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그곳은 내게 사랑의 예습장이었다. 그 예습이훗날 어떻게 실전을 방해할지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우리는 미러볼 조명이 스쳐 가는 서로의 얼굴을 똑바로쳐다보지도 못하는 초등학생들이었다. 어둡고 좁은 방에 앉아서 친구의 노래를 2절까지 듣는 어둠의 힘을 빌려 평소에 없던 용기를 내어 노래하는.

할머니들에게는 어떤 비결이있는가. 세월이라는 비결 말고 또 어떤 비밀이 있는가. 어떤노인들의 탁월한 노래는 왜 어떤 아이들의 탁월한 노래와도닮아 있는 것인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발매된 노래를 낯선 결혼식에서부르는 동안 내가 노인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슬아의 나이보다 심수봉의 나이에 더 가까워진 노인으로서, 사랑 말고도 많은 걸 알지만 돌고 돌아 사랑밖에 난 모른다고 말하게 된 노인으로서, 세월과 함께 이 노래를 진짜로 이해해버린 노인으로서 축가를 건네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겨우 스물아홉 살이었다. 스물아홉의 내가 사랑밖에 모른다고 노래할 때 어떻게 들렸을지, 하객들의 마음을 아직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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