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여기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에 갈 거예요.
그러자 엄마가 대답했다. 그건 차차 생각해보자꾸나. 나는 엄마의 조금 부른 배를 보며 이번만큼은 이들이 절대로 내 삶의결정권자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P110

"맞짱 떴을 때 말이야."
"응."
"난 네가 이겼다고 생각 안 해."
"나도."
"그럼?" - P109

"나는...... 걸레가・・・・・・ 아니다.....
"우리는 시궁창에 살고 있다."
99
"우리는...... 시궁창에.... 살고 있다."
"시궁창에는 더러운 쥐들뿐이다."
"시궁창에는...... 더러운...... 쥐들뿐이다." - P105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윤다혜가 들고 있던 담뱃갑을뺏어 내 가방 안에 쑤셔넣었다. 야. 귀한 건데. 윤다혜는 그렇게만 말하고 내게서 담배를 다시 가져가지 않았다. - P109

"웃기지도 않아. 은총이니 뭐니, 그건 다 거짓말이었어. 널겁주려고 그랬던 거야." - P105

"뭐가 문젠데."
미정이 물었다.
"네가 내 인생을 망쳤어." - P104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지만, 나는 늘 그렇듯 무망했다. 언젠가 죽음을 앞둔 할머니가 손주들을 쪼르르 세워두고얘기한 적이 있었다. 얘들아, 무망한 게 제일로 무섭다. - P113

내가 내보이는 모든 모양새에 무심함이 묻어나야 한다. 그게 어른들의 세계에 잠입하는 방식이다. - P113

하지만 그건 미정의 잘못이 아니다. 나도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아주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믿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최악의 길을 걸어온 나머지 최악이 된 사람일 뿐이었다. 나는 이혁주의 미니홈피에서 미정이 단 댓글을찾아 미정의 홈피에 파도를 타고 들어갔다. 미정의 미니홈피에서는 내가 가장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발라드 노래가 배경으로 흘러나왔다. 미정의 미니미는 한 손을 허리에 짚고 화려한원피스를 입은 채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도토리 좀 썼네.
그런 생각을 하며 담배를 다시 피워 물었다. - P1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렇게 감이 없는 나지만, 한눈에 알아보는 학년이 있다. 바로 중학교 1학년이다. - P138

공부 부담이 커지는 건 말할것도 없다. 잘 적응한다고 해서 힘이 들지 않는 게 아니다.
어른도 괜찮아 보이려고 무리할 때가 있다. 어린이는 더 자주 그런다. 얼마큼 감당할 수 있는지 자기도 잘 모르니까. - P139

"아름다운 건 우리보다 오래 남아요." - P142

"영화관, 한동안 궁금했던 것을 알아냈을 때의 기분, 편지, 글을 쓰다가 최근에 알게 된 단어를 썼을 때의 기분, 꽃잎들이 붙은 모습, 새를 보는 것, 유리창에 붙은 빗방울, 질병이 없는 세상, 비행기 날개......."
청소년들이 써주었다. 이런 낭만적인 아름다움이라니. - P144

"우리 국어 선생님이 6, 7월이 제일 위험하대요. 날씨가너무 좋은데 창가에서 누가 책을 읽고 있다. 그러면 백 퍼센트 반한대요." - P150

읽는 사람들은 읽는 세계 안에서 서로 알고 지낸다. 정치가 책을 미워하고 사회가 책을 소외시키고 경제가 책을의심해도, 독자는 계속 생겨난다. 브레히트는 "암울한 시대에도 노래를 부를 것인가? 그래도 노래 부를 것이다. 암울한 시대에 대해"라고 했다. 우리는 계속 읽을 것이다. 우리 세계에 대한 책을. - P151

그믐밤 반딧불은부서진 달 조각 - P155

"아하! 그래서 부서진 달 조각이라고 한 거네요?"
"예쁘다."
"느낌이 좋아요." - P154

그러니까 시는시여 네가 좋다너와 함께 있으면나는 나를 안을 수 있으니까.
진은영 「그러니까 시는」 중에서 - P156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선생님은 날마다 ‘가까이에서 보는‘ 의미 있는 어른이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위상은 어쩌다 마주친 (허세에 찬) 작가와는 전혀 다르고, 소방관이나과학자와도 다르다. 그러니 선생님을 위해서만이 아니라아이들과 사회를 위해서 그분들에게 안정과 인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그게 잘되고 있는 걸까? - P161

"나는 신앙이 있다. 너희는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누구든 신념은 있어야 한다" - P168

우리가 그날 느낀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저 ‘감수성예민한 아이들‘의 한때였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월이 오래 흐르고 생각해보니 우리가 느낀 건 예술에 대한 경외감이었다. 너무 아름다우면 감동을 받을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적어도 나는 두려울 만큼 놀랐다. - P177

"열일곱 살이면 어린 거 아니야. 네 인생 네가 살면 되는거지." - P182

질문은 이랬다.
"배우님이 생각하기에 ‘배우‘라는 직업의 제일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산뜻하고 또렷한 답이 돌아왔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영화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요." - P186

어린이들과 ‘일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로 했다. 독서교실근처에서 시작했다. 우선 내가 있다. 어떤 어린이는 "선생님도 일을 해요?" 하고 깜짝 놀랐다. (아니 그럼 내가 노는 것같으냐!) 미용실 원장님, 피아노 선생님, 약사 선생님, 반찬가게 사장님, 경비 아저씨, 학원 버스 선생님...... - P194

흔히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할 줄도 안다고 한다.
나는 그 말에 줄곧 의심을 품어왔다. 사랑을 잘하는 사람은, 사랑을 해본 사람 아닐까? 누군가의 팬이었던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사랑의 진짜 기쁨은 사랑을 주는 데 있다는 걸. 그 기쁨은 사랑을 받을 기회가 없던 사람도 얼마든지누릴 수 있다. - P199

"차별하게 내버려두는 거는 이제 좀 구리잖아." - P204

그래서 내 생각이 옳을 수도, 그를 수도, 옳기도 하고 그르기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깜짝 놀랐다. 내가알 속에 있는 줄도 몰랐는데 갑자기 껍데기가 깨진 느낌이랄까. - P208

그러나 개는 습도와 산책의 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아침이니까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밖에 나가는 순간 나는 그대로 집에 돌아가고 싶다. 나는 원래 사우나도못 하는 사람이다. 분명히 개도 그럴 텐데 어째서 아닌 척하는 걸까. - P2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 P. D.를 기억하며

제가 절박하게 구하는 책들의 목록을 동봉합니다. 목록 중 깨끗하면서 한 권당 5달러가 넘지 않는 중고책이라면 어느 것이라도 구매 주문으로 여기고 발송해주시겠습니까? - P9

마크스 서점을 대표하여FPD 드림 - P11

앞으로는 책 값을 환산해서 알려주시겠어요? 그냥 미국 돈 덧셈도 서툰 형편에 2개 국어 산수를 정복하겠다는 야심은 품어볼처지가 아니라서요. - P13

세상에 무슨 이런 사악한 신약성서가 다 있어요? - P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러분이 어렸을 때좋아했던 어른이 되어주세요 - P124

어린이가 힘껏 살아가는 모습을 본 날이면 제 마음에도 온기가, 힘이, 의지가 차오릅니다. - P126

그런데 지금 어린이는 어떤 대접을 받고 있나요? 어린이들에게 세상은 어떤 곳으로 보일까요? 우리는 선배 시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요? - P129

학교를 비롯해서 어린이가 생활하는 구역에서는 자동차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거북이처럼 천천히 가야 합니다.
운전하다가 갑자기 속력을 줄이는 게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역시 오늘날 시민이 지켜야 할 질서입니다. - P1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이것 좀 보세요. 정말 멋져요."
‘정말 멋진‘ 호랑이 목각 인형을 사달라는 뜻이었다. - P76

어린이만을 위한 공간이 불필요하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어린이에게 책 읽기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책의내용만큼이나 ‘읽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좋은 독서교육이라고 생각하듯이, 박물관에서의 어린이 교육은 전시주제에 따른 새로운 지식만큼 연구와 전시, 관람 예절에대한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P79

아동은 표현할 권리가 있다. 이 권리는 말이나 글, 예술 형태 또는 아동이 선택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국경과 관계없이 모든 정보와 사상을 요청하며 주고받을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3조 제1항 - P86

성민이는 ‘이타심‘이라는 말을 모르지만, 바로 그것을삶의 중요한 가치로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 P93

"책을 쓸 때나 이렇게 어린이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잘했다고, 보람 있다고생각할 때가 있어요? 왜냐하면 저도 사실 책을 좋아하고,
작가가 되는 것도 궁금하거든요." - P103

"그런가요?"
차별과 보호 문제에 의견이 나뉜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말을 끊었다. 그는 내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 - P109

"일단 저는 ‘민식이법 놀이‘라는 명명 자체가 문제라고봐요. 민식이는 희생자인데 거기에 이름을 붙여서 어린이를 폄하하는 말을 만들다니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사고가 났을 때 가중 처벌하는 것이잖아요. 아무튼 선생님은 규칙을 지키셔서 사고를 막으셨네요. 잘하셨어요!" - P111

"굳이 따지신다면 역시 저는 어린이 편에 서겠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비아냥대는 말투였다.
"작가님은 정말 애들을 사랑하시네요." - P112

그때 문득 내 머릿속에 ‘아기 아빠는 뭐 하고 있지? 다른가족들은? 같이 좀 봐주지‘ 하는 생각이 지나갔다. 그런데사실 그게 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아기 엄마(그러고 보니그분이 엄마라는 보장도 없지만)가 아기와 단둘이 여행할 수도 있고, 중요한 건 그럴 때도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 P117

세상의 어떤 부분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을 때, 변화를 위해 싸울수록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것만 같을 때가있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미래에서 누군가가 와서 지금잘하고 있는 거라고, 미래에는 나아진다고 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 미래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어린이다. - P1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