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기진이 살아 있던 시절, "또 아침이야? 지겨워 죽겠네"라고 말하며 잠에서 깨어날 때가 있었다. 그러면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곤 했다. - P51

그렇다면 지금 당장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나무 앞으로 가서 그 나무를 바라보세요. - P54

전혀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의 삶을 혈연들이나 가질 수 있는 유대감으로 연결시키는 일에 우리는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오히려 나는 아교 역할을 하는 그런 끈끈한 감정이 없이도 유지되는 우리의 관계에 자부심을 느꼈다. 고통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명의 동료 인간으로서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했다. 시간이지날수록 나는 그를 깊이 사랑했고, 그 관계에 만족했다. - P61

"그건 오므라이스야."
"겨우 오므라이스? 하지만 맛있겠다." - P65

"찾기 위해서죠. 지금 이 순간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무엇인가를 지금 여기에서 그걸 찾아야 해요. 그게 내가기시감, 신맛,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에 대한 나의 가설입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몇 번이나 이 하루를 다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 P79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나는 행복하고 슬프지 않다.
나는 행복하지 않고 슬프다. 나는 행복하고 슬프다. 나는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다. 이 모두를 말해야지 인생에대해 제대로 말하는 게 아닐까?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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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년 전 아침, 부엌 식탁에서 사과를 깎는데 곁에서커피를 내리던 헌수가 러브 허츠Love Hurts」를 틀었다.
-어? 나 이거 어디서 들어봤는데. - P9

-어른이네.
어른이지. - P10

외국어로 대화할 때면 늘 그러듯 나는 내가 하고 싶은말이 아닌 할 수 있는 말을 했다.
-그냥 알아. - P13

‘평안하시라‘는 혹은 ‘평안하시냐‘는 뜻. - P46

그날, 통화가 끝난 뒤에도 병실 복도에 한참 서 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제 나는 헌수도 없고,
엄마도 없고, ‘다음 단계‘를 꿈꾸던 젊은 나도 없는 이 방에서 ‘너한테 배웠어, 정말 많이, 정말 많이 배웠어‘란 가사의 노래를 듣는다. 보다 정확히는 네가 아닌 너의 부재로부터 무언가 배웠다고. 그런데 여전히 그게 뭔지 모르겠어서 지금은 그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내 쪽에서 먼저 원곡 위에 ‘안녕‘이란 한국어를 덧씌워 부른다고. 우리삶에는 그렇게 틀린 방식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있고 아마 나는 그걸 네게서 배운 것 같다고. - P45

I learned from you, I really learned a lot, reallylearned a lot.....
너한테 배웠어, 정말 많이, 정말 많이 배웠어. - P40

물론 외국어로 말할 때 장점도 있었다. 체지방을 줄인 담백한 몸처럼 한정된 어휘가 만드는 문장만의 매력이 있었으니까. 그 간극에서 때로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말이다. - P27

나는 뭐라 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 마나 한 말‘을 최대한 진심 어리게 하는 것도 어른의 화법일 텐데, 누군가의 부고와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가 가진 표현의 한계와 상투성에 어쩔 줄 몰라했다. 상투성이 뭐 어때서. 세상에 삶만큼 죽음만큼 상투적인 게또 어디 있다고. 그 ‘반복‘의 무게에 머리 숙이는 게 결국예의 아니던가. 그런데 그날 로버트는 웬일인지 지나가듯사적인 이야기를 내게 털어놨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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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넘어질 것 같을 땐 맞잡은 손에 힘을 줬다 - P19

아침이 되면 아침이 되고사람들은 무료 급식소에 줄을 선다 - P20

아빠 이야기를 해버렸어요 그렇구나 결국 아빠 때문이었구나 내가 책이라면 사람들이 여기서 책장을 덮겠죠 - P24

여름이 죽었다. - P32

이게 마지막 복숭아여. 다음주만 돼도 못 먹어.
과일 파는 할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셔서 홀린 듯이 샀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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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말과 내가 할 수 없는 말을 구분하는 데지쳤다. 무엇이든 다 말해버리고 싶고,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가않다. 그러나 무엇이든 다 말하려다가도 문득 입을 다물게 되는순간이 있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려다가도 불쑥 말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나는 어떻게든 말하게 될 것 같고, 어떻게든말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막막하다. 너무 좁은 방에서 너무 많은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겨보고 싶다. 잠깐이더라도 마음에 드는 배치를발견하고 싶다.

나는천국에 갈 것이고 이 시도 파쇄기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시를 쓸 것이다.
많이 쓸 것이다. - P12

세련된 시집에는 빛이 너무 많이 나와서 눈이 멀 것 같았다 - P17

그 사람이 괜찮다는 말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용서받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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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종이를 사용한 2000년 출판의 역사에서, 그러므로 금서란 개인과 세계의 거대한 충돌이 낳은 스키드 마크다. 여기서 나의 질문은 다시 깊어진다. - P14

안전한 책만이 추앙받고 안전하지 못한 책은 열위에 놓이는 비대칭의 저울을 보며 나는일종의 균형을 주장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새로 나온 책이 아니라 오래된 책, 고서 중에서도한때나마 위험하다고 분류되었던 책, 그러면서도 현재까지 가치를 갖는 책을 자기 안에 소화시키는 일은 작가와 독자가 길항하여 이루는 자유의 진전이다. - P17

단지 시민들의 비양심을 고발하는 일기였다면 이 책이 검열 당국으로부터 삭제 조치까지받지는 않았을 겁니다. 팡팡은 우한일기」에서 당국 관료들의 대응 실패, 거짓말과 무능, 불합리와 부조리를 작가적 양심을 걸고 소리 높여 질타했습니다. 애초에 후베이성 정부는 우한에서 처음으로 미상의 폐렴(훗날 코로나19로 명명) 환자가 여럿 발생하자 서둘러 거짓으로 진정시켰습니다. "ㅅㅅ可可(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 막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
이 여덟 글자가 초래한 파장은 예측과 상상을 완전히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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