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전에 이 책을 읽었었다. 10주년 기념 개정판은 당연히 아니었지만. 줄거리는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굉장히 하드보일드하고 크고 묵직한 상상력에 책장을 덮으며 정신이 얼얼했던 느낌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하고 있던 것은 주인공이 각성하여 자기가 붓다인지 보디사트바Bodhisattva인지라는 걸 알았다는 것이다. ‘보살’을 영어로 Bodhisattva라고 한다는 걸 이 책에사 배운 줄 알았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이라면 여기까지 보고 얘가 지금 무슨 책 얘기를 하고 있나 하시겠지?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매우 당황했다. 건조하고 하드보일드풍이긴 했지만 묵직한 느낌은 없었고 절반을 넘어가도 붓다의 ㅂ이든 Bodhisattva의 B든 나올 기미가 없었는데 결국 안 나오기 때문이다. 정말 읽었다면 죽은 사람이 좀비도 귀신도 아닌 상태로 되살아나 돌아다니는 독특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이상한 일로 여겨졌는데…(솔직히 내 기억력은 내가 매우 과대평가하는 몇 가지 중 하나이긴 하지만서도…)그래서 분명히 읽었던 책인데 전혀 처음인 것처럼 또 재밌게 읽었다. 좀비도 귀신도 아닌 되살아난 죽은 사람 외에 인상적인 삽화라면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의 어린이 연쇄실종사건의 전말. 읽으면서 정말 심장이 쿵 떨어졌다. 누군가의 숭배가 존재의 필요조건인 신보다는 그런 것 없이 존재할 수 있는 인간으로 사는 것이낫다는 이야기도 내 기준으론 약간 교과서적이긴 하지만 마음에 들고. 닐 게이먼은 유머러스하게 굴 때(예를 들면 <멋진 징조들>)보다 이 소설이나 <샌드맨> 같이 건조하고 살짝 괴기스러운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챗지피티를 써서 내가 이 책이라고 기억하고 있던 책이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라는 것을 알았다. 내친 김에 그것도 다시읽어볼까 싶었는데 종이책은 모두 절판이고 전자책도 없네. 뭐 엄마 집에 종이책이 있으니까 언제든 다시 읽어보면 되겠지만.이제 다시 벽돌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