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물 더위가 가시고 가을바람이 불기만 하면너무 오랫동안 더운 음식을 못 먹고 지낸 나는 냄비국수를 해 먹고 말리라 잔뜩 벼른다. 식탐자는 맛에 대한욕망만큼 온도에 대한 욕망도 크다. 낮에는 여전히 찌는 날씨여도 이미 입속엔 가을이 깃들고 뜨거운 국물음식이 그리워진다. - P121

그릇에 담긴 국수 말고 나만의 냄비에 담긴 뜨거운 국수를, 살짝 숨이 죽은 쑥갓부터 건져 먹고 반숙인 달걀노른자를 호로록 먹고 양념장을 한꺼번에 풀지 않고조금씩 국수에 끼얹어 먹는 식으로, 그렇게 나만의 스타일로 먹고 싶다. - P125

물론 그 후로는 덤을 주지 않았다. 그때 그 유일무이한덤을 누가 먹었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나는 아닌데. - P129

먹는 얘기에 관한 한 창작촌도 군대나 감옥에 뒤지지 않는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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