화, 발전 가운데 살아가는 기독교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믿는 기독교를 적절하게(말이 통하게) 소개하기 위해서 학문적으로, 그리고 신앙적으로 열정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집요할 정도로 고집스럽게 자신의 주장을 이어나갔다는 뜻이다.

이 점은 위의 신학자들을 함부로 냉소하거나, 그냥 모르고 지나가도 되는 사람들로 치부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적어도 기독교 신앙에 진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존경심을 가지고 그들이 무엇이 말했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주의를 기울여 들어보아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단지 그들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최소한의 존중 없이 현대 신학자들을 무시한다면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처한 난국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시간만 허비하다가 세상의 변화에 그냥 냉소만 하다 휩쓸려 가버릴지 모른다.

현대 신학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읽을 때마다 성경의 권위, 신론, 삼위일체론, 기독론에 대한 논쟁이 시대에 시대를 지나며 이어지고 발전해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책에 나오는 표현대로 하자면 시대에 따라 정통 교리를 번역하는 일이 지속적이 있었고, 그것이 심한 경우엔 변형이 되는 일도 있었다. 저자는 여러 신학자의 비평을 적절하게 소개하고, 필요한 경우 본인이 생각하는 전통 기독교,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개입과 예수님의 역사적 부활을 인정하는 교리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지적한다.

현대 신학자라고 이러한 전통 기독교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두 긍정하는 것도 아니었다. 미세한 차이가 나는 사람,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저자는 각각의 신학자들이 자신이 마주한 현대성의 이슈를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쉽게 요약하여 재미있게 소개한다. 저자는 딱딱해지기 쉬운 내용을 독자들의 흥미를 돋우며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정말 잘 썼다. 물론 보고 또 봐도 모르겠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나 같은 경우엔 틸리히와 칼 라너가 그랬다.)

청어람에서 진행하는 ‘신학책 함께 읽기 챌린지’에 참여하여 매일 정해진 분량을 여럿이 함께 읽고, 서로의 느낀 점을 공유하며 더 흥미롭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함께 읽지 않았으면 바쁘다는 핑계로 못 읽지 않았을까...ㅎㅎ 참여한 분들의 반응을 보아도 이 책은 두껍지만, 정말 추천할만한 좋은 책이다. 나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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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람들이 이들을 비롯한 현대 신학 개척자들의 길들을 여전히,
어떤 경우는 그들의 이름도 모른 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에 앞서 길을 걸었던 이들에 관해 아는 편이 더 좋다.
그렇지 않으면 동일한 틀에 빠지고 같은 곳에서 제자리를 맴돌면서 시간을허비하고 말 것이다. 그들에 관해 배우면서 스스로 빠져 있는 난국을 이해하고,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앞을 가리키는 놀라운 표지를 발견할 것이다.
- P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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