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오오 봄이여 - P124

책은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 P246

"최초의 악수"가 비로소 가능해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이 악수는 "내가 나에게" 하는있는 "최초의 악수"라고 했으니 그 이전에는 악수를 한 적이하는 말이다. 부끄러워만 했던 시절의 윤동주는 자기 자신을한번도 온전히 긍정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 P175

온순한 구성원으로 살아온 사람은 축소해 말해도 결국 ‘구조적 가해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 점을 자인하는 부끄러움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으리라. - P61

셰익스피어가 소네트를 단 한 편도 쓰지 않았더라도 그는 위대한 시인이다. 『맥베스』에 나오는 ‘인생은, 소음과 분노가 가득하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백치가 들려주는 이야기‘나, 『햄릿』에나오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같은 독백에는 강력한이미지와 압축의 묘미가 있다. 이것들이 시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2016년 출간된 훌륭한 앤솔러지 영국 대표시선집』의 셰익스피어 파트에 이 독백이 포함돼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 그가 소네트를, 그것도 154편이나 썼으니, 이것은 한 인간이후대의 인류에게 남긴 아름다운 선물이다. - P77

그대가 잃을 수밖에없는 그것

유일한 황제는아이스크림의 황제

여럿이 마시는 사람은 희망이 소중하다고 믿는 사람이고, 혼자마시는 사람은 절망이 정직하다고 믿는 사람일까. 전자가 결국 절망뿐임을 깨달으면 귀가하다 혼자서 한잔 더 할 것이고, 후자가 끝내 희망을 포기 못하겠으면 누군가를 불러내 한잔 더 할 것이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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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돌아와 마저 쓰인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보았다
한 사람이 가고 여기 움푹 패인 베개가 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게 될 거요 - P10

그 방에 오래 있다 왔다 거기서 목침을 베고 누운 남자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는 우는 것 같았고 그저 숨을 쉬는 건지도 몰랐다. - P11

어떻게 적을까요
이불 한 채방한칸
갓 지은 창문에 김이 서리도록 사랑하는 일을 - P12

당신의 말투는 손에 들린 신문처럼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무심히 넘어간다 - P17

빈 방에서 사랑을 했는데
당신은 어느덧 살림이 되고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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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방 - 2022 볼로냐 The BRAW Amazing Bookshelf 선정작
파울 더모르 지음, 카텨 페르메이러 그림, 최진영 옮김 / 오후의소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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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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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꿈을 꾼다. 가벼워지고, 붕 떴다가………… 점점 멀어지는 꿈. 나는 뭔가에 부딪쳐 튕겨 나가고, 정신을 차리면침대 위다. 언제부터 이 꿈을 꾸기 시작했더라? - P59

하지만 사건이 끝난다고 문제가 사라아니다.
어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연주의 사고 이전기억이 단 하나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전무했다. 남들은 교통사고로 죽을 뻔했다던데, 연주는 자신이 꼭 교통사고로인해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굳이 태어나지않았어도 되는 삶을 말이지. - P61

"나이는? 기억하는 걸 다 말해보세요. 그래야 돌아갈수 있죠." - P61

손, 손이었다. - P67

이방인들은 새 신분과 이름을 발급받은 후, 교육을 듣고, 지식과 언어를 익혔다. 그들을 위한 지원금이 나왔고 이쪽 삶에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 머무를 기숙사도 제공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삶을 버티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한 인간의 안쪽을 채우던 것들이 한순간에 증발했는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지 않는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 P69

"그러니까, 연주는 사실………….‘ - P72

"수야? 아니면 연구소 발표작? 어디에 연결되어 있었어? 이렇게 정교한 건 처음 보는데." - P82

"이게 움직였다고 했지?" - P84

그리고 대략 1년 후에 릴리는 연주와 팀이 되었다. 연주는 실제로도 조용하고 온화한 사람이었고, 같이 있으면 꼭온실에 누워 있는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부터연주에게 마음이 갔을까? - P88

그러나 그중 어느 것에도 이런 엔딩은 없었는데. - P95

"놓으라는 소리는 하지 마.‘
‘틈이 닫히고 있어. 이방인이 된다고 죽는 거 아니야"
"그래도 싫어. 안 돼." - P99

릴리,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그 모든 순간, 누군가의 손은 늘 연주의 곁에 있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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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임신이다. 나는 하루 종일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반복하며 아무 행동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갔다. 극단적으로 말해 나는 ‘아기 집‘, 그 이상도 이하도아닌 존재가 되어 버렸다. - P145

그때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곧 제주에 있는 나를만나러 오기로 한 이소호 시인이었다. 소호는 내게 줄 선물을사러 백화점에 갔다가 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임신축하 선물로 아기 것은 많은데 엄마에게 주는 선물은 별로없었다는 것이었다. 아기 용품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이제막 엄마가 된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는 것은 튼살 크림과오일 정도뿐이었다고. 임신이라는 것은 아기의 일이 아니라엄마의 일인데 정작 엄마가 받을 수 있는 축하는 한정되어있는 것 같아서 본인이 더 서운했다는 말이었다. - P148

생살을 찢고 나왔으니나와 너우리의 고향은 차가운 칼이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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