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가장 투명하고 연약한 부위. 인간의 미농지. 사랑의 창호지. 우리는 입을 맞추며 서로의 농담濃淡을 느끼고 수묵화가 된다. 가장 얇고 다치기 쉬운 부위를 맞대어 사랑을 표한다는 놀라운 사실, 사랑할 때 언어는 늘 물러선다. 말하지 말 것. 말을 넘을것. 서로 닿을 것. 눈을 감고 빛나는 미래를 볼 것. - P209

시를 쓸 때 마음은 한껏 벌어진다.
연과 연 사이에는 지중해가 있다. - P210

나는 어렸을 때 집이 폭삭 망해버려서 외할머니의 손에서 크게되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감사하게 느껴진다. 세대와 세대를 건너서 손을 탄다는 것. 노인의리듬으로 아이가 살아간다는 것. 그건 산책하는 박자라든가 떡을 씹는 속도 같은 것. 그 속도로 나는 요즘 시를 쓴다. - P219

그렇게 세상에 더는 없는 사람을 말하며그게 증언인지도 모른 채 우리는 살아간다. - P221

. "나한테는 이 얼굴이 우리 엄마야"라고. 이번에도나는 끼어들지 않았다. 나도 많이 사랑하고 보고 싶지만, 오늘의바람은 온전히 엄마에게 부는 것이니까. 오랜만에 찾아와줘서고마웠어요. 언제나 애틋했던 전씨. 늘그막에 나를 키운 사람의 이름. 물을 먹으면 끈적해지는 여름의 전분씨. 당신 딸은 여전히 착하고 아름답고요. 늙을수록 당신을 닮아갑니다. - P223

소처럼 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개나 새나 쥐와 달리 소리가 무겁고 뒷모습은 봉분과도 닮아 있다. 한밤중에 할머니 집에전화가 왔다. 네 아이는 걱정 마라. 잘 챙겨 먹이마. 내가 꼭 반드시, 잘 키워낼 거다.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전화를 끊고 할머니가 소처럼 울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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