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완전히 틀릴 수 있어. - P22

오로지 알맞은가. 그것이 중요했다. 너는 완전히틀릴 수 있어,와 너는 틀렸어,는 낮과 밤만큼 달랐다. 알맞지 않은 단어는 따가웠고 잘 들어맞는 단어는 부드러웠다 - P22

너는 관심 없으니까 말 안 했지. 가고 싶으면 같이 갈래? 근데 너 맨날 안 된다고 하잖아. - P24

그때마다 엉뚱한 것으로 서운했던 마음이 다 풀어진 것도 나은우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서운한 마음 따위는 김지완과 함께하는 다른 시간으로 깨끗이 지워졌다. 진짜로 깨끗하게는 아니지만. - P25

멋없어.
그 말을. - P27

나은우도 김지완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나은우는 김지완이 일러준 대로, 나은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니 알 것도 같은 사이에, 김지완을 졸업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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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결별에도 훈련이되어 능숙해진다. 자꾸 버림을 받다 보면 충격도더 큰 수용력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 능력을물리학에서는 ‘탄성résilience‘이라고 부른다. - P48

하지만 때때로, 결별은 파괴적이다. 붕괴가위협적으로 닥쳐오는 것이다. - P49

눈앞에서 완결되는 재앙을 바라본다는 것.
별들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 우리 이야기의결말을 지켜본다는 것, 우리 없이 이미 쓰인 다른이야기의 시작을 본다는 것.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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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우가 김지완을 알게 된 건 졸업 즈음이었다. 강의계획서만 보고 신청한 교양 수업이었다. - P9

나은우는 김지완이 자신을 따갑지 않은 상태, 더할 나위 없이 딱 알맞은 부드러운 상태로 데려다줄 것임을 알았다. 김지완은 속이 꽉 찬 작은 열매 같았다. - P10

김지완이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더니 가방에서 플라스틱 병에 든 보리차를 꺼내 나은우 쪽으로 밀어 주었다. 드실래요? 딸꾹. 감사합니다. 예. 딸꾹. 보리차는 미지근했고 달았다. - P10

다. 나온우는 김지완의 말에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떤 질문을 더 해서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잘 몰랐다. 나은우는 그런 것에 서둘렀다. 내가 관심 없는 것에 관심있는 상대에게 관심을 표하는 방법 같은 것에 대해 - P11

근데 난 사실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런 말을 할 때, - P16

그럼 넌 기대도 실망도 하지 않고 뭘 하니?
생각을 모아둬.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는 생각들이 있는지, 그 순간에만 반짝거렸던 생각은 뭐였는지 생각하면서. - P17

반짝거리는 생각은 꽂힌 생각이나 다름없어. 순식간에꽂히고 순식간에 뽑혀. - P18

시간과 김지완과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는 것 같았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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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때때로, 결별은 파괴적이다. 붕괴가위협적으로 닥쳐오는 것이다. 마치 J.-B.
퐁탈리스가 자신의 한 환자에 대해 한 말처럼. "그는,
사랑하던 사람이 갑자기 당신을 떠나버리면 당신도빨려들어갈, 그런 모종의 붕괴 상태에 있다."" - P49

명백히 드러나는 바는 우리의 내밀한 사막,
우리의 근본적 불안이다. 우리가 감추고자 했던 저깊은 공허함과 연결되어 있다. 만일 누군가가 우릴떠난다면, 어쩌면 그건 우리가 어떤 사람이어서가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이 아니어서일지도 모른다. - P47

이 여행은 해방, 재충전, 내 몸과 머리를 완전히씻는 여행이 되어야 했다. - P41

버림받은 사람이 겪은 경험에서 사랑에 대한몇 가지 진실이 드러난다. 만일 결별을 당했다면,
우선 거기에는 심리적 차원이 있다. - P44

눈앞에서 완결되는 재앙을 바라본다는 것,
별들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 우리 이야기의결말을 지켜본다는 것, 우리 없이 이미 쓰인 다른이야기의 시작을 본다는 것.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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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끈기 있고하룻밤에 무너지진 않을 것이니."!
-니체, 『반시대적 고찰』 제2편

단절rupture이 깔끔한 절단coupure이면 좋을 것이다. - P9

사랑의 쓰라린 단절, 우울로 인한 희끄무레함,
무기력한 처짐, 주체의 소멸, 아니 그 삭제. 수증기가되는 듯한 기화. 밀도를 잃어버리거나, 그 반대로유예가 없는 고통, 그 생생한 감각과 섬광들. - P13

우리는 모두 삶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우리를 고문하는 경험들을 거쳐 간다. 하지만 모두가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내적으로약한 사람도 있고, 강한 사람도 있다. 어원이일깨우듯 고문torture 이란 곧 쥐어틀기 torsion다. - P15

만일 어떤 사건이 단절을 초래했다면, 그게 그저방아쇠 또는 구실에 불과했을까? 내밀한 균열은 이미오래전 존재했고, 나라는 자아의 통일성이 서서히와해되다 급기야 터진 것 아닐까? - P19

지금까지 나를 먹이고 감싸고 보호하던것이, 이제 나를 잡아먹고 나를 소모한다. - P31

주체가 자신보다 훨씬 강한 무언가열정이나고통의 부름을 받거나, 그것에 사로잡히거나매료될 때, 자신보다 더 우월한 힘-사랑, 고통,
슬픔에 자신을 빼앗기고 다시 정의될 때, 그는 더이상 지금까지의 자신에 단순히 만족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른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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