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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평점 :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문학동네
프랑스의 한 도시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늙은 창녀와 그녀가 키우는 아이들, 그중에서도 모모라 불리는 한 아이(청소년)의 이야기다. 모모를 키운 로자 아줌마는 늙고 병들어 점점 죽어간다. 모모는 자신의 부모도 모르고 생일도 모르고 심지어 자기 나이도 정확히 모른다.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면 로자 아줌마가 그를 아낀다는 것이고 그도 아줌마를 사랑한다는 정도다.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아줌마가 모모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모모는 학교도 못 가고 또래의 친구들도 없어서 거리를 떠돌며 물건을 훔치거나 함께 사는 아이들을 돌보거나 주변의 어른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오죽하면 그에게 친구는 아르튀르라 이름을 붙인 우산일 정도다. 모모는 엄마와도 같은 그녀의 괴로운 마지막을 함께 한다. 그러면서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아줌마를 힘을 다해 돌본다. 그를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은 모모에게 고통스럽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오랜 시간 살아야 하는 것 역시 모모에게는 고통스럽다. 결국 로자 아줌마는 숨을 거두고 남겨진 모모는 자기 앞에 남겨진 생을 두고 고민한다.
설정이 매우 독특하다. 프랑스가 배경이지만 유태인 창녀, 아랍계 아이가 주인공이다. 주변인들도 비슷한 사람들이다. 책이 쓰일 당시를 생각해보면 이스라엘과 중동의 여러 나라들이 전쟁을 하던 중이었는데 의도가 있는 설정 같다. 또 하나 흥미로운 설정은 모모의 나이가 10살이었다가 갑자기 14살이 되면서 생각과 행동이 갑자기 부쩍 자란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 점이 더욱 생생하게 부각된다.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 설정, 펼쳐지는 이야기를 보면 사람들의 고정관념, 편견에 대항하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는데 모모를 통해 자신도 그러한 세상의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책은 시종일관 낯선 배경에 우울한 분위기가 계속되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러한 느낌이 드는 것도 내가 주변 사람들을 내가 익숙한 생각과 기준으로 쉽게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폭로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책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전 명동에서 연극으로 공연했다는 얘길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검색해보니 이미 끝나버렸네. 아쉬웠다.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 사람, 사랑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며 나와 세상을 돌아보게 하는 이 책,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