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지겹도록 확인하겠지만, 일베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괴물이 아니다.

기사와 게시물은 삽시간에 퍼졌고, 급기야 문재인 후보 측에서 의자와 안경테 등에 제기된 문제를 하나하나 해명하기에이르렀으나 별다른 반향은 없었다. - P5

하지만 일베는 달랐다. 이들은 딴지일보www.ddanzi.com를 위시한 정치적 패러디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스스로 젊음을 ‘인증‘하며 자신들이야말로 깨어 있는 일등시민이라는 확신을 사방에 퍼뜨리고 다녔다. 보수 또는 극우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실존한다는 놀라움, 실존하는 보수주의자들이 심지어 젊다는반전, 그들의 행동이 자발적이라는 데서 오는 당혹, 특히 범진보 진영의 입장에서 행해지던 비판과 풍자의 칼날이 정확히 반대 방향을 향한다는 충격, 정의와 공정 같은 민주적 가치로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데 대한 분노에 이르기까지, 일베는 그 등장과 함께 한국 공론장에 거대한 혼돈을 불러온 진앙지가 되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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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의 가장 큰 매력은 혼자서는 절대 읽으려는마음도 먹지 않았을 책을 접하게 된다는 거다. - P197

제주도의 가장 시골 마을, 바람이 많이 부는 동네의 어둠속에서 한 여자가 노트북 앞에 앉아 무언가를 쓴다. 피곤에절은 얼굴인데도 눈빛만은 총총히 빛나는 한 여자가. 처음작업실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던 순간이 생각난다.
참 좋았다. 해방감보다 안정감이 더 먼저 느껴졌다. 온전히나 혼자만 있는 시간을 가져 본 게 언제였던가. 작업실에 대해서오면 모드가 완벽히 전환되어서 좋다. 생활인이자 엄마강지혜에서, 시인이자 기획자 또는 강사 강지혜로 모드를바꾸고 기꺼운 마음으로 피로 속에 뛰어든다. - P202

해녀들은 물질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늘 바빴다. - P207

칠성판(관 밑에 까는 판자)을 등에다 지고한 길 두 길 들어가 보면저승 문이 눈앞이로다이어도 사나 이어도사나 - P208

"맴이 아프긴 무신. 그땐 다 그랬쪄. 살다보면 다살아점쪄." - P212

내가 심은 잔디는 바닷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죽어 가는 것처럼 살아 있습니다살아 있는 것처럼 죽어 갑니다 말랐다 젖었다 말랐다 반복하며 조금씩 기어가며

분명한 건, 분명한 것. 확신에 찰 수 있는 것. 나는 내가시인이라는 것에 확신을 느낀다. 나는 내가 아이를 키우는여자라는 것에 확신을 느낀다. 나는 내가 큰 개를 키우는사람이라는 것에 확신을 느낀다. 나는 낮에는 돌봄 노동과숙소 관리를 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일상을 보낸다는 것에확신을 느낀다. 나는 내가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확신을 느낀다. 내게 확신을 주는 것들만 생각하기로 한다.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없다면 확신을 느끼는 일에는,
기왕 하는 거 몰두하기로 한다. 그러면 제주나 서울, 그어디에서든 다 같은 오늘일 테니까. 그 ‘오늘‘들이 나를어디론가 데리고 가겠지. 그러니까, 나중에 가서 후회든기쁨이든, 잘 부탁한다. 내일의 나여! - P217

우리는 찰나와 같은 생을 이렇게 보내고 있네요.
어리석게, 때로는 씩씩하게. 저는 지금 제주인데요. 지금어디에 계세요? 그곳이 어디든, 단단하기를 바랄게요.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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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웃음소리에 작은방이 우렁우렁 울렸다.
-여기가 우리 영혼의 집이야. 너도 금방 알게 될 거란다.
".
그때의 엄마는 누구보다 진심이었을 거라고 유란은 생각했다. - P21

이서는 유란을 언니라고 불렀다. 언니. 아무 덧붙임 없이 그렇게만메시지를 보내는 날도 많았다. 유란은 이서가 보내는 메시지들에 꼬박꼬박 답을 보냈다. 점호 시간마다 핸드폰을 반납해야 하는 열매들과 달리 유란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유란은 여전히 진심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진심은 왜 그렇게 빨리 변질될까. - P23

사는 가슴을 쾅쾅 두드리며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사과받는 신도들이진저리를 칠 때까지, 더 이상 사과받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실행하고말 때까지 집요하게 반복되는 사과였다. 더 많은 재산, 더 많은 열매.
신도들은 전투적으로 재산을 헌납하고 씨앗을 긁어모았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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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산문 문장은 고통도 적확하게 묘파되면 달콤해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문장이다. 달콤한 고통이 무엇인지를 꿈과 잠의 주체인 우리는 안다. 꿈과 잠에 비유해본다면, 그녀의 문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탈진한 상태로 깨어나서는 한참을 더 울게 되는 그런 꿈이고, 탈진한 상태로 깨어나서 한참을 더 울다가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그 슬픔이 달콤한 안도감으로 서서히 바뀌는 것을 느끼는 순간 다시 찾아오는 그런 잠이다. - P69

그렇다면 유다는, 가장 사랑하는 대상을 배반해야만 그 사랑을 완성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던, 비극적인 인물이다. 물론 신학적으로는 터무니없는 오독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문학은 이 오독의 빛에 의지해 인간이라는 심해로 내려간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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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제." - P82

"택시부텀 불르소,
아버지는 대충 옷만 챙겨 입고 길 떠날 채비를 했다. - P101

처음 보는 모습에 놀란 아버지도 말을 잃었다.
"누구냐고! 말을 허랑게."
노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누구?",
"아들인갑제."
"아들은 무신. 딸 하나배끼 읎단디."
"글먼 사윈가?"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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