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들 세트 - 전3권 - 1960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이승재 옮김 / 더모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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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에 안기는, 만든 정성이 느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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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 로맨스에서 돌보는 마음까지, 찬란하고 구질한 질문과 투쟁에 관하여 앳(at) 시리즈 3
신성아 지음 / 마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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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그래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다 읽어‘냈’지만, 읽는 게 힘들었다. 꾹꾹 누른 것이 분명하게 보이는 데도 분노는 크고 다독이는 희망은 불분명하게 웅얼거리는 것 같다.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해야만 한다”가 너무 많아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꼭 이렇게까지 따지고 살아야 하나, 의도를 봐주고 이해하지 못한 채로 용서하고 넘어가는 게 나쁜가, 중요한 건 결국 이 난국을 “넘어서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안다. 그렇게 좋은 의도니까 좋다고 넘어가기만 한 순간들이 문제들을 더 딱딱하게 만들어 진짜 해결헐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저자는 이 문제를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으려고 집요하고 단호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을. 공감한다. 그러나 그런 마음만으로 무슨 도움이 될까? 실제 생활에서의 나는 몸이 힘든 것보다 논쟁이나 토론으로 진전하지 못하고 감정만 다치게 되는 말싸움을 피하려 ’의도가 나빴던 것은 아니잖아‘ 라며 돌아서고 만다.

이 책의 논지와는 다소 관련 없는 이야기: 빅5의 한 곳에서 소아혈액종양 전임의로 2년간 일했던 것이 벌써 10여 년 전이다. 저자가 백혈병 진단을 받은 어린딸을 돌보게 되면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쓴 것이라고 해서 읽어보자 한 것이었는데 글의 분노의 밀도가 높아 좀 당황스러웠다. 이론이나 막연한 당연으로 생각했던 것을 -실재로 겪은 몸의 글을 통해서지만- 직접 맞닥뜨렸을 때의 당황스러움, 충격이다. 나는 늘 그 어려운 치료(라고 쓰고 고문이라 읽어야 하는 건 아닌가…)를 그냥 견디고 통과하고 울다가도 웃는 아이들에게 감동과 경외감을 느꼈다. 보호자(주로 엄마였는데 그때는 나도 그게 이상하거나 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들도 존경스러웠지만 아이들에게 마음이 가는 것보다 더 신경쓰지는 않았다. 소아백혈병의 왼치율(5년 무병생존률)은 그 당시에 이미 80% 이상이었지만 뒤집어 말하면 20%의 아이들은 잃게 되는 거다. 고형암의 경우 생존률은 비슷하거나 더 낮았다. 그 2년 동안 몇 명의 아이들을 보냈는지… 한 명도 떠나지 않는 주일이 드물었고 때로 매일 보내기도 했다. 2년 째 가을쯤이었나 신경모세포종이 세 번째 재발한, 만 여섯 살 쯤 산 아이에게 사망을 선고하고 울음이 터졌는데 울고 또 울면서 이러다 뇌수가 다 빠지는 건 아닌가 하는 웃기는 생각이 잠깐 떠올랐는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게 나의 번아웃이었다. 환자나 보호자는 야속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웬만한 ’멘탈‘을 갖추지 않은 의사는 환자나 보호자에게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환자는 여럿이고 그렇게 자기를 쪼개주다 보면 결국 누구도 돌볼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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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이거 - 2008년 부커상 수상작
아라빈드 아디가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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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구매목록을 뒤져보니 2015년에 다운받았다. 맨부커상(2020년부터는 그냥 부커상이 되었단다. 몰랐다)을 수상작에 실망한 일이 거의 없어서 매년 수상작이 발표될 때마다 역대 수상작들과 쇼트 리스트에 올랐던 작품들의 번역본을 검색해서 일단 지르고 보는데 아마 2015년에 가장 대대적으로 뒤졌나보다. 이 책은 그때 분명 종이책은 품절 또는 절판이었다. 그런데 마침 전자책은 있어서 ‘맨부커를 전자책으로 사다니 ㅠㅠ’(그때만 해도 전자책은 뭔가 책을 제대로 대접하는 방식이 아닌 것 같아 책장에 꽂혀 있지 않아도 그만일 것 같은 책만 전자책으로 본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종이책을 꽂을 자리가 없고 종이책보다 월등한 휴대성과 가독성에 오히려 전자책을 선호하는 것도 같지만…) 이랬던 기억이 있다.

그걸 이제 읽었는데… 아, 정말 대단한 소설이다. 가난한 사람을 밟고 또 밟아 그들이 스스로를 물건으로 여길 때까지 밟아 자기 뱃속만 채우는 천한 자본가들의 발밑에서, 자유를 찾아 기를 쓰고 빠져 나오는 무나-발람. 그리고 인도. 그리고 사람. 재미있고 끔찍하고 짠하고 뭉클하고 멍하다… 두어 해 전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그것도 볼까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누구보다도, 소설 속에 묘사된, 너무 밟혀서 밟히지 않는 삶을 상상하지도 못하는 인도의 어둠의 세계 거주민들이다(인도 인구의 99%). 하지만 이들은 대체로 문맹이고 생존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은 활동-이를 테면 독서-에 쓸 여유의 힘은 없겠지… 이건 물론 인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학이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는 닿지 못하는… 자본가 계급에서 깨어 있다는 이들이 이런 책을 읽고 뭔가 깨달아 세계를 역전시키려고 행동에 나선다 해도, 그들이 동정심에서 행동에 나선 거라면 노예 상태에 완전히 길들여진 사람들을 결국엔 더 모욕하고 말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처녀작으로 맨부커를 거머쥔 작가의 다른 책들은 번역된 게 없나보다. 아쉽다. 한국어책도 쌓아놓은 게 많아서 남의 나라 말 책까지 찾아볼 여유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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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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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다운받았는데 오늘 읽었네. 아주아주 초장부터 누가 나쁜놈인지을 장르소설적 공식(?)에 따라 알아채긴 했다. 그래도 그 나쁜놈이 본색을 드러낼 때까지 펼쳐지는 모험들이, 홈즈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홈즈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주인공이 지나치게 순진하고 범죄가 21세기적으로 잔인해 보인다는 건 감점 요소. 실크하우스의 비밀도 읽어보고 싶게 됐다 으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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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붉은 박물관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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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추리소설은 시간 순삭.
하긴 잘 쓰인 이야기는 장르 불문 시간을 축소시키긴 하지만.

책 뒤에 붙은 해설에서 이 소설은 엘러리 퀸 류의, 탐정(사건 해결자)이 독자보다 결코 더 많은 정보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추리로 진실을 간파해내는 것을 보여준다고 극찬한다. 이런 소설에서는 추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탐정이 설명해 주기 전에 범인을 맞출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사건들은 그 전모가 너무나 추리소설적으로 고안된 것이라는 느낌에 오히려 뒷맛이 깔끔하지 않다. 조미료 맛만 잔뜩 나는 요리를 먹은 후의 더부룩함이랄까. 다섯 건의 사건 중 한 건만 범인을 비스무레하게 맞춘 내 빈약한 두뇌 탓일수도 있다.

이 소설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문득 든 생각: 일본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몇몇 추리/미스터리 장르소설 외에는 별로 읽은 게 없고 그나마도 전부 한국어 번역본이긴 하지만, 번역자가 누구냐에 관계 없이 뭔가 문장의 느낌이 비슷하다. 간결체에 현재 시제, 다나까 대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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