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것, 항상 알았던 것,
피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은옷장만큼이나 명백하다.
한쪽은 사라져야 한다.
필립 라킨, 「새벽의 노래Aubade」

7월 29일 금요일에 더블린의 날씨는 예보와 같았다. 오전 내내 뻔뻔한 햇볕이 메리온 광장에 내리쬐면서 카헐이지키고 있는 열린 창가의 책상에까지 들어왔다. 잘린 풀의 맛이 바람을 타고 들어왔고 이따금 후텁지근한 바람이창틀의 담쟁이덩굴을 흔들었다. 그림자가 지나가서 바깥을 내다보자 저 높이 제비들이 패를 나눠 싸우고 있었다. - P12

귀하시각 예술 지원금을 신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원금 선정위원회가 모여 결정을 내렸습니다. 최종 단계 경쟁이 무척 치열했으며, 아쉽지만 귀하께서는 이번에…………… - P16

평소라면 이쯤에서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하겠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문득 누군들 힘들거나고통스러운 일에 마음의 준비가 되기는 하는 걸까 싶었다. - P18

"그럼 뭐야. 무슨 뜻이었는데?"
사빈이 구사하는 영어는 가끔 신경을 건드렸다. - P25

"내가 돈을 찍어내는 줄 알아?" 카헐이 말했다. 그 순간,
가장 행복한 날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기뻐야만 하는 날에 아버지의 말버릇이 그의 인생에 기다란 그림자를 드리웠다. - P26

"난 이런 식일지 몰랐어, 그뿐이야." 카헐이 말했다. "그냥 당신이 여기 같이 있고, 같이 저녁을 먹고, 아침에 같이일어난다고만 생각했지. 그냥 너무 현실적이라서 그래." - P35

카헐은 마음 한구석으로 아버지가 다른 남자였다면, 그때 그 모습을 보고 웃지 않았다면 자기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오래 생각하지는 않았다. - P44

그러자 어딘가에서 읽은 끝에 관한 문장이 떠올랐다.
나쁘게 끝나지 않았다면 아직 끝난게 아니라고 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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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 카우리스마키는 배우들에게 리허설을 요구하지 않는것은 물론 ‘연기하지 말라‘는 주문을 하는 일도 적지 않다는데,
결과적으로 인물들이 사건에 무감각한 듯 느끼게 만든다. - P25

무엇을 읽어냈다고 믿게 된다면 아마도 그것은 나의 마음으로부터 왔을 것이다. - P26

그럼에도 우리는 시간이 쌓이면 서로 익숙한 역할극을 할수 있게 된다. 수없이 반복되고 수정되며 현재에 이른 이 역할극은, 거짓말임을 알지만 믿는 척하는 경청과 상대의 거짓을간파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속아 넘어가는 어리석음으로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타자를 알지 못한다. 그런데 다 안다고확신한다. - P28

* Bob‘s your uncle이라는 표현은 영국에서 쓰이는 관용어구로, ‘다 됐다‘ ‘아주 간단하지‘ 같은 뜻으로 쓰인다. 간단한 지시를 마칠 때나 쉽고 명확한 결과를 보여줄 때 사용하는데, 프랑스어의 ‘voila‘ 영어의 ‘there yougo‘와 유사한 뉘앙스를 가진다고. 그런데 이 표현은 예전에 어느 정치인이조카에게 일자리를 준 데서 비롯했다는 설이 있다. 즉, 관용어구이기도 하지만 밥은 정말 밥일 수 있고, 삼촌도 정말 삼촌일 수 있다. 가족이 자기들끼리만 아는, 이상한지도 모르는 이상한 대화를 하는 중일 수도 있는 것이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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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의 철학에는 단순히 사람을 보내는 일이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잇는 일로 장례의 본질을다시 정의하려는 시도가 깃들어 있습니다. - P263

‘죽음에 대한 준비‘라는 무거운 말 대신, ‘삶을여유롭게 마무리할 수 있는 선택‘이라는 말로시선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한 세기나 된기업인데도 이토록 과감한 선택이 가능하다니놀랍습니다. - P264

옛날에는 값싼 술로 꿈 얘기만 했다.
지금은 값비싼 술로 돈 얘기만 한다.
카미야. Bar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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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동물생츄어리연맹 Global Federation of Animal Sanctuaries, GFASGFAS은아래의 입장문을 통해 생츄어리를 정의한다. - P202

셋째, 안락사는 동물의 고통을 덜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만 허용된다. 수용 공간 확보나 관리 목적의 안락사는 금지된다. - P202

이런 과정을 알게 된 후 우리는 염소와 표범을 시작으로 동물들에게 불임수술을 시행했다. 새끼를 낳지 않으니 부모 동물의 열악한 공간을 대물림하지 않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물들은 자연 감소했고, 이로 인해 확보된 동물사는 옆칸과 합쳐져 동물이 넓게 사용하거나, 구조된 야생동물들의임시 보호 장소가 됐다. - P205

내가 야생성 맹금류의 예민한 청각에 대해 알려주니, 아이는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배려에흐뭇했다. - P206

길들여지기 전 돼지는 멧돼지였고염소도 산양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 P209

청주동물원 꼭대기에는 동물원에서 살다 간 동물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있다. 뒷다리가 마비되었음에도 마지막까지 늠름한 자세를 허물지 않은 호랑이 박람이부터 종양의 고통에도 암컷의 장난을 너그럽게 받아준 사자 먹보까지, 주로 동물원에서 생로병사를 겪은 동물들의 명패가 추모관 벽을 채우고 있다. 벽 아래에는 이들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꽃과 편지, 아직은 죽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꼬마들의 사탕과과자가 놓여 있다. - P212

‘앞으로 우리 헤어질 걱정으로 귀한 순간을 허비하지 말자.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이별의 날은 기어코 오고 말겠지만, 새벽하늘을 물들이는 그리움이 있다면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 P223

. 돌본다는 것은 개체별 특성을 이해하고 필요한 것을 해주며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애를 써야 하고, 기쁨은 잠깐이며, 오래슬프고 종종 그립다. 이 마음 또한 수의사의 일이라 받아들인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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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이야기는 동물 한 종이 멸종되면 생태계가 얼마나 빠르게 훼손되는지를 알려준다. - P155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지만, 과거 해수구제를 통해 아무르표범의 멸종 원인을 제공한 우리도 이제 여유가 생겼으니 어떤 식으로든 멸종위기종 보전에 관심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야생동물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야생종이단계적으로 멸종하는 걸 보면서 얼마 안 가 인류도 그리되지않을까 싶어서다. - P158

한 방문객이 약간 불만이 담긴 말투로 물었다. "까치는 물새장에 있으면 안 될 거 같은데. 잡아내야 되지 않아요? 귀한새도 아니고." 나는 이렇게 답했다. "까치는 충청북도의 도조이고, 또 청주시의 시조입니다. 게다가 까치가 생태계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잘 모셔야 하거든요." 그러자 방문객의 얼굴에 웃음이 달렸다. "아, 그래요? 처음 알았네요." - P159

날아간다고 잡지 않고, 머무른다고 쫓지 않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새들이 스스로 판단해 살 만하다면 머무르지 않을까? - P161

아이들의 물음에 고민이 시작된 날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게 하자는 마음으로 조금씩 동물원을 바꿔나갔다. - P170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나의 시낭송을 들은 선생님의 칭찬한마디에 시집을 사서 읽는 사람으로 자라난 나처럼 말이다. - P172

지금은 외래 동물이 자연 감소하면 같은 종을 데려오는 대신 그곳을 허물어 옆 칸에 사는 동물의 공간을 넓혀준다. 현재 우리 동물원에는 60여 종의 동물들이 과거보다 넓은 집과숨을 곳을 갖고 있고, 불안감과 정형 행동도 많이 줄었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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