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알아. 타이밍. 늘 안 좋았지. 아무튼, 요새 꽂힌 빨강 머리가 있는데, 퍼래머스 외곽에 있는 스테이크집 사장이야. 리타 헤이워드는 저리 가랄 정도야. - P91

대니가 테레즈에게 키스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는 자신의일터를 여성을 유혹하는 수단의 하나로 사용하는 정도의 인물이지만, 테레즈는 그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본다. "테레즈는 감히 아무것도 만지지 못한다"는 문장은 영화에서 지문만이 할 수 있는 심리 묘사일 것이다. - P93

죽은 개는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그걸 모르지 않았다. 그래도 소원을 빌었다. 개를 데리고 멀리까지 왔다. 기적이 있기를 빌었다. 다시 살아나는 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방을열어 확인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주인공 형제보다도 이 소년을 닮았다고 느끼곤 한다. 죽은 개를 가방에 넣고기적을 바라며 멀리까지 다녀오는 소년 같다고. 가방 안의 개는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 사람들이 뭐라 하든 가능하다고믿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린이와 영화감독만이 일으키는 기적이다. - P102

윤가은의 남동생들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농담임), 윤가은의 소녀들은 심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노출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멀리 내다보는 여유를 갖기 어렵다. 절박하지않기에 표정을 마음껏 가질 수 있는 이 사내아이들은, 애석하게도 혼자이지만 시대를 초월해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작은현자이며, 영화감독이라면 누구나 자기 영화 속에 갖고 싶어할 요다와 같다. - P104

‘진짜‘가 어딘가에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것은 내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내심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진짜‘들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비밀은 글쓰기에 있다고 믿었던 나날, 특별한 경험을 하자.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내자. - P107

창작과 비평 양쪽에서 예술을 ‘내가 잘 안다‘고 주장하는목소리들과 예술을 ‘너(재)는 오해하고 있다‘며 서로 헐뜯는 목소리들 속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다. 욕하고 욕을 듣는사람의 얼굴만 바뀌고 젊은이도 노인도 여전히 그러고들있다. 그럴 때면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Let‘s Get It On>과 <올모스트 페이머스>의 <Tiny Dancer〉를 떠올린다. 나는좋은 곳으로 갈 테니까 니들끼리 헐뜯고 살아.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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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스페이스 섹스올로지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 그래서 멍청한 사람들, 그러나 여전히 자기 방이 필요한 존재들에 대한 얘기로 이해됐다. 스페이스라는 영어가 좁디좁은 한 칸 방이라고 해석되든 무한하거나 광활한 우주로 해석되든 그건 마찬가지였고, 자신의 이해가 틀렸든 아니든 역시 마찬가지였다. - P138

유자는 전시회를 보러 갔다. 그날 은율은 서울에 없을 거라고했다. 서울에 없으면 어디에 있겠다는 건지, 은율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나 늦어"라고만 했을 때, 유자는 실망했다. 늦을 거라는 말 때문이 아니라 늦게라도 돌아온다는 말에. 그즈음 유지는은율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P138

대놓고 사기꾼인 최에게 당한 그녀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멍청하게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세상에 그녀 하나뿐인 것처럼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냐고!
악을 썼다. - P141

‘카니발리즘‘을 사전에서 검색해보니 ‘식인‘이라고 나온다. ‘동족포식‘이라고도 한다는데, 그쪽이 더 옳은 표현인 것 같다. 우주에서는 은하가 은하를, 별이 별을 잡아먹는다. 그걸 ‘갤럭시 카니발리즘‘ ‘스텔라 카니발리즘‘이라고 한단다. 잡아먹는 별이 있으니 잡아먹히는 별도 있겠다. 기아, 질식, 괴롭힘...... 이런 게 별과 은하의 동족상잔에 붙은 말들이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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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 유자는 자주 암벽 공원을 찾았다. 동네에 그런 곳이 있었다. 넓은 공원 한 곳에 세워진 높은 암벽에 예쁜 색깔의 조약돌들이 색색이 박혀 있었다. 사람들이 그 돌을 손으로 잡고 발로 짚으며 올라가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몇 달 가까이 그 동네에 살면서 그즈음에는 거의 매일 공원을 산책했음에도 암벽은 늘 아무방해 없이, 아무 매달림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그곳에 멈춰 서서고개를 쳐들어 꼭대기를 바라보는 사람도 대체로는 그녀뿐이었다. 경고판이 붙어 있었다. 안전요원 부재시 등반을 금지한다는.
아마도 특정한 날에만 운영하는 시설인 것 같았다. 그녀가 그곳을 산책하는 시간은 그 특정한 때의 밖이거나, 아니면 그녀의 시간이야말로 특정했는지도. - P119

그러니까 그렇게 소박하고 희미한 저항. 낯간지럽고 귀여운 의지...... 그렇다. 그녀는 아직도 자신을 귀엽다고 생각하는순간이 있었다. 얼마나 징그러운 사람이면, 아직도. - P121

‘잘라버릴까‘라는 말은 포스터의 빈 공간에 둥둥 뜬 것처럼 쓰여 있었다. 은율이 펜으로 직접 쓴 것이었다. 그 손글씨에 형광펜으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고, 또 이런 메모가 덧붙어 있었다. - P123

고작 그런 불빛이 은혜롭고 성스럽게 보였다. 아이를 뱃속에품고 있다는 건 그런 일이었다. 난데없는 공포와 견딜 수 없는 서러움, 그런가 하면 또 난데없이 들려 올라가는 듯한 성스러움. - P125

내 몸으로 내 새끼를 낳는 일이 어떻게 징그러울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게 왜 길 한복판인가. 구급차 안과 길 한복판은 달라도너무 달랐다. 그렇게 따지면 병원도 길 한복판이 아닌가. 지구라는 구체 위에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 설령 그곳이 바다 한가운데거나 깊은 산속이더라도 당신이 흔적을 남기는 순간, 그곳은당신의 길 한복판이 아닌가. - P127

잔뜩 준비를 하고 나가도 다 쏟아붓기는커녕 잠깐 미워하기도 전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버렸을 테니까. 그는 은율을 집으로 보낼 때마다 버스 창밖에서 손을 흔들었다고 했다. 나의 상처야, 안녕, 해맑은 웃음을 감추지도 못하며, 그래도 너무 해맑게 보이는 건 아닐까 잠깐씩 망설여가며. - P133

스페이스 섹스올로지. 가제라고 되어 있던 전시회의 제목이었다. 시안과는 달랐으나 그렇다고 많이 달라지지는 않은 포스터가다시 은율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완성본임을 안 건 그 포스터에는 아무 낙서도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뭘 잘라냈는지, 그것도 싹둑 잘라내버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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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는 ‘지금의 게으름 때문에 대신 고통받을미래의 나‘ 정도로 연대책임이라는 짐을 짊어지게했지만, 그런 메커니즘이라면 반대로 ‘지금의나를 끌어주는 건 과거의 노력한 나‘도 말이 되는거겠지요. - P286

하지만 오로나인 연고는 2009년부터 ‘노동‘이라는상황에 집중합니다. 노동과 집안일, 그리고 생활속에서 일하며 애쓴 손에 대한 존중과 위로의수단으로 연고를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 P289

이렇게 나오지 않을 거면,
엉덩이에 구멍 같은 건 필요 없지 않나.
무네제약·변비약 - P292

카피는 생명이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어처구니없는이유에 주목합니다. 사인死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마치 사람의 사망 원인을 분석하듯 왜 버려지고왜 죽었는가에 대한 문제의 원인을 직접적으로묻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보는 이로 하여금 문제를회피하지 않고 마주하게 만들죠. 냉정함은 연민보다더욱 뾰족한 메시지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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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고를 쓰기 위해 영화를 다시 보려니 이 자식들아 피임을 똑바로 해라, 하고 말하고 싶다. - P45

편집자는 첫번째 독자다. 하지만 편집자가 여타의 독자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편집자는 책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이 중간자적 위치가 편집자를 작가와 독자와 출판 산업이만나는 한가운데에 놓이게 한다. 문제는 편집자가 작가 눈에는 독자와 출판사 편인 것처럼 보이고, 독자의 눈에는 작가와 출판사와 한통속으로 보이고, 출판사 눈에는 작가와독자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데 있다. - P50

끊임없이 버리는 중에 선택하고, 선택한 자신의 안목과 그 원고가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질 일을 믿는사람을 왜 천재라고 부를 수 없을까. - P51

편집자의 천재성이작가의 천재성과 분리되어 이야기될 수 없고, 천재가 발견되는 것은 편집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 P55

나는 ‘컴포트 푸드‘처럼 ‘컴포트 무비‘도 있다고 주장한다.
마음이 병들고 지쳤을 때, 너덜너덜해진 심신으로 틀어놓으면 저절로 빨려들고, 영화가 끝나면 ‘잘 살아 있음‘으로 안전하게 착륙시켜주는. - P57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한 유미코가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은 이곳 부엌뿐일지도 모른다. 이때의 물소리는 약간은 우는소리 같다. 자기 공간을 따로 갖지 못한 여성들이 감정을 삭이는 곳으로서의 부엌. - P64

요리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맛있는 순간‘이보이지만, 먹기만 하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 P67

"그녀가 나를 지켜보고 있어요. 내가 새들처럼 높이 날 수있다면 그녀의 품으로 곧장 날아갈 텐데." 노래 가사는 흥겹게이어지고, 이것은 그녀의 현실이 아니다. 무표정한 눈 깜빡임.
영화적 농담, 그리고 끝. - P77

정점에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임박한 추락의 순간을 암시하는 것이다. 정물화적인,
메멘토 모리적인 행복의 순간을 담아내기. - P81

. 「가디언」은 필리스 나지와의 인터뷰 기사 마지막에 이런 문장을 덧붙였다. "세계를 약간 바꾸려면, 그것으로 돈이 벌려야 한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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