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면서 타인과 부딪히며 생기는 많은 문제들은 행위에서 비롯되는 게 아닙니다. 저 사람이 무슨일을 하는가보다 내가 그 일을 이해할 수 있는가가더 중요하다는 거죠. 층간소음을 예로 들어볼게요. - P20

즉, 우리가 타인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라는 건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문제라는 겁니다. - P21

그래서 그렇게 바라던 소원이 이루어져서 저는 좋았을까요?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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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프로젝트는 계속 엎어지니까 영화사에서 ‘이거 우리 작가들이 개발한 시나리오인데 이거 먼저 하자, 이거 잘 되면 네 프로젝트 하자‘는권유를 거부할 수 없죠.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나온 중고 신인이 되는거죠. 자기가 대중영화를 찍고 싶다면 감독 고시도 즐거울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내 이야기를 하고싶어‘, 이러면 힘들죠. 영화사에 들어가서 그런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요. - P241

그러나 소설을 쓰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을지 몰라도, 책을 만드는데에는 돈이 든다. 편집자의 인건비에서부터 디자인 비용, 인쇄와제본 등 제작비, 유통과 물류비, 홍보와 마케팅비까지. - P243

그런 한편 단편영화제는 승자 독식 방식이 아니라는 면에서소설공모전과 구분된다. 출품작 중에 단 1편만 외부에 공개되는것이 아니라, 영화제 기간 중 수십 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지원자는 대상이나 최우수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주목을 받고 영화사에발탁될 수 있다. - P246

김유경: 영화 시나리오는 소설과 달라요. 기획자랑 작가가합이 안 맞으면 일 하기가 어려워져요. 영화는 여러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라서 합이 제일 중요해요. - P251

홍석재: 통계적으로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카데미처럼 장편영화과정을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는교육 기관이 늘어나고 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도 장편영화 과정을 만들었고, 단국대도 하고 있고 조심스런 사견이지만, 지금 한국 현실에서 사회 진입을 유예하고 스펙을 쌓는 풍경과도 조금겹치지 않나 생각되기도 해요. - P259

그러나 애초에 소설은 쓰는 데 돈이 들지 않는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의 연출 전공자들은 촬영 로케이션, 배우 섭외, 스태프 관리, 사운드 믹싱을 신경 써야 하는데 소설가 지망생은 원고만 고민하면 된다. 표지 디자인, 인쇄, 재고 관리, 서점 홍보는 공모전에 당선되고 나면 누군가 알아서 해 준다. - P262

나는 글의 스타일은 작가의 성격이라고 믿는다. 성격이 차가운 사람은 건조한 문장을 쓰게 된다. 세계관이 명료하면 단호한 소설을 쓰게 된다. 극단적인 성향의 작가는 논쟁적인 작품을 내놓는다. 나는 내 성격을 바꾸는 대신 그냥 내 스타일로 쓰기로 했다. 그렇게 쓴 소설이 『표백』이다. - P265

나:응아내: 헐. 믿어지지 않는다나: 되게 놀랍지?
아내 : 진짜 그 작품은 문학상에 어울리지 않는데나: 뭐여…………. - P271

임경선 작가가 말하는 차별은 배제(排除)에 대한 것이었다. 그에 따르면 미등단 작가는 적극적인 공격이나 비판을 받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떤 무대에 입장하는 것이 부드럽게 거절당하거나, 또는 그 자리에 들어와 있어도 주변 사람들이 인정을 하지 않아 투명인간이 되는 일이 발생한다. - P274

"문단에서는 저를 거론하지도 않고, 아예 평가 자체를 안 해요. 문단의 관심이 아쉬우냐면 그건 전혀 아니지만…. 이름난 국내 문학 출판사들이 마케팅 행사는 저랑 하고 싶어 해요. 예를 들어 다른 저자의 북토크를 할 때 사회자로 저를 부르죠. 모객용이죠. 하지만 그 출판사들이 발간하는 문예지에서 저에게 원고를 청탁해 온 적은 없지요." 1 - P275

설사 주관자들이 그 기준과 과정을 공개한다 해도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어떤 자격에 대한 공감대가 심사자들에게 있다면,
‘진짜 이유‘는 한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은 채 그 자격을 갖추지 못한 특정인을 배제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외모가 마음에 안 드는 이성을 거절할 때 다른 이유를 둘러댄 경험이 다들 있지 않나?) - P278

이런 경우에 대부분의 사람은 안전한 선택을 내리게 된다.
대형 출판사의 감식안을 믿는 것이다. 작은 신생 출판사에서 발간한 무명 신인의 소설에 시간을 할애하는 모험을 벌일 기자는 거의 없다. - P284

여기에서 분명히 밝혀 둔다. ‘누군가의 거대한 악의가 없어도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말은, ‘현재 아무도 악의가 없다.‘
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과거에 어떤 시험을 합격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넘어선 우월의식을 틀림없이 품고 있다.
과거에 그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을 미자격자, 무면허자로 몰아 배제하려는 이들도 존재한다. 다만 그런 흉한 생각을 품은 자들이 싹 사라진다 해도 여전히 이런 구조에서 배제와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생기리라는 이야기다. - P287

김이환 작가는 "저는 ‘문단 안에서 일이 주어지는 것‘을 등단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문단문학 출판사들이 자신의 권위와 원고료를 나눠 줄 작가를 아무나 선택할 순없다고 판단한 다음, 일정 수준 이상의 작가를 선택하는 기준선 같은 것을 만들었고, 되도록 그 안에서 작가를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덧붙였다. - P292

"그런 술자리에 가면 뭘 합니까? 막 자리 돌아다니면서 편집위원들한테 인사하고 그러나요?"
"편집위원들 옆자리를 관찰해 보세요. 그 사람 옆자리에 앉은사람이 화장실에 가거나 담배 피우러 자리에서 일어나면 다른 사람이 얼른 그 자리에 앉는 걸 볼 수 있을 거예요. 그 의자가 비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 P300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라는 속담은 독서에 대한격언이 아니다.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그만큼 사람의 실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뜻도 된다. 인간 역시경험재다. - P311

권영미: 지적인 허세가 얼마나 있냐 하는 문제일 것 같은데 우리는 그런 게 좀 있죠. 그리고 미국은 문화가 다양하고 서브컬처도 풍부해요. 우리는 ‘대세‘
라는 영향력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요. - P333

평론가들이 굉장히 예쁘고 세련된 말로 엄청나게 작가들을 띄우는데, 저는 그런 표현들이…………요사스럽게 느껴져요. - P334

아내가 도와주었다. ("두 번 다시 논픽션 쓰지 마."라고 말하며 도와주었다.) - P344

제주도서관 사서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른사람이 읽고 막 반납한 소설‘이 인기가 높다는 것이었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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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형은 수험생이 제출한 자기소개서, 학교생활기록부, 교사추천서를 보고 대학 측에서 합격자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는 내신 성적, 수상 실적, 각종 봉사 활동이나 교내동아리 활동 등을 기록한다. - P232

나는 개인적으로 로스쿨이나 학생부종합전형에 찬성한다. 잘만 운영되면 사시나 수능보다 더 나은 선발 제도라고 본다. 문제는바로 그 ‘잘 운영되는가‘다. 한국 사회는 그 문제에 굉장히 민감하다. 왜냐하면 경쟁은 치열한 반면 신뢰 수준은 아주 낮은 사회이기때문이다. - P235

문학공모전은 ‘문학 권력‘을 만들거나 떠받치고 있는가? - P236

영화 제작과 문화 출판은 모두 예술인 동시에 산업이다. 그래서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상당히 명확한 사회적 기준이 있다국소수캔디 프로로 데뷔할 수 있고, 고로 데뷔 경쟁이 아주 치열라며, 준비에 몇 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 데뷔하지 못하면 남는 게 없는 건부 아니면 전자의 도전이라, 데뷔 준비는 도박과도 비슷하다(그래서 부모들이 말린다.) - P237

그다음에 등장한 새로운 방식은, 단편영화를 찍고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거나 상을 받은후에 영화제작사에 발탁이 되는 경우가 있었고요. 그러면 그 영화사에 들어가서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거죠. 입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21세기가 되면서 새롭게 생긴 경향은 독립장편영화를 만드는 거예요.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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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머릿속에 떠도는 많은 생각 혹은 이미지 중에서하나를 잡아 의식의 흐름을 좇아가보세요.
혹시 생각이 다른 곳으로 점프한다면그 새로운 이미지나 생각을 따라가보세요.
혹시 방금 눈동자를 움직이셨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두 훈련법이 자연스럽게 서로 연결되는 것 같다. 결국 둘 다 ‘쪼그려 앉아 있는몸에 어떤 충동이 오고 그래서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다. - P67

김석영 일단, 이것은 내가 이해한 방식이기 때문에 그로토프스키의 원전과 얼마나 가까운지 혹은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는 보장할 수 없다. 다만 내가 훈련하는 방식을 소개해보겠다. ‘의식이 담겨 있는 모든 움직임의 형태’를 플라스티크라고 한다. 신체의 모든 부분은 신체 조형에 기여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신체의 부분 부분을 나눠서 신체 부위별로 ‘조형과 의식의 연결‘을 실험한다. - P68

김신록스타니슬랍스키의 제자 소냐 무어가 심리신체적 행동에 대해 설명하면서 ‘모든 근육에는 일대일로 연결된 감정이 있다‘는 표현을 썼던 것과 연결할수도 있겠다. - P70

김석영 내 몸에 명칭이 붙어 있는 부분들에 상상의 끈을 매달아보자. 각 부위를 당기면 거기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거다. 신체 각 부위에 매달린 욕망들이 충돌하고 있는 거다. - P73

김신록 《배우훈련》 앨리슨 호지 엮음, 김민채 옮김, 동인,
2017 중 〈그로토프스키의 배우를 향한 비전〉에 등장하는 다음 문장을 인용하고 싶다. "많은 연출가와배우가 행하는 실수는 움직임의 상황에서 단순히 나타나는 작은 행동들의 모든 순환 행동들, 반응들, 접촉의지점들 points of contact 대신 움직임만을 결정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 P75

김은한 일본의 만담이나 라쿠고라는 전통에서 영향을 많이받았어요. 일본에는 ‘슈르’라는 웃음의 종류가 있어요. ‘쉬르레알리슴 초현실주의surrealism’의 ‘쉬르sur’에서 온 건데, ‘맥락을알 수 없는 웃음‘ 같은 의미예요. 이게 다양한 상상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는 친숙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익숙하지 않은데, 다양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기법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P84

공연예술에 사용되는 ‘현존‘이라는 용어를들어보셨나요? 영어로는 presence, 어원으로는
‘누구 앞에 내가 있음/내 앞에 누가 있음’혹은 ‘누군가 나를 보고 있음’이라는 뜻을 지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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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와 거짓 희망, 모멸의 시대 - P7

‘난장이 연작‘ 이 씌어지던 시기의 이야기를 나는 정색을 하고 앉아 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어떤 식으로든 지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금의 짐에 칠십년대라는 과거의 짐을 겹쳐 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나는 그 이중의 무게를 지탱하기가 어려웠다. 아직 젊었던 시절 칠십년대와 반목했던것과 같이 나는 지금 세계와도 사이가 안 좋다. - P7

수학 담당 교사가 교실로 들어갔다. 학생들은 그의 손에 책이 들려 있지않은 것을 보았다. 학생들은 교사를 신뢰했다. 이 학교에서 학생들이 신뢰하는 유일한 교사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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