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목을 보며 나 자신을 저 상황에 대입시켜 봤다. 내가 암 투병과 청각 손실을 경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저 자리에앉아 있었다면 과연 아무 불평 없이 교수님의 행동을 받아들였을까? 자신이 없었다. 아마 나도 왜 한 명 때문에 다수가 손해를 봐야 하는 거냐며 전형적인 효용에 입각한 태도를 취했을 것 같았다. - P131

보건복지부가 2019년을 기준으로 집계한 등록장애인은261만 8000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5.1퍼센트에 해당한다. 암 확진 후 현재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암 유병자 수는전체 인구의 3.6퍼센트인 187만 명이다. 2019년 한국 평균 가구원수 2.6명을 고려하면 1164만 명이 장애인과 암 환자를 가족으로 두고 있다. - P135

"한국에서는 길을 걸으면서 손을 움직이면 오가는 사람들이 대놓고 쳐다보거나 쳐다보지 않는 척하며 우리를 쳐다보곤 했다. 사춘기 시절 그게 제일 싫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
아빠와 함께 걸을 때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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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일 좀 벌이지 마라. 아님 제발 나를 빼 주든가?"
라며 울부짖었다. - P43

해 줄 말이 없어서 나는 위로 대신 대답을 했다.
"동해 갈래?" - P58

나는 당당히 대답했다.
"우리 어차피 아침 9시까지 안 자잖아?"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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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소리가 들리는 쪽의 손을 들어 보세요 " - P11

수술 부위의 통증 때문에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내 병상 옆 조그만 간이침대에 엄마가 몸을 웅크리고 주무신다. 일흔 살도 넘은 엄마가 40대 초반 아들을 돌보는 보호자가 되다니. 둘의 처치가 바뀌어야 보통인데 지금은 내가 수술했다는 이유로 큰 침상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자리를 바꾸고 싶지만 엄마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게 뻔하다. 지금 병실이라는 공간에 나와 엄마가 같이 있다는 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약 4년에 걸친 긴 투병 생활 동안 나는 입원 기간 대부분을 혼자 지냈다. - P26

화농성 중이염이 빼앗아 간 것은 단순한 신체 기능이 아니라 타인 혹은 외부와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소속감이었다.
예전처럼 SNS로 내 생각을 표현하고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물을 순 있었지만 내가 원할 때 누군가와 직접 통화할 수 없고병원에서도 의료진과 소통하기 위해 보호자나 메모지의 힘을빌려야 하는 순간을 맞닥뜨릴 때마다 불쑥불쑥 나는 청인(聽人)을 기준으로 설계된 이 세상에 속할 수 없는 부적격자가 된것 같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예전의 나와 달라진 건 한시적으로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는 신체 기능 장애였지만 생존율을 따지는 치료를 하던 항암 치료 과정보다 마음은 더욱 괴로웠다. - P31

질병과 장애라는 긴 터널을 벗어나는 지난한 과정에서겪어야 할 소외감을 더 이상 환자 개인의 의지와 가족에게만맡겨서는 안 된다. 소통하지 못하고 소외된 인간은 한없이 나약해지고 자신에게 닥친 시련과 부딪칠 의지가 먼저 무너져내리기 쉽다. - P32

지금은 안마의자뿐만 아니라 정수기, 가전제품, 식기세척기, 심지어 침대도 렌털이 되는 시대인데 당사자의 녹취를주요 계약의 최종 근거로 삼는다면 청각 장애인들은 자연스럽게 렌털 시장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P55

지금은 예능뿐만 아니라 시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자막이 삽입되고 심지어 자막 뽑는 능력 자체가 인정받고 있지만 한때는 무분별한 신조어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해다.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보면 자막은 없어도 되는 양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막은 불편 없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필수 요소이다. - P60

태어나면서부터 청력을 잃은 작가는 어머니로부터 혹독한 사회 적응 훈련을 받는다. 쌀가마니를 배에 올려놓고 발음 훈련을 시켰던 어머니의 열정과 수어 대신 사람의 입술을보고 단어를 읽어 내며 습득한 의사소통 능력, 체육 선생님이호루라기를 불 때 변하는 배 모습을 보고 동작을 바꾸는 센스와 리듬이 들리지 않지만 외워서 추는 춤은 일부 친구들에게
‘거짓 장애인 흉내‘라는 비난과 함께 철저한 따돌림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 P71

코로나, 이사, 이민 등 다채로운 이유로 지금 만날 수 없는 대상이 있다면 일단 조용히 눈을 감고 그 사람의 목소리를떠올려 보자. 머릿속에 있던 목소리는 당신이 잊었던 그 사람과의 추억까지 되살려 낼 수도 있다. 만약 목소리가 떠오르지않는다면 시답잖은 일을 핑계 삼아 전화를 해 보면 어떨까.
목소리를 기억하겠다는 건 그 사람을 소중히 간직하겠다는뜻이 기도 하니까. 수술로 청력을 회복하게 되면 새롭게 만나는 소중한 인연들의 얼굴보다 목소리를 먼저 기억하는 데 집중해야겠다. - P79

병원을 나서 택시를 타고 가는 와중에 앰뷸런스의 날카로운 사이렌이 귀에 꽂혔다. 소리만 들리고 보이지 않았던 구급차가 잠시 뒤 차 옆으로 지나갔다. 시각보다 청각이앞서 주변 상황을 인지한 순간이었다. 청력이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 P99

따라서 장애와 질병을 당사자와 가족이 오롯이 책임져야 할 개인적 문제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장애나 질병은 사구성원 누군가에게 예고 없이 갑자기 닥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렇기에 장애나 질병을 가진 사람도 최대한 일상생활을영위하고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직업을 포함한 포괄적사회안전망 구축은 필수다.
"질병을 앓게 됐나요? 사고로 장애가 생겼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질병과 사고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당신의 치료와 재활과 자립을 돕겠습니다 안심하세요."라는따뜻한 위로와 지지를 이 사회가 건넬 수 있도록 내 힘을 보태고 싶다. - P108

3또 남에게 지식이나 경험의 부재가 아닌 신체 기능 문제로 도움을 요구하는 것이 감정적으로 내키지 않았다. 부탁과도움은 상호 시혜적으로 오고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다 알량한 자존심이 당연한 도움 요청을 가로막았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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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혼하지 않고 두 아이를 입양했다는 걸알게 되면 주변 사람들이 신기하게 여기곤 했다.
비혼 여성 중에는 나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 P16

어떤 사람은 친구를, 어떤 사람은 동물을 가족으로 선택한다. 자신의 삶을 주도하며 그 과정에서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있다. 이 책은 자유와 책임, 동시에 사랑과 연대에관한 이야기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도 혼자 살 수는 없다. 가족을 이루어도 관계의 질은 물론 외형도 계속 변화한다. 이 책이 변화하는가족상을 새롭게 들여다볼 실마리를 제공하길 바란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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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제 친구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저는사후 세계를 믿는 편은 아니지만 친구들이 더 좋은세상에서 태어나 행복하게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 P57

‘우리에게 호의를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가까이 있구나‘
그날의 일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 나누어 주신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 P59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참사를 대가로 대입 특례를요구한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 P62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세월호 탈 걸 ㅋㅋㅋ]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이후 저는 상실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부러웠습니다. 그 일이 없던 일이 될 수만 있다면 모든 걸내놓아도 좋다고, 그러니 다시 내 친구들을 돌려 달라고매일 빌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악플은 너무 마음이아팠습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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