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쇠퇴하여 애석하게도 선구자의 영광은 다음세대의 거름이 되어 사라진다. 그러나 이 가랑비에흠뻑 젖은 연노랑 버들잎의 사랑스러움은 어떠할까. - P157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떤 힘에 의해 갑자기 붕괴되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발밑의 계곡을 내려다보니 섬뜩할 정도로 깊었다. 뒤를 돌아보자 절벽의 단풍은 비단에 수를 놓은것 같았다. - P140

요새 삼나무 모양이라고 해도 그 뜻이 통하는 경우가 적어졌다. 삼나무 모양이란 우뚝 솟은 삼나무처럼 윗부분은 뾰족하고 아랫부분은 넓게 만들어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는 모양을 일컫는다. - P145

차곡차곡 쌓은 것은세월과 나이뿐인데 그것은 내 의지로 쌓아온 것이아니라는 쓸쓸함이 있다. - P147

작년 8월 12일 사쿠라섬에 갔다. 목적은 단 두 가지, 재와 토석류(石流)를 보고 싶었다. - P150

그런 생각을 하자 괜히 재를 직접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때 정말 매력적인 사진을 보았다. 나무도 풀도인가(家)도 없고 휑하니 넓은, 묘한 적막감이 감도는 장소에 남자가 홀로 우산을 쓴 채 서 있는 사진이었다. 비가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재를 우산으로 막는 광경을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을 보자 직접가서 봐야만 수긍할 수 있을 듯싶었다.
토시라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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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 삼나무는 대체로 줄기 표면이 울룩불룩, 울퉁불퉁하지만 조몬 삼나무는 그 경향이 특히 심해서 줄기 전체가 크고 작은 혹들로 잔뜩 뒤덮여 있다. - P88

그런데 조몬 삼나무를 직접 보면 그 상식을 초원하는 장수를 수긍할 수 있다. 나무 형태도 이상하고 충격적이며, 수령도 섬뜩한 박력으로 다가온다. - P89

. 접하기 어려운 삼나무를 만나면서 첫번째는 나쁘게 봤지만 두 번째는 좋게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안도했다. 조몬 삼나무는 역시 최고 중의 최고로 매우 수려한 풍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풍치면에서는 대왕삼나무에 밀린다. - P91

삼나무에 대해 배운 적이 없거니와 다른 곳의 삼나무를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지식과 경험이 없는이에게 남은 방법은 몸으로 부딪치는 길뿐이다. - P93

그런데 이 부족함이 성장에 또 큰 도움이 된다. 영양이 부족하면 온갖 질병의 근원인 나쁜 균이 살지못한다. 영양이 부족한 대신 병균도 없이 청결하고,
삶이 가난해도 굳세게 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귀가 따끔거린다. 아무튼 야쿠 삼나무는 풍족한환경에서 자란 나무는 아니라고 한다. - P95

종이 다르냐고 물어보자, 그런 애교 있는 녀석도 있다는 대답이 웃음과 함께 돌아왔다. - P97

그러나 밑동 주변을 보면, 수분을 잃고오그라든 자그만 껍질 조각들이 살그머니 먼지로변하려 하고 있어 애처롭다. 역할을 마친 후의 모습에는 미추를 넘어 마음 끌리는 매력이 있다. - P105

가을에는 저 상태에 화려한 의상을 걸칠 정도이니 알몸에 품격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알몸도 화려해 미적 감각이 좋은 나무였다. - P115

여기서 말하는 나무란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서있는 나무가 아니라 잘려서 목재로 쓰이는 나무를가리킨다. 나무는 나무로서의 생명과 목재로서의 생명이 있는데 나무일 때가 첫 번째 생이라면 목재가된 후에는 두 번째 생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 P118

그런데 좀 더 다른 표현은 없어요? ‘나무가 죽은것‘이란 표현은 왠지 유치해요."
"음. 하지만 어쩔 수 없어. 그 말이 제일 정확한 것같거든."
딱 부러진 대답이었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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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문득 이마에 빗방울이 닿았다. 그리고 곧바로 볼에도, 콧잔등에도,
일초 간격으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뒤를 돌아보니 처마를 길게뺀 상점들이 있었다. 망설이지 않고 처마 밑으로 비를 피했다. 느닷없는 비를 만난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했다. 그때까지 내가잘못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 P25

"만우절이라고 의사들까지 거짓말하면 됩니까?" - P27

"한꺼번에 주신 자식이니까 보낼 때도 한꺼번에 보내야지요. 거짓말처럼 오늘 깨끗하게 치워버리기로 했습니다." - P27

이모 말대로 이모부는 몹시 심심한 사람이었다. 이모도 그런 뜻으로 말했겠지만 심심하다는 것은 사람이 싱겁다는 뜻이 아니라모든 일에 예외가 없어서 언제라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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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별들은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고 빛을 발한다 이밤이 지나면 신념을 가지고 거리에서 신년을 맞은 멍청한정치인들처럼 다투지는 않을 것이다 - P44

갯벌 묻은 양동이만 한 내 세계에뭐가 뒤덮여 있는 줄 모르고 - P47

꿰맨 흉터 가리려고소매를 잡아 늘리는 습관을 고치지 않는다

누구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몰라서 쉴 새 없이 말을 하는 밤이다 - P55

엉겨 떨어지지 않던 수만 가지 기분은꿀처럼 점성력을 가지고 있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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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로 초목을 사랑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랑하다니, 그렇게 확고한 감정은 아니다. - P26

첫 번째는 환경이었다. 살던 곳에 어느 정도 초목이 있었다. 두 번째는 가르침이다. 가르침이라는 표현이 다소 거창해 보이지만, 어쨌든 부모님이 가르쳐주었다. 세 번째는 나의 질투심이다. 질투를 계기로, 꽃과 나무의 모습이 시각을 자극하게 되었다. - P27

환경도 부모님의 가르침도 초목과인연을 맺게 된 계기이기는 하지만, 언니를 향한 질투가 그 계기를 더욱 굳게 다져주었기 때문에 상당히 꺼림칙하다. - P29

나는 아버지의 그런 지시가 아주 재미있었다. - P31

그렇다면 아버지는 그 글을 쓴 1898년 이전에 어딘가에서 등꽃을 보고는 하늘에도 닿지않고 땅에도 닿지 않는 공중을 떠도는 기분, 생각을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아닌 묘한 들뜬 기분을 음미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 P34

평생 한쪽으로 기운 채 살아갈 편백나무의 높은우듬지에 무성하게 달린 가느다란 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다. 그 작은 흔들림에도 기울어진 구간어딘가는 인내를 요구받고 균형을 잡으려 애쓰고 있을 것이다. 나무는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 몸이 기울어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까웠다. - P57

햇빛을 받지 못하던 나무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이인자로서 위로 곧게 자라나는 것보다 햇빛과공간을 쟁취하려고 한쪽으로 기우는 게 당연하다. - P60

"그렇게까지 폄훼할 필요는 없잖아요?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버텼는데 성가시다느니 쓸모없다느니왜 그렇게 차갑게 말하는 거예요? 나무의 처지에서생각해보세요. 서럽고 분해서 눈물이 날 거예요." - P61

"이제 알았지요? 굽은 나무는 이래요. 그래서 성깔이 나쁜 겁니다." - P72

야쿠 삼나무란 야쿠섬에 자라는 모든 삼나무를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수령 천 년 이상의 삼나무에만 해당되는 말이다. 천 년 미만은 ‘어린 삼나무‘
라고 부른다. 천 년을 기준으로 야쿠 삼나무와 어린 삼나무로 나눈다니 정말이지 엄격한 기준이다. - P77

인간에게 짓밟혀 껍질이 빨갛게 벗겨진 상태로 비에 젖은 투망형 뿌리를 보다가 나무는 평생거주지를 바꾸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난 곳에서 죽을 때까지 한자리에서 살아가겠노라는 의지가 가장 강한 존재는 뿌리임이 틀림없다. - P81

그래서 바람이 다시 한번 비를 데리고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선물은 비라기보다는 하오리(기모노위에 걸치는 짧은 겉옷- 옮긴이)에 빗대 생각했다. - P83

야쿠 삼나무는 대체로 줄기 표면이 울룩불룩, 울퉁불퉁하지만 조몬 삼나무는 그 경향이 특히 심해서 줄기 전체가 크고 작은 혹들로 잔뜩 뒤덮여 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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