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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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가난한 청년들에 대한 인상적인 기사를 읽었습니다. 기자는 그들이 우리 주변에서 잘 눈에 띄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두 가지를 말합니다. 하나는 천정부지로 높아진 주거비용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청년들이 일해야 하기 때문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그들에 대한 적잖은 사람들의 편견 때문이었습니다. 청년들이 가난해지는 건 그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편견 말이죠.(더 안타까운 건 그들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참 많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러한 편견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가난한 청년들을 이류 시민으로 규정을 짓고, 시야에서도 사라지게 한다고 말하며 기자는 안타까워했습니다.

 

<길에서 만난 세상>에는 그렇게 우리의 눈에서 사라진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을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어린 엄마들, 도시의 노인들, 농촌의 청소년들, 한국에 사는 무슬림들과 아시아 여성들, 막장에서 고생하다 병을 얻은 사람들....우리와 함께 살고 있지만 놀랍게도 우리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해줍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 아픈 부분은 이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게 만드는 이유들-가난과 사람들의 잘못된 시선-이 지금도 그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점점 멀어지게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결국 평범한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죠. 이 책은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우리가 규정하고 있는 평범함이 어쩌면 잘못된 우리의 편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짧은 분량에 다양한 사람들을 포함시키다 보니 각각의 내용들이 그렇게 풍성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분량으로도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을 인정하지 못하는지, 우리가 찾아가서 섬기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가 악한 이 세상에 얼마나 동조하며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이 책은 2006년에 나왔는데 그 후로 이 책을 기획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러한 작업들을 얼마나 발전시켰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후속 작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한 번 살펴보고 싶습니다. 교회를 다니면서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외치지만 우리의 시선이 지나치게 교회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섬겨야 하는 이웃이 누구인지를 잘 보여주는 좋은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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