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고통과 추위와 어둠과 슬픔과 아픔을미워하지 않고 살아내는 기쁨이 있단다. - P228

참 이상하지. 죽은 사람의 상 앞에 모여서닮은 사람들이 이마를 대고 웅크리는 게. - P229

한밤중에 잠든 엄마의 얼굴을 보다가 단번에 대답을 하게 된것이다. 그래, 엄마의 이름이라면 쥘 수가 있지. 펄펄 끓는 솥이라도 쥘 수 있지. 어떤 이름은 앞에다 ‘고‘를 붙여도 결단코 과거가 되지는 않는 거라고. 엄마는 영원히 현재지 내 안에 살지.
내가 죽어야 엄마도 과거가 되지. 어쩌면 할아버지도 그랬던 게아닐까. 당신의 엄마고 당신을 키운 사람이니까 뜨거운 걸 당연하게 쥐게 된 건 아닐까. 종이는 배꼽을 향해 말리며 탄다. 종이는 근원을 향해 타들어간다. 그렇게 종이는 뭔가를 지키려는 형태로, 안쪽으로 구부러지며 타들어간다. - P230

별 같은 게 바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 P235

사람의 귀에서 금이 쏙쏙 나온다는 게귓속말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P236

그러다 특정한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면 우리는 묻지 않고도
‘그 사람의 커피‘를 탈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 한 사람의 기호가선명해질 때, 그 사람의 취향이 계량 가능해질 때, 그 기억을 토대로 익숙한 한잔을 만들어 따듯한 물체를 건네곤 했다. - P239

열매는 찬란한 빛의 기억이라서그걸 마시고 나면 당연히 잠들 수 없지. - P241

"이 검은 슬픔을 희게 하기 위해서 갈고 있다"
(나는 슬픔을 강물에 계속 씻어낼것이다.) - P247

귀한 꿈을 꾸고 나면 쉽게 눈뜨지 않고, 조금 기다리는 편이다.
꿈이 아주 느리게 혈관 속으로 흐를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주는편 며칠 전 아주 맑은 꿈을 꾸었다. 꿨던 꿈은 사실상 한 장면에가깝다. - P249

방앗간 댁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오래 부딪치고뒤섞이고 들끓어야 해. 그래야만 순결한 떡이 나올 수 있어. 고생고생해서 겨우 나오는 거야. 그렇게 만든 떡이 기분 좋은 찰기를지닌 채 우리의 앞니에 닿는 거야. - P251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올 것이 있다. 비와 눈은 오는 것.
기다리는 것. 꿈의 속성은 비와 눈처럼 녹는다는 것. 비와 눈과사람은 사라지는 것. 그렇게 사라지며 강하게 남아 있는 것. 남아서 쓰는 것. 가슴을 쏟는 것. 열고 사는 것. 무력하지만 무력한 채로 향기로운 것. 그렇게 행과 행 사이를 날아가는 것. - P253

. 썼던 시가 마음에 꽉 차지않을 때 내 정신이 흐물흐물 녹아내릴 때 그럴 때 나는 숭늉을 한냄비 끓여서 먹는다. 배가 좀 데워지면 용기가 생긴다. 퇴고하는법을 나는 그렇게 배웠다. - P254

보고 싶을 때마다 이 글을 썼습니다.
마음을 다해 당신 앞에 놓으려고요.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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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찰스 강이다. 사람들은 이곳에 찾아와서 각자의 방식으로 강을 둘러싼 각자의 생활을 보낸다. 그저 느긋하게 산책을하거나, 개를 산책시키거나, 사이클을 타거나, 조깅을 하거나,
또는 롤러브레이드를 즐기거나(어떻게 저렇게 무서운 것이 즐거울 수 있는지, 솔직히 말해서 이해할 수 없지만) 하고 있다. 사람들은 마치 자력에 이끌리는 것처럼 이 기슭으로 모여든다. - P139

소설을 쓰는 일에 대해 다시-달리면서 생각한다.
"무라카미 씨처럼 매일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으면, 그러다가소설을 쓰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요?" 같은 말을 때때로 사람들로부터 듣는다. 외국에 있을 때는 별로 듣는 일이 없는데, 일본에서는 그런 의견을 가진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다. - P148

그러나 내 생각이지만 오랫동안 직업적으로 소설을 써나가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와 같은 위험한(어느 경우에는 목숨을 내놓는 경우가 되기도 한다) 체내의 독소에 대항할 수 있는 자기 면역시스템을 만들어야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좀 더 강한독소를 바르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 P149

나는 되도록 그와 같은 위축 현상을 피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문학이라는 것은 훨씬 자발적이고 구심적인 것이다. 거기에는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활력이 있어야 한다. 나에게 있어 소설을 쓰는 것은 험준한 산의 암벽을 기어오르고, 길고 격렬한 격투끝에 정상에 오르는 작업이다. 자신에게 이기든지, 아니면 지든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 같은 내적인 이미지를 염두에두고, 나는 언제나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 P152

나는 되도록 그와 같은 위축 현상을 피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문학이라는 것은 훨씬 자발적이고 구심적인 것이다. 거기에는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활력이 있어야 한다. 나에게 있어 소설을 쓰는 것은 험준한 산의 암벽을 기어오르고, 길고 격렬한 격투끝에 정상에 오르는 작업이다. 자신에게 이기든지, 아니면 지든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 같은 내적인 이미지를 염두에두고, 나는 언제나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 P152

나는 인간이 아니다. 하나의 순수한 기계다. 기계니까 아무것도 느낄 필요가 없다. 오로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 P171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조로 정의 결승점을 통과할 때는마음으로부터 기쁨이 솟구쳤다. 장거리 레이스의 결승점에 들어선다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지만, 이번엔 뭐니 뭐니 해도 역시가슴이 조금 뜨거워졌다. 오른손 주먹을 허공에서 꼭 쥐어본다.
시각은 오후 4시 42분 출발하고 나서부터 11시간 42분이 지나고 있었다. - P177

나는 기록에 도전하는 무심한 젊은이도 아니고, 한낱 무기적無인 기계도 아니다. 한계를 알면서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오래 자신의 능력과 활력을 유지해가려 하는, 한 사람의 직업적인소설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뉴욕 시티 마라톤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한 달.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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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가장 투명하고 연약한 부위. 인간의 미농지. 사랑의 창호지. 우리는 입을 맞추며 서로의 농담濃淡을 느끼고 수묵화가 된다. 가장 얇고 다치기 쉬운 부위를 맞대어 사랑을 표한다는 놀라운 사실, 사랑할 때 언어는 늘 물러선다. 말하지 말 것. 말을 넘을것. 서로 닿을 것. 눈을 감고 빛나는 미래를 볼 것. - P209

시를 쓸 때 마음은 한껏 벌어진다.
연과 연 사이에는 지중해가 있다. - P210

나는 어렸을 때 집이 폭삭 망해버려서 외할머니의 손에서 크게되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감사하게 느껴진다. 세대와 세대를 건너서 손을 탄다는 것. 노인의리듬으로 아이가 살아간다는 것. 그건 산책하는 박자라든가 떡을 씹는 속도 같은 것. 그 속도로 나는 요즘 시를 쓴다. - P219

그렇게 세상에 더는 없는 사람을 말하며그게 증언인지도 모른 채 우리는 살아간다. - P221

. "나한테는 이 얼굴이 우리 엄마야"라고. 이번에도나는 끼어들지 않았다. 나도 많이 사랑하고 보고 싶지만, 오늘의바람은 온전히 엄마에게 부는 것이니까. 오랜만에 찾아와줘서고마웠어요. 언제나 애틋했던 전씨. 늘그막에 나를 키운 사람의 이름. 물을 먹으면 끈적해지는 여름의 전분씨. 당신 딸은 여전히 착하고 아름답고요. 늙을수록 당신을 닮아갑니다. - P223

소처럼 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개나 새나 쥐와 달리 소리가 무겁고 뒷모습은 봉분과도 닮아 있다. 한밤중에 할머니 집에전화가 왔다. 네 아이는 걱정 마라. 잘 챙겨 먹이마. 내가 꼭 반드시, 잘 키워낼 거다.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전화를 끊고 할머니가 소처럼 울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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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이 사라지고 캄캄해진 길모퉁이에 내동생이 정성껏 반죽을 주무르고 있다. 그림자 같은 그 모습이 담담하다. 어깨와 팔을 단정하게 아래로 뻗어서 고양이보다 꾹꾹, 온 체중을실어서 마음과 마음을 포개듯 손을 새처럼 포개어 사람을 구하듯이 심장을 누르듯 반죽 속에 힘차게 사랑을 넣는다. 다음날이면 그 빵을 먹고 사람들이 웃는다. - P203

뺑오쇼콜라 일종의 서양식 하이쿠 안에 박힌 초콜릿이 꼭 소량이다. 완전한 절제. 최소의 단위. 한순간의 빛. 한끝 부족한 그느낌이 사람을 더 안달나게 하고 무릎까지 꿇게 만들 것 같다. - P205

우리가 온기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걸우리 스스로가 증명하는 아름다운 숨.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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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는 한 손엔 맥주, 다른 손으론 나초가 담긴 접시를 들고 P에게 다가갔다. 그는 경계하는 눈으로 흘낏 불청객을보고 두 손으로 물잔을 움켜쥐었다. - P35

"이야기를 소리 내어 두 번 읽고 눈을 감으세요. 이야기가 감은 눈 위에 떠 있다고 생각하며 고요히 잠을 청하세요. 그러면 이야기가 눈과 코와 입과 머릿속으로 흡수될 겁니다." - P43

주인이 걸어왔다. 세상에, 나무가 걸어오는 줄 알았다.
190? 200? 커도 너무 컸다. 마르고 길고 느리고 늙은 남자. - P67

"내가 뭘 잘못했는데. 무책임하게 멋대로 뒈져버린 건너잖아.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해?" - P79

왜 그랬냐. 지금 그걸 묻는 건가? 닥터. 미치면 병원을가야 해. 알지. 그건 나도 알아요. 그런데, 병원에서 미치면어디로 가야 하지? 닥터 나는 병원에서 더 나쁜 방식으로미쳐가고 있네. 내 꼴을 보게나. 그러니 제발 나를 보내주게. 절대로 벽에 머리를 박는 그런 짓은 하지 않을 테니. - P85

점원은 이제 짜증이 났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고 나오는 말이 배배 꼬이며 끝이 뾰족해졌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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