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간이며, 기계와 다르게 작동한다. - P65

그 순간, 지난 몇 년간 내가 경험한 가장 최악의 한 주가 시작되었다. - P69

이제 나는 선택에 직면해 있었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너는 그세상을 떠나서 진공 상태를 만들었어. 그 세상을 멀리하고 싶다면진공을 무언가로 채워야 해. - P77

둘째로,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이는 집중력에 관한 기본 사실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유의미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진화했다. 앞에서 인용한 의지력의 최고 전문가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 P87

몰입에 굶주린 우리는 자신의 일부만 남아, 어딘가에서 자신이 되었을지도 모를 모습을 감지한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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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호‘가 이름의 전부인가요?"
"그분이 성을 기억하지 못해서요.
"네, 찾아보고 곧바로 전화드릴게요. - P170

"해미야, 혹시 K.H.를 찾는 일에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었어?" - P171

"혹시 몰라서 72학번, 73학번, 75학번, 76학번도 다 찾아봤는데 기호라는 이름을 가진 분은 안 계세요." - P175

별일 아니라는 듯이 최대한 가벼운 톤으로 말하려고 했지만, 기분 탓인지 말투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모가 내 얼굴을 지긋이바라보는 것이 느껴져 나는 이모의 눈을 피해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 P182

"우리는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고 있었어요.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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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에 능한 사람과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있을지라도. - P188

그때 구직 활동을 계속했더라면 지금과는 다른인생을 살게 되었을까. 그러나 그런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그 길은 내 길이 아니다 결론 내리고 곧바로 대학원에 진학해 시를 썼고, 숱한 탈락과 경제적곤궁 속에서도 그 선택을 후회해본 적은 없다. - P190

우는 손이 슬픔을 알아보고 쓰다듬는다. 악몽에 시달리는 손이 빛을 뒤적인다. 열매를 위해서 적화했던 순간들을, 손은 전부 기억한다. - P191

없음의 있음을 기약하며 이름을 붙이는 행위. 그것이야말로 시의 임무가 아닐까. - P196

내가 쓸 수 있는 건 죽음 이후가 아니라 죽음 같은 삶으로부터 기인한 문장이다. - P200

수업을 하다 보면 별별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시를 나누는 일은 종이에 인쇄된 검은 글자를 읽는 일이상의 무엇이어서, 의도치 않게 그 사람의 마음을열어젖히고 그의 시간 속으로 불쑥 얼굴을 들이밀게 될 때가 있다. - P207

"여러분, 연상을 해봅시다. 연상이란 무엇일까요?" 물으면 "누나요~!" 소리치며 낄낄거리던 중2남학생들도 잊을 수 없고(쉬는 시간이 10분인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운동장에 나가 축구를 하고 오다니!) - P210

기저선을 긋는 순간 땅이 생겨난다. 자연히 선 위는 하늘이 된다. 백지 위에선 하나를 그었을뿐인데 공간이 생기고 시간이 열리는 것이다. - P211

(추신)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밤이 왔다"라는 문장은 이렇게 번역되었다. "The night approachedat menacing speed." 밤은 빠르게 오는 동안에도언제나 위협하듯, 험악하게, 절박하게 오는 것이리라. - P223

시드볼트가 열렸다는 것은 곧 그 종의 멸종을 의미한다. 즉, 시드볼트는 과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해 예비된 장소다. 종말의순간에야 비로소 열리는 문. 완전히 파괴된, 복원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된 삶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유일무이의 수단. - P232

너의 장소는 분명히 있어. 그건 분필로 그린 원이 아니라 너의 페어리 서클이야. 하우스나 홈이나 다 매한가지 아니냐고 생각하는 자에게 문은 영원히 열리지 않을 거야. - P247

끝을 갈망하는 이에게 끗이라는 단어를 안겨주는건 외발자전거를 탄 곡예사에게 저글링을 시키고 불붙은 훌라후프를 통과해보라는 명령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두려울 것이다. 고독하고 힘겨울 것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 P260

끝은 죽은 자의 것. 그러니 나는 끝이 아닌 끗의자리에서, 끗과 함께, 한 끗 차이로도 완전히 뒤집히는 세계의 비밀을 예민하게 목격하는 자로 살아가고싶다. 여기 이곳, 단어들이 사방에 놓여 있는 나의 작은 놀이터에서.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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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변요한, 어릴 땐 요한이란이름이 싫었어요. 게다가 성이변. 애들이 놀리기 딱 좋은이름이었죠. 지금은 제 이름이좋아요. 어느 날 친구에게야, 변요한이랑 놀러 가자!
라고 문자를 쓰는데, 새삼 제이름이 너무 낯설면서도 예쁜거예요. 뭔가 반짝이는 느낌이있어요. - P30

그는 마침내 안전한 집으로 돌아간걸까, 아니면 영원히 개집에 갇혀버린 걸까? 가축의 삶을선택한 어떤 들개의 아침, 정구는 안도와 체념이 뒤섞인변요한의 얼굴이다. - P53

리액션으로 연기의 여정을 시작하는 변요한의페르소나들에겐 행동을 유발하는 강력한 파트너가필연적이다. <들개>부터 <한산>까지 그가 선택한 영화들은대부분 한 명의 영웅 서사보다는 두 인물의 팽팽한 긴장감이끌고 간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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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사이에서 홀린 듯 두릅을 샀다. 그리고 두릅은 매해 봄을 기다리는 이유가 되었다. - P76

여름마다 옆 빌라 1층 야외 주차장에서는 할머니들이돗자리를 펴고 화투를 쳤다. 깔깔 웃는 소리를 따라가보면 구르마가 몇 대 주차돼 있었고, 시원한 수박을 가져와 함께 먹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 P77

토토, 사랑하는 나의 강아지. - P87

뭐든 그렇겠지만 영원한 것은 없을 테고 이런 나의 마음이 사그라들기 전까지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직접 찾아가 듣는 호사를 기꺼이 열심히 누릴 것이다. - P103

나를 먹이는 일, 독립한 이후에 가장 몰두했던 것이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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