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종,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내 어린 시절에 관해 너희들에게 한 번도 얘기해준 적이 없으니, 넌 내 고난의 시작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 게 없으리라는 그렇지? 아버지의 죽음, 노기등등한엄마, 옷장 속에 버려진 어린 몸, 그리고 어느새 학자나 된 듯 무게를 잡으며 글을 쓰기 시작한 열세 살짜리 남자아이. 이제 네게도몇 마디 들려줘야 할 때가 온 것 같구나. - P58

그래서 엄마는 어떻게든 날 변화시켜보려고 유아 보이스카우트에 가입시켰다. 나중엔 정식 보이스카우트 단원이 되었지. 야외 활동과 ‘몸의 정신!‘이야말로 (엄마는 이 말을 진심으로 강조했었다) 내게 결정적인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 거지. 그건 절대적인 신념이었다. 그러나그곳은 고환을 하나밖에 못 가졌던 아이가 경험을 쌓을 만한 그런환경은 아니었단다. - P63

두려워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무슨 일이당할 수 있는 거야! 그렇다 해도 신중할 필요는 있지. 아빠가말했었다. 신중함이란 지성을 갖춘 용기란다. - P67

티조는 나 어렸을 때와는 영 딴판이다. 운동신경이 대단히 발달해 있다. 그 나이의 애들은 보통 동글동글하고 오동통한 법인데,
녀석은 그렇지 않다. 걔는 신경과 근육과 힘줄로만 이루어진 거미같다. 전혀 움직임이 없다가도 한순간에 극도로 민첩해진다. 느린동작은 절대 없다. - P69

물웅덩이에서 발가벗고 있는 내 모습을 비올레트 아줌마가 봤다. 오디를 따는 바람에 손과 팔이 살인자처럼 새빨개져서 몸을씻고 있던 중이었다. 아줌마가 날 물끄러미 바라봤다. 도련님, 분수 옆에 풀이 돋았네! (털이 나는 것에 관해선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 법인데, 아줌마는 기어코 얘길 한다.) 겨드랑이에도 돋았니? 난팔을 쳐들고 아줌마가 직접 확인하게 했다. 아줌마도 이젠 내 몸에 관해 잘 모른다. 날 씻겨주지 않은 지도 벌써 3년이다되어간다. 우릴 가장 잘 알던 사람도 우리가 커버리면 더 이상은 우릴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모든 게 비밀이 되어버린다. 그러다가 죽는순간엔 다시 모든 게 다 드러난다. 아빠를 마지막으로 씻겨드린건 비올레트 아줌마였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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