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소연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소설이 해답은될 수 없지만, 문답問答의 가능성을 만들어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편의 엮인 글이 누군가에게 가닿으면 그 누군가는 그 엮인 글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거죠. 물론 질문은 스스로 하는것이지만, 좋은 질문을 해내는 데 이야기가 좋은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 P212
세례를 받지 못한 사람은 영성체를 받을 수 없어.나는 순정의 단호한 목소리에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순정은 그런 구석이 있었다. 어린이를 꼼짝 못 하게할 수 있는 절제된 위압감. 하지만 다음 미사 때부터순정은 눈치를 좀 보다가 자기 입에 넣었던 영성체를재빨리 꺼내 내 입에 넣어주었다. 눅눅해진 영성체는한순간 혀에 녹아들었다. - P165
"미미즈가, 거리를 덮고 있어요!" - P199
다음 순간, 어두운 수면에 물이 높이 튀었다. 그곳은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도쿄 중심에 덩그러니 남겨진 오래되고 큰 해자였다. 커다란 물소리가 돌담에 올려 잠들어 있던 물새가 놀라 날아오르고 수면에 크게 파도가 일었다. - P207
마흔 이후의 삶은 내리막길을 달리는 스쿠터처럼 무서운 가속도로 우리를 흔들었다. 현오와 나는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꼭 붙들었다. - P53
‘최선교 ‘나‘가 ‘호경‘에게 그림을 선물 받은 순간 불쾌함을 느꼈던 이유는, 아마 자신이 역으로 타인에 의해 어떠한 부류로 판단된 동시에 숨기고 싶어 했던 빈약한 자아를 들켜버렸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극장에서 ‘호경‘의 정체를 알고 난 직후 ‘나‘가 그 여행을 즐거웠다고 회상하는까닭은 무엇일까요? - P73
"어쩌겠어………"짧은 한숨이 흘렀다."이 대리는 요새 힘든 일 없어?""있죠." - P91
"스즈메 전용이다!"의자에 앉는다. 내게 딱 맞는 크기에 전용이라는 말을 또 읊조린다."엄마, 고마워!" - P211
의자였다.의자 다리가 검은 언덕이 된 미미즈의 몸에 단단히 박혀있다. - P215
아침 공기를 가르듯 직박구리가 날카롭게 울었다. 올려다보니 하늘은 오늘도 너무나 무의미하게 푸르렀다. - P224
앞으로 갈 곳은 정해져 있다. - P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