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는 윌리엄 해즐릿의 에세이를 극찬하면서도 "최고 중의 최고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했는데, 나는 해즐릿의 에세이가 최고 중의 최고 레벨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울프가 꼽은 장점에 대해서는 두말없이 동의하고, 단점으로 지적한 "분열적이고 불협화음적인 면조차내게는 대단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 P11

내가 해즐릿을 만났더라면 "우리는 잘 아는 사람을 좀처럼 증오하지 못한다"라는 그의 신조에 근거하여 그를 마음에 들어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해즐릿이 죽은 지 백 년이 흘렀으니, 그의 글이 지금도 선명하게 불러일으키는 반감을극복하려면 인간적으로나 지적으로 얼마만큼 그를 잘 알수 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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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찾은 두 번째 방법은 통화였다. 휴대폰만 손에 쥐고 있으면 누구도 우리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은 것이다. 그러니까 휴대폰은 우리가‘평범한 현대인‘이라는 표식이었다. - P41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입시를 준비할 때만 해도 여러 대학에서 수험생에게 화장하지 않은 민낯을 요구했다. 우리는 실기 시험을 치르기에 앞서 얼굴 검사를 받았다. 진행 요원은 물티슈를 들고 와서 대기 중인 학생들의 얼굴을 일일이 문질러 닦았다. - P50

멀쩡한 옷을 입고 입술도 좀 찍어 바르라조언했고, 나는 그들의 편협한 사고에 힘만 보태줄 뿐인걸알면서도 한동안은 그렇게 했다. 그들은 화사해진 내 얼굴에 반색했고 더 쉽게 훈수를 뒀다. 타인의 무례를 상대하는데 필요한 건 화장품이 아니라 그들의 눈을 가만히 응시할수 있는 단단한 내면이라는 걸 어렵게 배웠다. - P52

그러나 지키고 싶은 존재가 있는 사람은 그럴 수 없다.
간절하게 지키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이 늘 약자다. 입을여는 순간 괜한 시비에 말려들 것을 알면서도, 상대방을완전히 이해시키거나 설득하지도 못할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입을 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자발적 패배자가 되고마는 것이다. - P62

이번 이사에서 가장 눈여겨본 건 집의 내부가 아니라해당 건물 세대수였다. 세대수가 적을수록 경비 아저씨나관리실 직원의 눈에 띌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었다. 사실 부모님이 함께 거주한다는 오해를 받는 건문제가 아니었다. 진짜로 조심해야 하는 건 우리 자매가 이동네 열혈 길고양이 돌보미라는 사실이었다. 무엇이든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는 세상에서, 문제 삼을 거리를 제공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니까... - P82

이 결말엔 어쩌면 우리 자매의 단단한 비판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갑자기 혁명이 일어날 리도 없고,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질 리도 없다는. 다만 그것이 절망이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답하고싶다. 모든 변화는 ‘사이‘에서 꿈틀대는 법이니까. 서로를끈질기게 응시하는 두 자매 사이에서, 그리고 글자를 핑계로이렇게 만난 당신과 나 사이에서.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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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너는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기 시작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두 자전거가 들판을 달려나갔다. 그러다 나란히속도를 맞췄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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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면서더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을 때 - P100

너덜너덜 뜯긴식욕을 기다리며, - P109

내 눈을 보지 않고 우는 새에게 - P117

첫새벽에 바친다 내정갈한 절망을,
방금 입술 연 읊조림을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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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살다 보니까 저도 그 심정에 대해 조금 알 것 같아요.
제주 사람 정서로는 상상할 수가 없는 거죠. 제주 사람들은사돈, 팔촌, 동네 사람, 친구, 오빠 이렇게 다 연결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하루아침에 딱 돌아서기란 쉽지 않아요. - P146

육지랑 똑같네요. 똑같아요. 해녀 언니들한테 물어봤어요. 바닷속 연산호 봤냐고. 그랬더니 언니들이 산호가 뭐냐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카메라로 찍어서 보여 줬더니 "아, 그게 소라 할 때 항상 있는 거" 하시더라고요. 언니들은 소라만 캐느라 산호는 관심도 없는 거예요. - P152

지금 하신 말씀이 너무 좋아요. 저는 제주 바람에는 아직도 적응이 안 돼요. 바람이 불어도 불안하지 않으세요? 풍랑이 오면 너무 위험할 때 빼고는 저는 우도봉을 걸어요. 그 바람이 너무좋아요. 바람이 불어서 파도가 뒤집어지고 풀이 한쪽 바람 방향으로 흔들리는 거 보면 잡생각이 사라져요. 속이 시원하고어지러웠던 게 다 날아가 버려요. 물론 태풍 바람은 무섭죠.
지붕이 날아와서 다칠 수도 있고요. 그 정도 아닌 바람은 괜찮아요. 자기도 회복력을 가지려고 불어대는구나, 얘도 그래야 살겠구나, 그러려고 이 바람이 부는구나, 하면 불안한 게없어요. - P154

부종휴 선생님과 30인의 꼬마 탐험대가 발견한 동굴은 그 유명한 만장굴이다. 1년 동안 5번의 탐사를 이어갔고, 만장굴7.4킬로미터 전체와 3개의 입구를 탐사하고 이를 세상에 알렸다. 부종휴 선생님은 길다는 의미의 ‘만‘ 그리고 제3 입구의 옛 이름인 ‘만쟁이 거멀‘의 장자를 따서 만장굴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1947년 2월 24일 ‘만장굴‘ 선포식을 했다. - P167

제주에는 괸당 문화가 있다. 괸당은 친족과 외척을 아울러 이르는 말인 ‘권당‘의 제주말이다. 친가를 성펜괸당, 외가를 웨펜괸당이라고 하고, 결혼해서 생긴 괸당을 처괸당, 시괸당이라고도 부른다. 친척 관계인지 굳이 따져 보지 않더라도섬의 특성상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다. - P175

당장 섯알오름에 가 봐야겠다. 정마트에서 섯알오름까지는 차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짧은 시간 동안 70여 년 전 트럭도 어쩌면 이 길을 달렸을까, 트럭 안에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했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 내기가 어려웠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 섯알오름 정상에 섰다. 70여 년 전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 내용이 상세하게 전해지고 있다. - P195

제주도에서 상하이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반, 오사카까지도 1시간 반이면 닿는다. 제주에서 서울까지가 1시간 거리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중국과 일본이 거리상으로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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