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배워야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통근 버스에서 다짐했다. 근데 무슨 기술을 배워야 할까? 막연함은 의외로 금방 해소되었다. 좋은 인연과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 P113
‘용접‘은 힘든 노동의 상징처럼 세상에 알려져 있다. 나역시 달리 생각지 않았다. 눈앞에 태양만큼 눈 따가운 빛이 아른대고 사방으로 벌건 불똥이 튀어대는 위험한 일로치부했다. 처음으로 용접면을 쓴 순간, 내 짧은 인식이 얼마나 큰 편견덩어리였는지 깨달았다. 온통 어두운 시야 속번뜩이는 불꽃만 남은 망망대해 위에서 치열하며 섬세한손놀림이 8자를 그리며 흐느적댄다. 천천히 진군하는 용융 풀은 나긋하게 산책 나온 주홍 반딧불이 같다. 목적지에 도달한 불길이 사그라지고, 지나왔던 길엔 위아래 간격이 똑바른 용접 비드만 남아 철판과 철판 사이를 메우고있었다. "어때, 해볼 만할 것 같애?" 아저씨의 물음에 살짝상기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근사하네예!" 처음으로 용접을 접한 날이었다 - P115
"야, 현우야, 우리 없으면 누가 다리 만들어주냐? 우리뿐만 아냐. 청소부, 간호사, 택배, 배달, 노가다, 이런 사람들 하루라도 일 안 하면 난리 나저기 서울대 나온 새끼들이 뭐하는 줄 알어? 서류 존나 어렵게 꼬아놓고, 돈으로 돈따먹기만 하고, 땅덩어리로 장난질이나 치지. 그런 새끼들보다 우리가 훨씬 대단한 거야. 기죽지 마." - P116
사람들은 앞으로 수십년동안 이 다리위를 오갈 테고. 누군가는 연인에게 사랑 고백도 하겠지. 어쩐지 근사한 일을 해낸 듯해서 혼자 한 일도 아닌데 괜히 대견해졌다. 그날은 포터 아저씨와 오후부터 시작해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 P122
"그래, 고데기질 이기 돈은 안 돼도 손맛은 직인다. 해보면 재밌을 끼라 그라믄 니는 자격증 딸래, 아이면 실전 조지볼래?" - P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