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선의의 경쟁이라지만 경쟁은 곧 싸움이다. 내가 붙으면로 하나는 떨어진다. 그래서 입시지옥이라 하지 않는가. 붙으면,천국이고 떨어지면 지옥이다. 내 자식을 천국에 보내기 위해 남의자식을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이 비정한 현실에서는 성직자도 지식인도 모두 악마가 되어야 한다. 213p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우리는 언제 이렇게 가난한마음으로 서로를 믿고 살 수 있을까? 전쟁고아든 식모든 술집 아가씨든 교도소 안의 죄수는 모두가 조금씩 다른 모습의 사람들끼리왜 믿어 주지 않는 것일까?남쪽은 북쪽을 믿지 못하고 북쪽은 남쪽을 믿지 못하고, 서로가도둑이라고 욕을 하다가 시간이 흐른 뒤 어느 날, 그것이 일방적인오해였음을 알았을 때, 우리는 씻지 못할 상처만 남길 뿐이다. 이웃집 개도 사람을 두세 번 보면 그다음엔 꼬리를 치며 반긴다. 189p
그러나 재해석이란 (역사를 정한하게 재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재해석은 창조적인 다시 쓰기(creative rewriting)와 부분적으로는 재개념화(recon-ceptualizing)까지도 포함한다. 변화하는 시대와 변화하는 문화적 상황은 이러한 과정을 요구한다. 예수께서 재해석되지 않는다면 살아서 숨 쉬는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없으시다.
어머니의 사랑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드생명들의 의무이며 권리이다. 새끼들에게 젖을 다 빨리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어미 개도 그렇고, 둥우리에서 한 달 가까이 알을 품는 새들은 새끼를 위해 하루 종일 먹이를 물어 나른다. 팔려 간 송아지 때문에 눈물 흘리는 어미 소가 그렇고,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날개 밑에 숨겨 놓고 자신은 불에 타 죽는 까투리도 있단다.182p
거리마다 퇴폐 업소와 향락 산업이 널려 있는데 내 자식만 깨끗하고 온전해지길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비틀린 역사와부도덕한 사회에서 일류 대학교라고 하여도 참다운 인간 교육이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강물이 다 썩었는데 어느 산속의생수를 비싼 돈으로 사 먹는다고 건강할 수는 없다.어머니의 사랑은 대지와 같은 건강한 바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 나눌 수 있는 어머니의 사랑은 내 자식만을 위하는 옹졸한 이기적 사랑에서 벗어나 더 큰 사랑이 되게 할 수 있을 것이다.내 자식 남의 자식 가리지 않고 온몸으로 불의와 맞서서 버티는 어머니만이 바로 한국의 어머니며 인류의 어머니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수도꼭지만 지키지 말고 더 큰 강물을 지키는 어머니가 되자. 186p
요한은 마가의 이야기를 전제하는 암시적 공간을 남겨놓은 채, 예수가 그의 어머니, 형제들, 그리고 제자들과 함께 가나를 떠나 가버나움에 갔고, 거기서 잠시 머물다가 유월절을 지키러 예루살렘에 갔다고 기록한다(2:12), 자신의 이야기 속에 마가의 이야기들을 위한 공간을 남겨 놓는 일을 요한은 다른 곳에서도 한다. 26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