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어리굴젓과 삭힌 고추장아찌가 손가락 김밥과 잘 어울린다. - P40
"어떡해? 김밥을 안 썰고 그냥 가져왔어." 그러자 그 친구가 태연하게 말했다. "일부러 그냥 달라고 했어. 그렇게 먹는 게 더 맛있어서." - P45
"밭에 땡초가 열릴 텐데요∙∙∙∙∙∙ 그 땡초 따 땡초전을만들어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 P57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누룽지와 명란달걀찜을 만들어 먹으면 내상을 입어 열을 뿜던 위장들이 보리수그늘 아래 돌멩이들처럼 서늘해진다. - P65
"나이가 들수록 왜 이렇게 면이 땡기나 모르겠네." - P76
나도 외갓집 여인들처럼 나이가 드니 왜 이렇게 면이 ‘땡‘기나 모르겠다. 특히 여름에는 그렇다. 그래서궁여지책으로 물냉면 대신 해 먹는 게 냉잔치국수다. - P83
서울에서도 물회를 몇 번 먹었는데 영 그 맛이 안났다. 회의 질과 국물 맛을 떠나 왜 서울의 물횟집들은 국수사리마저 그 모양으로 내놓는지 나는 이해할수 없다. 주문을 받은 후 삶지 않고 미리 삶아 퉁퉁 불은 국수를 손님에게 내놓는 세계관이라면, 회의 싱싱함과도 담쌓고 사는 세계관임이 분명하다. - P90
불행히도 내 몸은 그 욕망을 따라주지 못했다. 내 몸은늘 허약하고 비겁하고 차가웠다. 그래서 나는 내 입안의 작은 동굴 안에서만이라도 그 열기를 아낌없이 발산하고 싶었던 것이다. - P102
냉장고에 넣고 서너 시간 말렸다 무쳤더니 제법 꼬들한 맛이 나 한동안 그렇게 했다. 요즘엔 한결 수월하게 애인을 불러 짤 것을 명한다. 애인이 인정사정없이쥐어짠 오이지는 꼬들꼬들을 넘어 오독오독이다. 정말 내 애인이라서가 아니라 이 친구가 악력 하나는 타고났다. 그러니 날 놓치지 않고 잘 붙잡고 사는 것이지싶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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