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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ㅣ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11
피터 마셜 지음, 이재만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평점 :
피터 마셜. <종교개혁>. 교유서가
역사를 한때 좋아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역사서, 특히 교회관련 역사서들과는 거의 담을 쌓고 살았던 것 같다. 지난달에는 하도 종교개혁 500주년이라고 해서 최주훈 목사의 <루터의 재발견>이란 책과, 교유서가에서 나온 첫단추 시리즈 중 하나인 <종교개혁>을 읽었다. 이런 거 보면 나는 참 귀가 얇은 사람이다.
둘 다 괜찮은 책이었는데 한 권은 루터 전문가 목사님이 루터의 이야기들을 토대로 오늘 날의 교회와 성도들이 적용할 점들을 찾는데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다면, <종교개혁>이라는 책은 저자의 말대로 복수의 ‘종교개혁들’에 초점을 맞추어 그 개혁들이 종교, 사회, 문화에 걸쳐 어떤 영향력을 미쳤고, 어떤 유산들을 남겼는지에 대한 대강의 이야기를 해준다. 두 권 모두 역사책이긴 하지만 입문서이고, 한 권은 적용을 위해서, 한 권은 다양한 분야의 영향력들을 제시하기 위해서 글을 쓰다 보니 자세한 근거나 분석을 제시하진 않는다. 만약 이 주제들에 관심이 있다면 대략의 스케치와 주장을 담고 있는 이 책들을 디딤돌 삼아 다른 책들을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종교개혁>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먼저는 종교개혁에 대한 저자의 도발적인 평가들이었다. ‘(하필이면) 성찬을 두고 개혁가들 사이에 너무나 지루한 싸움이 있었다’는 지적이나, ‘오늘 날의 창조 과학과 같이 텍스트에 지나친 권위를 부여하면서 지동설을 반대했다’는 지적들은 뜨끔하기도 하면서 개혁주의 노선에 있는 많은 성도들이 반성하면서 생각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틈틈이 종교개혁이나 근본주의 신앙인들을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것도 귀 기울여 볼만 한데, 이 책의 백미는 종교개혁이 개혁가들의 의지나 의도와는 별개의 영향력들을 남겼다고 아래와 같이 지적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종교개혁의 가장 중요한 결과들은 실은 역설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과 가톨릭 종교개혁은 사회적, 종교적 균일성의 창출을 지향했으나 목표와 달리 다원주의의 형태들을 산출했으며, 그 형태들은 뒤이어 세계의 가장 먼 지역들에 수출되어 모방되었다. 종교개혁은 국가의 정치적, 정신적 권력을 강화하겠노라 약속했지만, 국가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문법과 어휘를 낳아놓았다. 종교개혁은 이단과 그릇된 믿음을 뿌리 뽑고자 했지만, 예전에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정도까지 주춤주춤 오류를 용인했다. 종교개혁은 사회 전체를 신성시하겠다고 나섰지만 장기적으로 사회가 세속화될 여건을 조성했다.”
이 책을 보면서 종교개혁에 얼마나 다양한 갈래가 있었고, 어떤 방향으로 흘렀고, 우리에게 어떤 유산들을 남겼는지, 교회사가가 아닌 역사학자에게 듣는 재미가 있었다.(저자는 교회사를 교회사가에게 맡기기엔 너무나 중요하다는 말도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나름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기 위하여 노력한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