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뿌려드릴까요? 우드 앤드 로열이라고, 제가 좋아하는 향이에요. 여자친구가 사줬어요. 저랑 잘 어울리죠. 이모는 끌로에쓰시죠? 엄마가 말해줬어요. 이모가 즐겨 뿌리는 향수라고. 엄마는 언제나 이모를 자랑스러워하셨죠. 저도 한동안 그거 썼었는데. - P19

너의 이런 면이 좋다.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좋아하는 립스틱을 꺼내 내 입술에 발라주는 순간. 그리고 다시 하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무심하게 숨을 참고 태연히 숨을 고르는 사이.
너는 안쓰럽게 따스하다. - P20

사람들이 점점 더 솔직하지 못해지는 거 같아요. 모두가 박물관 센서라도 밟을 것처럼 조심하고살아. 사람이 원래 삐죽삐죽한 게 있는 건데, 어떤 포맷에 맞춰 살아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느끼는 거, 어떤 흐름에 맞춰서 살아가는 거, 그거야말로 교조적인 거 아닌가? - P24

내 존재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도 거부할 거야, 그런 생각이지만, 엄마는 거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 그래서 그냥 서로 각자 인생 사는 걸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외면하는 방식으로, - P29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나는 너였다가 네 엄마였다가 네 애인이었다. 그중에 하나가 되어야 한다면, 나는 네 엄마를 택하기로 했다. - P33

엄마는 원래 사랑스럽잖아요.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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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내, 형."
내가 말했었다.
"이건 힘으로 할 일이 아니다."
형이 말했다. 가
"그럼 뭐야? 용기야?" - P106

나는 다리의 힘까지 빠지는 것을 느끼며 책상 모서리를 짚고 섰다. 옆 사나이가 건설계원을 쿡 찔렀다. 계원은 ‘위 사실을 확인함‘ 옆에 작은 도장을 찍고 그것을 안쪽 사무장에게 넘겼다. 나는 줄 밖으로 나서며 이마를 짚었다. 가벼운 미열이 전신에 일었다. 안쪽에서 사무장이 일어서며 나를 손짓해 불렀다. 그는 ‘행복 제1동장‘ 위에 직인을 찍었다. 그것을 내주기 전에 나를 창가로 데리고 갔다. 사무장은 큰길 건너 포도밭 아랫동네를 가리켰다. - P137

그가 원고를 가리켰다.
"불온한 글야. 그런 줄 알고 썼지?"
"온순한 글은 어떤 글입니까?"
"알고 썼지?" - P150

"그거 무슨 책야?"
"응?"
"그 책."
"이건 책이 아냐."
"그럼 뭐야?" - P161

ㅂ사용자 5: "보세요. 용서할 수 없습니다."
사용자 3: "제발 가만히 좀 계십시오." - P231

"남을 위해 일할 힘이 저에게는 없어요."
"날 속일 생각은 마라."
"알면서 왜 그러세요?"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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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알고 싶었다. 누군가의 프리즘을 통해서 전해듣는 네가 아니라,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만져서 느껴지는, 네 입에서 나오고 네몸이 발산하는 너라는 인간을. 그런데 왜 너였을까? - P10

제가 일을 좀 잘하거든요. 가방 팔 때는 가방 팔기의 신이었지,
보험회사에서는 보험왕 MVP 다 해봤구. 보통열건만 해도 한 달에 이백오십 정도 나오는데 한 달에 이삼십 건씩 하니 당연히 보험왕이지. 제가 담당한 상해보험이 보험에서도 제일 팔기 힘든 상품이거든요?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전화해서 계좌번호까지 알아내는 건데, 그걸 타이머 켜놓고 이십 분 만에 딱 끝내죠. 어려우면어려울수록 재미가 나죠. - P11

연보라 대신 흑색으로 천연 헤나 염색을 해주었다. 내가 갖고 싶었던 것은 연보라 머리칼이 아니라 네가 발산하는 생동감 그 자체였을 것이다. - P15

우리는 각자, 자신의 생을 밀고 나가기 위해 온 힘을 다했을 뿐이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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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솔로』는 ‘다른 선택지는 없다’라는 듯 구는 세계의 가장자리를 넓히는 이야기다. 김희경은 규범과 고정관념 바깥에우리가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았다. 잘 보이지 않던성, 중년, 1인 가구의 현재를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가
‘나‘일 수 있는 미래를 함께 발명하자고 초대한다. 우리는 모두혼자인 동시에 오롯이 혼자만일 수 없다. 삶의 경계를 확장하고곁의 자리를 만드는 목소리가 있어 ‘나‘는 끝내 외롭지 않을 것이다.
_장일호(<시사IN> 기자, 슬픔의 방문』저자) - P10

되레 현실은 거꾸로 아닌가. 비율만 놓고 보면 성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혼자 살기는 다수이자 주류가 되었다. 2015년 무렵부터 한국의 주된 가구 형태가 된 1인 가구는 2021년 기준 716만 6,000가구로 전체의 33.4%에 이르렀다. ‘정상가족‘이라 불리는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29.3%)보다 많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넘을 정도로 흔한 삶의 유형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비정상, 소수, 비주류처럼 이야기되는것은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 P16

혼자 사는 사람을 정의하는 기준은 다양한데, 이책에서 말하는 에이징 솔로는 결혼의 경험이 있건 없건 스스로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상태로 살기를 선택해 현재 그렇게 살고 있는 중년을 뜻한다. 대다수가 1인 가구지만, 친구 등 동거인이 있는 경우에도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비혼의 중년은 에이징 솔로에 포함했다. - P20

‘에이징 솔로‘라는 용어를 쓴 이유도 설명해야겠다. 에이징 솔로는 문자 그대로 ‘혼자 나이 들어가는상태‘를 뜻한다. 사람을 지칭하려면 ‘솔로 에이저 SoloAger‘ 라고 써야 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사람에 대해서도 에이징 솔로라는 용어를 썼다. 국내에서 ‘솔로‘가혼자 사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는 관행, 미국에서도 혼자 살기를 선택한 사람을 불완전한 느낌을주는 ‘싱글‘ 대신 혼자로도 온전한 ‘솔로‘로 부르자는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다. 우리말로 썼다면 보다 친숙했겠지만 ‘비혼 중년‘에 대한 부정적고정관념이 계속 환기되는 것을 피하고자 다소 낯선조어를 선택했다. - P22

"직장을 6년 다니면서 돈을 모아 서른한 살에 유학을 갔어요. 제가 책임질 관계가 없으니까 선뜻결정할 수 있었죠. 40~50대 때에도 몇 년에 한번씩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하는 선택을 했는데어떤 모험을 해도 그 영향을 받는 사람은 나 하나니까 결정이 어렵지 않았어요. 제 선택을 두고 어떤 사람들은 용기 있다고 하는데, 용기가 있는 게아니라 장애물이 없는 거죠. 물론 비빌언덕도 없지만." - P34

‘소신 있게,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에이징 솔로여성이 많음에도,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그러한자기 인식과 격차가 크다.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난 중년인데도 혼자 사는 것을 일시적 상태라고 간주하거나 혼자서 일상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시선이 여전하다. - P40

다른 모든 기혼자와 마찬가지로 에이징 솔로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풍성한 삶을 살며 동시에 각자의 고난과 풀어야 할 과제들을 짊어지고 있다. 누구에게 권할 것도, 비난할 것도 아니고 그저 다양한 삶의 방식중 하나일 뿐이다. 에이징 솔로가 유별나 보이지 않고평범하고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쓰면서 이루고 싶은 소망 중 하나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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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저는 학교가 좋았어요.
새로운 기대에 가슴이 부풀던 날들이이어졌어요. - P16

"가만히 있으세요. 움직이면 위험합니다.
가만히 계세요." - P23

전화를 마친 우리는 어느 주민분이 집을 내어 주셔서그곳에서 친구들을 기다렸어요. 그분께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라면을 한가득 끓여 주셨지만 어느 누구도 먹지못했습니다. 모두 마른 얼굴로 텔레비전 화면만 볼뿐이었습니다. - P30

◆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9분경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침몰하기 시작했다. 이 배에는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등학교 학생325명을 포함해 총 476명의 탑승객이 타고 있었다.
오전 11시경 전원 구조‘라는 속보가 여러 방송을 통해 퍼져 나갔으나이는 오보였다. 그날 생존한 학생은 75명에 그쳤다. - P31

하지만 그것도 잠시, 원래대로 친구들과 있던 자리로돌아가야 했습니다. 우리 모녀가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을찍으려고 기자들이 득달같이 카메라를 들이댔거든요. - P36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정확히2014년 6월 25일. 그 날짜를 잊지 못합니다. 제주도로수학여행을 갔다가 서거차도로,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안산의 병원으로, 다시 연수원으로, 그리고 드디어학교로, 원래 3박 4일이었던 수학여행이 두 달 하고도열흘 넘게 걸린 거죠.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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