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그것이 생긴 이래로 언제나 변해왔다.

‘유유지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지? ‘슬프다‘라는뜻이다. 아마 몰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집 애들이 만든 말이기 때문이다. 이 말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 우리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ㅠㅠ’, ‘ㅇㅇ’, ‘ㅋㅋ’, ‘ㄴㄴ’하는 식으로 한글 자모를 이용해서 간단하게 의사소통을 한 지는 꽤 오래됐다. 그 가운데에서도 ‘ㅠㅠ‘는 표음문자인 한글을마치 상형문자처럼 사용해 눈물을 흘리는 눈 모양을 나타냈다

이런 언어의 성질을 ‘자의성‘이라고 부른다. 단어와 뜻 사이에 자명한 연관성이 있다면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사전도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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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당하기로 따지자면 내가 더 당했다. 아버지는 선택이라도 했지, 나는 무엇도 선택하지 않았다. 나는 빨갱이가 되기로 선택하지 않았고, 빨갱이의 딸로 태어나겠다 선택하지도 않았다.

쉰 넘어서야 깨닫고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지않아도 된다는 것을 행복도 아름다움도 거기있지않다는것을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오히려 성장을 막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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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단지에서 일한 적 있는 동아1차 기전과장에게 전화가 왔다. 동아1차도 전기시설을 보수하려한다며 현대 단지 작업을 했던 기사님들에 대해 물었다. 영식은 연락처만 넘기고 말까 하다가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려고 조금 일찍 퇴근해 동아1차에들렀다. 그런데 동아1차 관리사무소에 그 불그레한얼굴이 있었다.

경비실로 들어서는데 노년 남성의 체취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냄새가 훅 끼쳤다. 유정은 거북하지 않았다. 되레 약간 서글픈 감정에 휩싸였다. 유정이 살던 집, 안방, 아버지의 방, 화장실, 어디서도 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냄새는아버지의 냄새가 아니라 이 공간의 냄새일 것이다.

넘어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며 아버지는 비질을하고 택배를 옮기고 순찰을 돌고 있었다. 자동차트렁크에서 커다란 사과 상자를 꺼내던 중년 남자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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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일 일기를 쓴 건 그와는 다른 몸, 그러니까 우리의 길동무, 존재의 장치로서의 몸에 관해서란다. 사실매일 썼다곤 할 수 없지. 모든 걸 다 적었으리라고도 기대하지 말거라. 난 매일매일의 느낌을 적은 게 아니란다. - P11

난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엄마가 날 데리러 왔다. 그다음날, 난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첫 문장은 이랬다.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젠 절대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 P23

그렇지만 나, 나는 널 지켜줄 거야! 나로부터도 지켜줄 거야! 내가 네게 근육을 만들어줄게 신경도 강하게 단련시켜줄게. 매일매일 널 돌봐줄게. 그리고 네가 느끼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져줄게. - P33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정확히 묘사하기만한다면, 내 일기는 내 정신과 내 몸 사이의 대사(大使) 역할을 할것이다. 또 내 감각들의 통역관이 될 것이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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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그곳은 내게 사랑의 예습장이었다. 그 예습이훗날 어떻게 실전을 방해할지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우리는 미러볼 조명이 스쳐 가는 서로의 얼굴을 똑바로쳐다보지도 못하는 초등학생들이었다. 어둡고 좁은 방에 앉아서 친구의 노래를 2절까지 듣는 어둠의 힘을 빌려 평소에 없던 용기를 내어 노래하는.

할머니들에게는 어떤 비결이있는가. 세월이라는 비결 말고 또 어떤 비밀이 있는가. 어떤노인들의 탁월한 노래는 왜 어떤 아이들의 탁월한 노래와도닮아 있는 것인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발매된 노래를 낯선 결혼식에서부르는 동안 내가 노인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슬아의 나이보다 심수봉의 나이에 더 가까워진 노인으로서, 사랑 말고도 많은 걸 알지만 돌고 돌아 사랑밖에 난 모른다고 말하게 된 노인으로서, 세월과 함께 이 노래를 진짜로 이해해버린 노인으로서 축가를 건네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겨우 스물아홉 살이었다. 스물아홉의 내가 사랑밖에 모른다고 노래할 때 어떻게 들렸을지, 하객들의 마음을 아직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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