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내리깔고 입꼬리를 최대한 끌어올리며 선량한 표정을 만든다. 내 책을 읽고 모인 독자들에게 최대한 예의 바르고 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그게 나를 보기 위해 모인 분들께 보답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 의도는 거의 성공이었다. 그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 P213

"제가요? 왜요?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해요?" - P201

"자녀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부모가 삶을 마음대로 재단해도 된다고 생각하세요? 어머니 눈에 비참해 보여도 당사자는 행복할 수도 있잖아요. 어머니도 우리 엄마처럼 본인 죽을 때 같이 죽자고 하실 건가요? 그게 부모의 사랑인가요?" - P214

나는 단순한 손님이 아닌 그녀의 조카가 되었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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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생각을 많이 하는 직업이에요. 그 스트레스 어떻게하실 거예요? 사람은 그저 속없이 살아야 돼요, 아무 생각없이....... 그저, 이런 일이 딱 좋아요." - P152

"왜 딱 이틀인가요?"
"이틀은 필요하겠더라고요, 정리해야 되니까. 하루는 슬퍼할날이 있어야 되잖아요. 슬퍼는 하고 싶어요. 그래서 딱 이틀필요해. 딴 사람들은 하루 더 산다고 하잖아요. 아니에요.
이틀은 살아야 돼…………….‘ - P154

"정미야, 한번 써 봐라."
"뭐를 써 봐?"
"나에 대해서, 한번 써 봐. 요즘 나 이상하잖아. 괜찮을 거같애." - P163

문제없어. 그것이 내가 그로부터 알아들은 마지막 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도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질 때면, 최대한 시크하게읊조리곤 한다. 문제없어. - P165

그럼에도 그는 꿈속에서라도 걸으면 그게 더 현실 같고 침대에누워 있는 게 오히려 꿈속 같다 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가생의 마지막 페이드아웃 때에는, 기필코 스스로 걸어서 간 거라고믿고 있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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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사회적, 생태적 소명을지속적으로 세상에 환기할 것이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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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이 ‘준비‘가 될 때까지요?"
"네, 음악이라는 건 흐르는 거고, 흐르는 건 시간이니까요.
결국 어느 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듣는 사람이 준비가 될까,
라는 의식이 있는 거죠." - P107

어쨌거나 하필 쥐가 나오는 식당에서 그들의 서사를 마무리할 수는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이날의 이별 작전은 유야무야되었다. 진짜는전혀 다른 방식으로 왔다. - P112

"강아지 이름을 크게 불러 보려고 했어요. 아직도 나를기억하고 달려와 주는지를 보려고." - P116

믿기지가 않았다. 취미로라도 무용의 세계를 어느 정도 접하고나면,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게 있다. 무엇보다 사람몸의 한계에 대해 알게 된다. 또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 한계로부터벗어나려 하는 도약에서 생겨난다는 것도. 이러한 깨달음은 대개뼈아픈 자기 객관화로 이어지게 되고, 그러므로 절망할지언정,
아니 절망할 때에야 비로소 타자들의 몸을 가늠할 만한 눈썰미를체득하게 된다. 그리고 실은 모든 예술적 심미안의 본질이 이와같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 P127

"예, 아무리 나한테 악하게 하더라도 서로 의지하며 사는게 좋아요. 얼마나 아이러니해요. 저거 저거 빨리 죽었으면좋겠는데 해 놓고, 막상 죽고 나면 그래도 그게 나한테 관심이있었으니까 날 힘들게 했던 건데, 한다고요. 다들 그렇게말해요."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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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제일 경치가 좋은 곳이야. 이 아래 우리 집이 보여." - P114

이 마을 전체의 전기를 반세기 이상에 걸쳐서 끊임없이 만들어내다니, 프랜시스는 대단하지?" - P115

"도쿄 사람들은 남이 간섭하는 것을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게이코는 국장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 P117

가즈히코의 일상이 어딘가 일시적이고 덧없게 느껴진다 해도, 그건 게이코의 지금의 일상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말인지모른다. - P119

겨울 동안은 학교 마당에 스케이트 링크가 생겼다. 선생님과학생, 학부모가 총출동해서 교정 주변에 링크 형태로 판자를 두르고, 그 속의 눈을 단단하게 밟아 다지고, 거기에 호스로 물을뿌려서 얼리면 매끄러운 얼음이 모습을 드러냈다. - P121

누가 안내한 것도 아닌데 게이코의 장갑 위에 떨어진 눈은우연찮게 이렇게 긴 시간 응시되지만, 대부분의 결정체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 갑자기 시작된 되돌릴 수 없는 여행의 앞길은불확실하다. 그러나 영구히 착지하지 않는 눈은 한 조각도 없다. 분명한 것은 그 사실뿐이다. - P125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든 것을 일일이 전부 생각해내서, 하나도 남김없이 당신한테 말해야 해? 지금 여기에 있고, 지금 눈앞에 있고, 옆에 있는 둘이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여서는 왜 안되는데?" - P137

게이코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여전히 게이코의 귀와 눈안쪽에서 눈은 내리고 있었다. - P154

게이코는 미노리카와 씨의 말이 자신의 온몸을 감싸는 것처럼 느꼈다. 차를 운전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흘렀고, 도무지 멈춰지지 않아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자신이울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울고 있는 것처럼 묘한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P157

0○ ‘그가 누구지彼‘와 ‘황혼‘은 일본어로 모두 ‘다소카레‘라고 한다. - P166

그 직후였다. 눈앞에 펼쳐진 안치나이 마을 전체가, 몇 초차이의 파도를 보이면서 차례차례 빛을 잃어갔다. 밀밭을 쓸어가는 바람보다 훨씬 더 빨리, 안치나이의 불빛이 전부 사라졌다.
프랜시스가 물에 가라앉은 것이다.
허망한 최후였다. - P188

이 빛이 있는 동안은 절대로 절망할 필요가 없어. 빛에서 오는 음을 듣는 귀를 잃지만 않으면 가즈히코와 나는 살아갈 수있어. 게이코는 그렇게 믿었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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