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사건이 있을 때마다 지당하신 말씀은 범람한다.
그러나 지당하신 말씀은 무력하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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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분을 넘길지 잠시 고민이 되었는데, 아무래도 목사이니 복음서를 보는 게 좋겠다 싶어서 복음서를 넘겼습니다. 한 박사는 그시절을 회상하듯 잠시 멈추었다가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성경을 넘긴 다음 날부터 그 방에서 찬송가 소리가 들려오고, 기도 소리가 들려오고, 끌려 나갈 때 자세가 당당해지고, 며칠 동안 고문을 당하고오면서도 본회퍼가 그러했듯이 자기 성에 돌아오는 성주처럼 그 목사의 발걸음이 당당해졌습니다. 한 박사는 그 이야기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수가 들어가니까 삽니다!" 지금도 이 말을 생각하면 제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극한적인 상황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진실이 거기에 담겨 있습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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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행동의 기준을 옳고 자연스러운데 두기보다는 무엇이 더 이로운가에 두는 게 당연한일로 되었고 그런 행동이 보다 세련된 행동으로 보이니끔찍한 일이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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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정도로 해두자. 그러니까 기계가 부드럽게 돌기 위해서 알맞은 양의 기름을쳐야 하는 것처럼 한 가정이 가족끼리의 친애감을 유지하면서, 제각기의 삶도 즐겁게 영위하기에 알맞은 만큼만돈이 있는 집을 보통 사는 집으로 치면, 기름이 너무 없어부속품끼리 쇳가루를 떨구며 마멸해 가는 상태는 가난이겠고, 기름이 너무 많아 기계를 조이고 있던 나사까지 몽땅 물러나 기계의 부분품들이 따로따로 기름 속을 제멋대로 유영하는 상태가 아마 부자이겠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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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대학에 다니는 애들이 아침에 학교 갈 때마다데모하지 말라고 이른다. 혹시 데모에 휩쓸리게 되더라도행여 앞장서지는 말고 중간쯤에서 어물쩍거리다가 뒷구멍으로 살금살금 빠지라고 이른다.

그 애들의 경멸의 시선이 다소 따갑지만 웅얼웅얼 그런 소리를 한다. 나는 올 1년 내내 이렇게 가족들에게 비겁과 보신(保身)을 가르쳤다. 잠 안오는 밤 문득 이런 내가싫어진다. 구역질 나게 싫어진다.

이런 1년을 보내고, 또 한 살 미운 나이를 먹고, 추한나이테를 두를 내가 싫다. 잠 안오는 밤, 나는 또 1년 동안 내가 작가랍시고 쏟아 놓은 말들이 싫어진다. 나는 또 작가랍시고 느닷없이 선택을 강요당했던 찬반(反) 앞에서 무력하게 떨던 내가 싫다. 찬반 중 어느 쪽이 내 소신인가 보다는 어느 쪽이 보신에 이로울까부터 생각했던 내가 싫다. - P246

그렇지만 이광수의 가야마 미쓰로만은 용서할 수가 없다. 이해할 수는 있어도 용서할 수는 없다. 그가 작가였기에, 침묵만 했어도 독자들에게 감사와 용기를 줄수 있을 만큼 영향력 있는 작가였기 때문에 그를 용서할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그를 용서할 수 없는 한 나는 내가 작가임을 두려워할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그처럼 문학사에 남을 작가는 못될망정 작가라면 마땅히 그 시대의 고민을 앞장서 걸머져야 한다는 엄청난 고난의 운명 때문에 작가라는 이름이 두렵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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