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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하늘과 새 땅
리차드 미들톤 지음, 이용중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5년 7월
평점 :
새 하늘과 새 땅. 리처드 미들턴. 새물결 플러스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을 하나님께서 포기하시겠는가?”
아니다. 우리 아들이 블록으로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도 소중하게 여기는데, 하물며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과 사람들이랴.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 망가졌지만 하나님의 아들이 오셨던 세상, 죽으시고 부활하셨던 세상, 그리고 그 아들이 다시 오실 곳이 바로 이 세상이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포기하신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러하실 것이다. 하나님은 처음부터 이 세상을 사랑하셨고,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하실 것이다. 이것이 성경의 거대한 줄거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 중에 정말 많은 이들이 하나님께서 이토록 소중하게 여기시는 세상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천국에 대해서 말하지만 사람도 잘 모르고, 우리 사회는 더더욱 모르고, 그래서인지 하나님을 말하면서 하나님을 잘 모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하나님을 사랑한다 말하면서 하나님의 관심사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니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천국에 갈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저자는 ‘소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신자들이 ‘천국 소망’을 말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천국’이 성경이 말하는 ‘천국’과 다르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새 하늘과 새 땅’은 5부, 성경 전체의 줄거리, 구약이 말하는 천국, 신약이 말하는 천국, 마지막 때에 일어날 일들, 그리고 이러한 성경의 주장들이 신자들에게 요구하는 윤리적인 삶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챕터마다 성경구절들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해석하며 ‘내 말이 맞지?’ 하며 독자들을 설득한다.
종말과 관련하여 잘 몰랐던 구절들, 잘못 알고 있던 구절들을 한꺼번에 모아 볼 수 있었는데, 저자의 해석을 따라가며 읽으면서 구약도, 신약도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하나님께서 회복하고 계시는 세상이고, 우리를 그 일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신다는 것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성경이 말하는 천국은 우리가 가야 하는 저 하늘에 있는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곳에 이미 임했고, 앞으로 온전하게 임할 하나님의 통치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앞으로 임할 ‘천국’을 믿음으로 준비하는 것이고, 그러한 준비는 이 세상의 일들과 밀착되어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하셨던 예수님 말씀을 생각해 보았다. 예수님도 사람들에게 잘 믿으면 천국에 갈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 믿으면 천국에 갑니다.’라는 말을 ‘예수님 믿으면 천국이 옵니다.’라고 바꿔야 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천국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은 말만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천국이 왔다고 말을 하는데, 말하는 본인조차 하나님의 통치를 기뻐하지 않고 따르지 않는데, 어디에 가서 그 말을 할 것인가? 그래서 우리가 평소에 ‘천국에 갈 것이다’라고 하는 말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바로 윤리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대신 ‘천국이 왔다’고 말하며,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들이며 사는 사람에게는 믿음이 필요하다. 바울이 말했던 것처럼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힘쓰는 자들’이 되려면 ‘우리의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요구한다는 말이다.
이 책을 함께 읽은 청년 중에 한 명이 이런 얘기를 했다. ‘그러면 우리는 왜 이렇게-천국에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나요?’ 가르치는 사람으로 부끄러웠지만, 앞에서 잘못 가르쳤으니 그렇게 된 것이고, 성경을 믿는다고 하면서 성경조차 꼼꼼하게 보지 않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다행이도 저자는 직접 성경을 찾아서 우리가 잘못 믿고 있는 것들을 짚어주고, 꼼꼼하게 교정하며 성경이 말하는 소망을 밝히 보여준다. 그러면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천국’, 습관처럼 말하는 ‘천국에 갈 것이다.’라는 말이 얼마나 잘못 되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토록 뿌리 깊이 내린 우리의 ‘미신’을 확인하고, 걷어내는 것에 도움을 주는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읽기에는 조금 어렵게 서술했다는 것이다. 원어와 신학 용어들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읽다가 많은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중요한 내용은 좀 더 쉽게, 좀 더 재미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할 일 같은데...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