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변하고 싶어서요.
좋네요. - P207

나는 너에 비추어 나를 생각했다. 내가 자주 올리는 사진들내가 올리는 사진들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남이 찍어주는 너는대부분 어떻게 나오고 남이 찍어줄 때의 나는 대부분 어떤 모습인지. 너는 도드라지는 광대가 콤플렉스였고 그래서 사진을 찍힐 때면 두 손으로 뺨을 가리곤 했는데, 그런 너의 사진을 볼 때면 나는광대 같은 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너의 손만이 보였다. - P59

세번째 갔을 때 너를 만난 거지. 그때만 해도 나는 여기를 하나도 알지 못했는데.
그렇게 말하고 천희를 올려다봤다. 다른 곳을 보고 있던 천희가도로록 소리가 날 것처럼 눈동자를 굴려 나를 봤다. 나는 속으로펜 쥔 손을 움직여 그 모습을 몇 번이고 그렸다. - P15

삼년전 겨울, 지은은 영국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냥 가는 게아니라 거기에서 살겠다고. 이혼한 지 일 년이 되어가던 해였다. - P270

선배, 저는요…… 사실 사람들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저를 좋아한다는 게 좋아요. 이런 걸 좋아한다는 사실이 너무 촌스럽고 의존적이고 속이 빈 것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가끔 이렇게 털어놓고 싶어져요.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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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아가야.
이모도 그럴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 - P125

봉봉이 나를 더 잘 따르기도 했지만 나는동생이 그런 선택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직장에 매일 출근할 수밖에 없는 동생 내외와 함께 지내는 것보다 프리랜서라 집에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더 많은 나와 지내는 것이 봉봉의 삶을 위해 더 좋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는사실을 안다. 어떤 커다란 사랑은, 상대를 위해 보내주는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동생을 통해 배웠다. - P101

어느 날이었다. 이웃에 사는 언니가 나에게 유기견을 키워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어머니가 홀로 사시는게 외로워 유기견을 입양하셨는데 막상 키워보니 힘에 부쳐 파양하려 하신다는 것이다. 이미 한차례 파양된 적 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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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직업적 습관이 되어버렸지만가급적 판단만큼은 내리지 말자고 다짐하며 글을 써왔다.
판단은 작가의 책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관찰할수록, 절대적이거나 확실한 것은 없었다. 흑백을 대신하는헤아릴 수 없을 만큼 두터운 회색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만이 진실에 가까웠다. - P117

"그런 장난감 병정 같은 옷을 입고 창피하지 않아?"
들어오는 차도 나가는 손님도 거의 보이지 않는 자정무렵, 귓가에 수없이 감돌던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동주는 순간 다리 힘이 풀렸다. - P154

수화기 너머로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렸다.
"젊은 놈이 그렇게 건강 챙기는 거 난 아주 재수어………. 내가 문자로 주소 찍어 보낼 테니까 얼른 씻고 나와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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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엔 이불을 씹었다. 이건 속임수가 아니다. 단지 입안에뭘 넣고 싶었던 것뿐이다. 잠이 드는 순간에도 계속 씹고 있었던것 같다. 도도가 그걸 알고 날 협박했다. 자길 기숙학교에 데려가주지 않으면 엄마한테 이르겠다는 거다. 날 안 데려가면, 제일 맛있는 것들을 전부 다 갖다 놓고 형 앞에서 막 먹을 거야. 우린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 P81

바질을 넣은 토마토소스, 지난 8월에 아줌마가 그걸 만들 땐 나도 도왔다. 꼬마 도련님, 병조림은 너무 오래 두고 먹으면 안 돼요.
한 달 반이나 두 달, 그 이상은 안 돼. 오래되면 바질이 기름을 변질시켜서 역한 냄새가 나거든(그때 이미 아줌마는 말할 때 약간헐떡였던 게 사실이다). 난 울었다. - P83

3. 15-19 (1939-1943)그렇게 되면 어른들이 스스로를 책임지라고 충고할 때도,
거짓말할 위험 없이 그러마 하고 약속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게임에 이기려면 정확히 63번 칸에 도달해야 한다. 63보다 큰 숫자가 나온 경우엔 넘치는 수만큼 뒤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 - P105

거위 놀이의 결승전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루아르의 형이 됭케르크에서 전사했다. 그는 형을 유난히도 좋아했었다. 우리가 총각딱지를 떼려면 더 나은 시절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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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종,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내 어린 시절에 관해 너희들에게 한 번도 얘기해준 적이 없으니, 넌 내 고난의 시작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 게 없으리라는 그렇지? 아버지의 죽음, 노기등등한엄마, 옷장 속에 버려진 어린 몸, 그리고 어느새 학자나 된 듯 무게를 잡으며 글을 쓰기 시작한 열세 살짜리 남자아이. 이제 네게도몇 마디 들려줘야 할 때가 온 것 같구나. - P58

그래서 엄마는 어떻게든 날 변화시켜보려고 유아 보이스카우트에 가입시켰다. 나중엔 정식 보이스카우트 단원이 되었지. 야외 활동과 ‘몸의 정신!‘이야말로 (엄마는 이 말을 진심으로 강조했었다) 내게 결정적인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 거지. 그건 절대적인 신념이었다. 그러나그곳은 고환을 하나밖에 못 가졌던 아이가 경험을 쌓을 만한 그런환경은 아니었단다. - P63

두려워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무슨 일이당할 수 있는 거야! 그렇다 해도 신중할 필요는 있지. 아빠가말했었다. 신중함이란 지성을 갖춘 용기란다. - P67

티조는 나 어렸을 때와는 영 딴판이다. 운동신경이 대단히 발달해 있다. 그 나이의 애들은 보통 동글동글하고 오동통한 법인데,
녀석은 그렇지 않다. 걔는 신경과 근육과 힘줄로만 이루어진 거미같다. 전혀 움직임이 없다가도 한순간에 극도로 민첩해진다. 느린동작은 절대 없다. - P69

물웅덩이에서 발가벗고 있는 내 모습을 비올레트 아줌마가 봤다. 오디를 따는 바람에 손과 팔이 살인자처럼 새빨개져서 몸을씻고 있던 중이었다. 아줌마가 날 물끄러미 바라봤다. 도련님, 분수 옆에 풀이 돋았네! (털이 나는 것에 관해선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 법인데, 아줌마는 기어코 얘길 한다.) 겨드랑이에도 돋았니? 난팔을 쳐들고 아줌마가 직접 확인하게 했다. 아줌마도 이젠 내 몸에 관해 잘 모른다. 날 씻겨주지 않은 지도 벌써 3년이다되어간다. 우릴 가장 잘 알던 사람도 우리가 커버리면 더 이상은 우릴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모든 게 비밀이 되어버린다. 그러다가 죽는순간엔 다시 모든 게 다 드러난다. 아빠를 마지막으로 씻겨드린건 비올레트 아줌마였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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