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정착해서 맞는 스물아홉 번째 여름이다. 내 인생의 절반을 이곳에서 보낸 셈이다. 아이들은 성인으로 성장했고, 타인이라는 경이로운 존재와 사는 기적 같은 일상이 27년 동안 지속된다. 나와 올비는 결혼한 사람 치고는 사이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취향이라는 비좁은 의자에 같이 앉는 일은 여전히 불편하다.

결국은 단단하고 영리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이다. 타인에게 빌려온 욕망이 아닌 일상에서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행복을 3장에 담았다. 행복은 추구하거나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안에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 이름 붙이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산책길에서 주운 사색의 부스러기, 바람 한 점, 하늘 한 조각, 사랑하는 이의 미소에서 기쁨을 발견해내는 습관이자 태도일 것이다. 즐거움이라는 미끼로 현재 순간을 낚는 낚시꾼의 기술을 적었다.

서재는 각자의 취향과 정신세계를 알고 있을 뿐 아니라우리가 미래에서 찾을 것도 알고 있다.
거울처럼 자신을 비춘다는 면에서 서재는 결혼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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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도 귀신처럼 사는 사람이 있고 죽어서도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이 있잖아.

어떤 사랑은 끝난 뒤에야 사랑이 아니었음을 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 그중 단 한 사람만을 살릴 수 있는 일. 그보다 더한 지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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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물 더요 올라이, 늙은 산파 안나가 말한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자애로운 신 역시 존재하니까

소멸은 늙음에 다름아니나 결코 그와 같지 않으며 저 또렷한 외침 맑게 외침 별처럼 또렷하고 이름처럼 감각처럼 바람 이 숨 고요한 숨 그러고 나서 고요히 고요히 고요한 움직임들 그리고 부드럽고 하얀 천 그리 오래지 않으나 바다로부터 천조각 하나 그리고 어둠과 붉음 대신 건조하고 두려운 고요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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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죽을 때까지 나는 이곳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 P224

"너희들이 나에게 준 것을 되돌려주는 것뿐이란다."
다른 사람이 했으면 조금은 느끼하게 들렸을 그 문장이, 이금희 선생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요동쳤다. 아마도 으레 하는 말이 아닌, 진심이 담뿍담긴 말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 P232

그렇게 계절이 바뀔때쯤 메시지 하나가 왔다.
- 작가님께 밥 한 끼를 청해도 될까요? ^^ - 이금희눈물이 날 만큼 반가웠다. - P237

"그러니까 네가 작가가 된 것 아니겠니?"
듣고 보니 그 역시 맞는 말이었다. - P240

"선생님, 저 하나도 못 외웠어요. 오늘은 진짜 선생님한테 기대서 가려고요."
"그래 놓고 네가 혼자서 다 말할 것을 난 알고 있단다."
"아니에요. 진짜 하나도 모르겠어요." - P245

작가가 되기 전까지 나는 글의 힘을 별로 믿지 않았다.
정확히는 글이, 문자 매체가 갖는 파급력에 대해서 잘 몰랐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작가가 된 지 만 7년 차가 된지금에서야 나는 비로소 내가 쓰는 소설이나 산문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곤 한다. - P251

"핸드폰 놔두고 굳이 이걸로 찍는다고?"
"그렇게 하나씩 효율을 따지다 보면 늙는 거야!"
"얼굴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매번 새로?"
"몰라, 그렇다고 하니까 그냥 찍자" - P279

호들갑쟁이 M은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나 역시 조하나의 마음 씀씀이에 새삼 놀랐다. 고양이 앞에서는 데면데면한 모습의 하나가 실은 우리 중에서 고양이의 상태를 가장 주의 깊게 살피고, 고양이의 생존을 위해 빠른 속도로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던 거였다. - P287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여행을 다니는 내 모습은, 삶을 열렬히 사랑하면서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모습과도 닮아 있다. 여행을 떠나올 때마다 나는 일상으로부터 도피를 꿈꾼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여행을 하는 중에 나는 가장 열렬히 일상에 대해생각한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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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은 나를 보고는 ‘제발 자신을 보러 와달라고치는 보석 광산과도 같은 사주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동안에도 나는 내 인스타그램에 벚꽃 사진을 올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좀 봐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 P10

어쩌면, 내게 있어 여행은 ‘휴식‘의 동의어나 유의어가아니라, 일상의 시름을 잊게 해주는 또 다른 자극이나 더큰 고통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까? 환부를 꿰뚫어 통증을잊게 하는 침구술처럼 일상 한중간을 꿰뚫어, 지리멸렬한일상도 실은 살 만한 것이라는 걸 체감하게 하는 과정일수도 써놓고 보니 (피학의 민족 한국인답게 몹시) 변태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또한 나에게 가까운 진실인 것만 같다. - P15

"니 내랑 여름방학 때 배낭여행 안 갈래?"
"어디?"
"유럽." - P22

"우리 암스테르담에서는 호텔에서 잘래? 이카다가 니잠 못 자서 맹장염이 아니라 수면 부족으로 세상 하직하지싶다." - P31

‘우리 상황 듣더니 ‘한국 문학의 큰 별이 두 개나 지겠네‘라고 했어" - P47

성인으로서의 삶, 서울살이는 매일이 생존이고 투쟁이었다. 나는 매일 어떡하면 더 싸게 끼니를 때울 수 있을지고민했으며, 마을버스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해 달렸다. 행여 마을버스를 놓치면 역에서 30분도 넘게 산길을 걸어 산꼭대기 종점 옆에 있는 내 집, 내 방으로 향해야 했으니까. - P77

우리 사이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그저 글을 써서 돈을 벌 수만 있으면 되는 삶.
그것이 스무 살의 내가 간절히 꿈꾸던 삶이었다. - P95

내가 요리를 하는 사이 송지현과 초고 멤버들은 나를위해 준비했다던 위스키를 꺼내 머그잔에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위스키의 이름은 ‘Writers‘ Tears‘였다. 나의 첫 책《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에서 영감을 받아 골라 온 술이라고 했다. 완성된 파스타를 대접에쏟아 식탁에 올려두자 세 명의 굶주린 여성들이 접시에 달려들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파스타를 먹어치운 뒤, 정말 맛있다며 감탄했다(텅 빈 그릇을 보며, 나는 새로운 파스타 레시피를 개발해냈음에 뿌듯함을 느꼈다). 나는 냉장고에서 김치와멸치볶음, 김을 꺼내 와 그들의 옆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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