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잔을 잘 보고 있어야 돼. 고개만 돌려도 약을 타고간다니까. - P196

이번엔 나 레즈비언이야?
희율이 은영에게 비아냥거렸다.
존나 선택적이네. - P195

그럼 지금 애인은 남자야, 여자야?
희율이 물었다.
지금은 애인 없어. - P195

그럼, 이거.
널빤지 상자 위에 와인병이 무더기로 놓여 있었다. 하얀색 라벨에 ‘클리어스킨‘이라고 쓰인 와인이었다. ‘익명의와인‘이라고 했다. 양조장에서 재고를 처리하려고 와인을싸게 팔 때 브랜드 이름을 떼고 클리어스킨 라벨을 붙인다는 것이다. 브랜드 가격을 낮추는 것이 마케팅에 별 도움이안 되기 때문이라면서 사실은 다 좋은 와인이라고 했다.
팔리지 않았을 뿐이지.
그녀는 와인 하나를 집어 그들에게 건넸다. - P191

은영은 연인과의 결별이 필수적인 이유가 되지 않겠냐고 농담을 건네려다 말았다. 희율이 웃지 않을 것 같았다. - P203

바다는 아름다웠다. 회색 바닷물이 햇살을 받아 불투명하게 반짝거렸다. 실크 스카프가 넓게 펼쳐진 것 같았다. 둘은 모래사장에 나란히 서서 감탄했다. - P218

그는 젖은 손으로 하얀 얼굴을 쓰다듬었다.
말다툼하는 중에 그녀는 그들이 해변에서 꽤 멀어졌음을 깨달았다. 순간 덜컥 겁이 나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언제이렇게 멀리까지 왔지? 어떻게 이렇게 멀리까지 왔지? - P221

차고 외로웠다. 이 기분을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P225

문을 여니 고양이가 현관에서 꼬리를 잔뜩 세우고 있었다. 여진은 문 옆에 서서 몸을 굽혀 고양이를 쓰다듬는 우현을 보았다. 고양이가 등을 높이 치켜들고 그의 다리에 몸을 비볐다. 다리에 난 상처에서는 진물이 났다. 고양이의 하얀 털에 진물이 묻었다. 그녀는 집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고복도에 주저앉아 울었다. 아주 오랫동안 복도에 쭈그리고앉아서 울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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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고 큰길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사이 조지 형은 계속 투덜거렸다.
"맙소사, 쓰레기터도 이런 쓰레기터는 없겠다. 야, 저것 봐! 심하다 심해." - P137

"공인회계사입니다."
"아, 말하자면 사무직인 셈이군. 그렇지?"
"예." - P143

"춤추러 가거나 뭐 그러고 싶었던 거야?"
"아니. 관심 없어." - P145

"그 남자가 처음이었어?"
"진심으로 좋아한 남자였냐. 이 뜻이야?"
그건 아니었다.
"너 몇 살이야?" - P149

"태워줘서 고마워!"
소리친 건 애들레이드가 아니었다. 로이스였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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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창가에 서서 내가 커지는 놀이 - P184

나는 한 손으로 산을 움키고 산의 허벅지를 쓸어내릴수 있다 - P184

그 사진 흑백이지? - P187

죽음의 추위를 견디고 있는ㆍ조그맣게 줄어든 작은 인생같이 - P189

그 새가 내 얼굴에 앉았다 날아가면 내 얼굴이 사라졌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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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는 지긋지긋하게 추웠다. - P9

"지민씨. 또 만났네요."
"어머, 혜인씨. 안주 멀죠. 뭐 타고 왔어요?"
"버스 타고요. 화장 벌써 무너진 것 같아요." - P19

-네. 원래부터요.
혜심은 더는 지체할 필요가 없겠다고 결론 내렸다.
-저기,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이거 제 피아노예요. - P55

사교육이요, 사교육. - P191

그로부터 며칠 뒤 방송국 피디라는 사람이 대강의 로그라인을보내왔다. 새삼스럽게도 한국 출산율이 주제라고 했다. 대한민국출산율이 영국 방송사마저 궁금해할 일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못했으므로 내심 놀랐다. 그렇긴 했어도 기획은 내 업무의 영역이아니었으니, 나는 약간의 근심 속에서도 분수를 지키며 그들과 일하는 날까지 시간을 보냈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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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 뭔지 여전히 알 길이 없다. 다만 어떤 사람들이 계속 버티고 글을 쓰는지는 희미하게 감이 잡힌다. - P7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은 이들에게 만족감이란 영화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환상이다. 현실에선 매번 자신의 초라함을 정면으로 마주 본 뒤에야 마감이 끝난다. - P6

수많은 회화와 조각, 소설과 영화, 걸작으로 이름을 남긴작품들이 사랑을 형상화하고자 애써왔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 인류 예술의 절반은 사랑을 말한다. <봄날은 간다>는 ‘술마시니까 멋있던 마음이 ‘술 마시고 왜 이래‘로 바뀌는 시간을 따라가는 영화다. 서로 다른 길을 걷던 두 마음은 찰나에 겹치고 이내 제 갈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며 끝내 멀어지는 이야기. 새벽녘 마법 같은 그 시간이 아름다운 건 그 완벽한 순간이 찰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 P9

영화가 우리에게 진실의 말을 걸어온다면 그것은 영화 안에 있지 않다. 진실은 오직 영화와 나 사이 어딘가에서, 때마다 다른 형태로 피어난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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