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프로젝트는 계속 엎어지니까 영화사에서 ‘이거 우리 작가들이 개발한 시나리오인데 이거 먼저 하자, 이거 잘 되면 네 프로젝트 하자‘는권유를 거부할 수 없죠.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나온 중고 신인이 되는거죠. 자기가 대중영화를 찍고 싶다면 감독 고시도 즐거울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내 이야기를 하고싶어‘, 이러면 힘들죠. 영화사에 들어가서 그런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요. - P241
그러나 소설을 쓰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을지 몰라도, 책을 만드는데에는 돈이 든다. 편집자의 인건비에서부터 디자인 비용, 인쇄와제본 등 제작비, 유통과 물류비, 홍보와 마케팅비까지. - P243
그런 한편 단편영화제는 승자 독식 방식이 아니라는 면에서소설공모전과 구분된다. 출품작 중에 단 1편만 외부에 공개되는것이 아니라, 영화제 기간 중 수십 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지원자는 대상이나 최우수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주목을 받고 영화사에발탁될 수 있다. - P246
김유경: 영화 시나리오는 소설과 달라요. 기획자랑 작가가합이 안 맞으면 일 하기가 어려워져요. 영화는 여러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라서 합이 제일 중요해요. - P251
홍석재: 통계적으로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카데미처럼 장편영화과정을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는교육 기관이 늘어나고 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도 장편영화 과정을 만들었고, 단국대도 하고 있고 조심스런 사견이지만, 지금 한국 현실에서 사회 진입을 유예하고 스펙을 쌓는 풍경과도 조금겹치지 않나 생각되기도 해요. - P259
그러나 애초에 소설은 쓰는 데 돈이 들지 않는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의 연출 전공자들은 촬영 로케이션, 배우 섭외, 스태프 관리, 사운드 믹싱을 신경 써야 하는데 소설가 지망생은 원고만 고민하면 된다. 표지 디자인, 인쇄, 재고 관리, 서점 홍보는 공모전에 당선되고 나면 누군가 알아서 해 준다. - P262
나는 글의 스타일은 작가의 성격이라고 믿는다. 성격이 차가운 사람은 건조한 문장을 쓰게 된다. 세계관이 명료하면 단호한 소설을 쓰게 된다. 극단적인 성향의 작가는 논쟁적인 작품을 내놓는다. 나는 내 성격을 바꾸는 대신 그냥 내 스타일로 쓰기로 했다. 그렇게 쓴 소설이 『표백』이다. - P265
나:응아내: 헐. 믿어지지 않는다나: 되게 놀랍지? 아내 : 진짜 그 작품은 문학상에 어울리지 않는데나: 뭐여…………. - P271
임경선 작가가 말하는 차별은 배제(排除)에 대한 것이었다. 그에 따르면 미등단 작가는 적극적인 공격이나 비판을 받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떤 무대에 입장하는 것이 부드럽게 거절당하거나, 또는 그 자리에 들어와 있어도 주변 사람들이 인정을 하지 않아 투명인간이 되는 일이 발생한다. - P274
"문단에서는 저를 거론하지도 않고, 아예 평가 자체를 안 해요. 문단의 관심이 아쉬우냐면 그건 전혀 아니지만…. 이름난 국내 문학 출판사들이 마케팅 행사는 저랑 하고 싶어 해요. 예를 들어 다른 저자의 북토크를 할 때 사회자로 저를 부르죠. 모객용이죠. 하지만 그 출판사들이 발간하는 문예지에서 저에게 원고를 청탁해 온 적은 없지요." 1 - P275
설사 주관자들이 그 기준과 과정을 공개한다 해도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어떤 자격에 대한 공감대가 심사자들에게 있다면, ‘진짜 이유‘는 한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은 채 그 자격을 갖추지 못한 특정인을 배제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외모가 마음에 안 드는 이성을 거절할 때 다른 이유를 둘러댄 경험이 다들 있지 않나?) - P278
이런 경우에 대부분의 사람은 안전한 선택을 내리게 된다. 대형 출판사의 감식안을 믿는 것이다. 작은 신생 출판사에서 발간한 무명 신인의 소설에 시간을 할애하는 모험을 벌일 기자는 거의 없다. - P284
여기에서 분명히 밝혀 둔다. ‘누군가의 거대한 악의가 없어도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말은, ‘현재 아무도 악의가 없다.‘ 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과거에 어떤 시험을 합격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넘어선 우월의식을 틀림없이 품고 있다. 과거에 그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을 미자격자, 무면허자로 몰아 배제하려는 이들도 존재한다. 다만 그런 흉한 생각을 품은 자들이 싹 사라진다 해도 여전히 이런 구조에서 배제와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생기리라는 이야기다. - P287
김이환 작가는 "저는 ‘문단 안에서 일이 주어지는 것‘을 등단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문단문학 출판사들이 자신의 권위와 원고료를 나눠 줄 작가를 아무나 선택할 순없다고 판단한 다음, 일정 수준 이상의 작가를 선택하는 기준선 같은 것을 만들었고, 되도록 그 안에서 작가를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덧붙였다. - P292
"그런 술자리에 가면 뭘 합니까? 막 자리 돌아다니면서 편집위원들한테 인사하고 그러나요?" "편집위원들 옆자리를 관찰해 보세요. 그 사람 옆자리에 앉은사람이 화장실에 가거나 담배 피우러 자리에서 일어나면 다른 사람이 얼른 그 자리에 앉는 걸 볼 수 있을 거예요. 그 의자가 비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 P300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라는 속담은 독서에 대한격언이 아니다.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그만큼 사람의 실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뜻도 된다. 인간 역시경험재다. - P311
권영미: 지적인 허세가 얼마나 있냐 하는 문제일 것 같은데 우리는 그런 게 좀 있죠. 그리고 미국은 문화가 다양하고 서브컬처도 풍부해요. 우리는 ‘대세‘ 라는 영향력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요. - P333
평론가들이 굉장히 예쁘고 세련된 말로 엄청나게 작가들을 띄우는데, 저는 그런 표현들이…………요사스럽게 느껴져요. - P334
아내가 도와주었다. ("두 번 다시 논픽션 쓰지 마."라고 말하며 도와주었다.) - P344
제주도서관 사서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른사람이 읽고 막 반납한 소설‘이 인기가 높다는 것이었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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