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의 끝
정해연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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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의 "홍학의 자리"를 재밌게 읽었다.
사실 중간부터 반전을 눈치챘지만 나름 후반까지 재밌었고, 반전도 (대한민국의 사정을 고려할 때) 나름 신선했다.
그래서 선택한 정해연의 최신작 "매듭의 끝"

초등학교 시절 캠핑을 갔다 아빠가 자살한 사건으로 엄마를 살인자로 의심하여 살아온 "인우"
살인을 저질렀다는 아들(진하)을 지키기 위해 더한 짓을 해 버리는 엄마, 희숙.
뭐뭐 그런 이야기이다.

근데 왜 난 이렇게 지루하지, 이 이야기가?
너무 뻔하지 않나?
아들이 살인자로 남는 것을 막으려는 엄마나
엄마의 살인을 의심하는 아들이.
그냥 고루하고 옛날부터 있어온 이야기 같아서 재미가 없었다.
마무리까지도 한 25년쯤 전에 읽었음직한 그런 소설.

홍학의 자리를 떠나고 정해연과 멀어질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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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0 : 구상섬전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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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1, 2, 3의 거대서사는 정말 대단했다.
0가 나왔는 데 안 읽을 수 없지....만 삼체 시리즈의 방대한 양에 한번 질렸던 나는 책을 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책을 잡자 이틀만에 읽어버렸다.
원 시리즈보다 내용이 가볍고 읽기 쉬웠다.
깊지 않고 다루는 시간대도 짧았고 생각보다 삼체가 크게 연관되지 않아 안 읽어도 무방하겠단 생각은 들었다.

천박사는 어릴 때 구상섬전(ball lightning)에 부모를 잃는다.
그 장면에서 나는 저거 외계인이 보낸 메신져구나~했는 데, 정말 현생에 존재하는 자연현상이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도깨비불이라고 부르는 것 같더라.

이후 구상섬전에 매료된 천박사는 여러가지 과정을 거치며 구상섬전을 채집(?)하고 무기화하고 포기하는 여러 과정을 겪는다.
과학적인 요소를 물론 다 이해할 순 없었지만, 삼체 시리즈에 비하면 그래도 꽤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 책은
"가시화된 양자역학"을 잘 보여준다.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건 아니지만 미시적인 세계에서만 통화는 이론이 눈으로 보여지고 과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양자역학을 조금 더 이해하게 해준다.
물론 양자역학은 여전히 말장난같다.

중첩상태와 관찰자.
그럴 수가 있을까 싶었다. 구상섬전으로 죽은 이들은 죽거나 죽지 않거나의 줃첩상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거...유령아냐? 쩝
어쩌면 동양의 귀신을 과학적으로 풀이하면 저렇게 표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더 놀라운 건 관찰자였다.
볼 떄와 보지 않을 떄가 달라지는 실험결과.
그런데 아무도 보지 않았는 데 실험결과가 다르다!
결국 그들은 생각하고야 만다. 우리말고 다른 존재가 있다! 그 존재가 관찰하고 있는 거다.(나라면 양자역학 이론을 의심할텐데!)
그렇게 삼체 1과 연결되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원 시리즈보다는 놀랍지 않고 재밌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인 류츠신 작품.

빨리 넷플릭스 드라마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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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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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천선란의 "천개의 파랑"을 읽고 드럽게 재미없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꽤 자주 그 작품을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난다(물론 넷상이지만).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천선란의 깊은 세계를 이해 못 하는가...
언젠가 다시 도전해봐야 하나...

요새 직장에서 일이 없어서(?) 이북을 읽어볼 요량으로 검색하던 중 찾게 된 책.
일단 제목이 맘에 안 들긴 한데, 편견을 지양하는 마음으로 일독해봤다.

이제 천선란과는 만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건 뭐 인터넷에 떠도는 B급 소설도 아니고, 네임드 소설가의 플롯이 이렇게 밖에 안 되다니.
주제가 노골적이고 직접적이며 은유 따윈 없는 그냥 읽으면 읽히는 소설.
등장인물 소개 이외에는 메모장에 단 한줄도 끄적인 게 없는 감상문.
지루하고 지겨웠다.

그래, 우리 다신 만나지 말자.
남들이 칭송해도 내가 재미없음 재미없는 거지. 뺘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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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한 팀이 된 여자들, 피치에 서다
김혼비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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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김혼비

- 이 책, 정말 재밌다!
안다. 나도 축구에 대한 글을 읽고 이렇게 깔깔대고 재밌어할지는 몰랐으니까.
진짜 싫어하는 주제 중 하나인 축구(나머지는 야구).
일단 재미가 없고 관심이 안 가고 아무것도 모르니까 역시 재미가 없다.
그런데 여자가 굳이 축구를 하는 이야기(물론, 남자가 축구하는 이야기라면 절대 절대 안 읽었겠지만)를 굳이 읽어보겠다고 생각한 건,
민음사의 아부(조아란 부장님)의 추천 때문이다.
재밌단다. 아부가 재밌다면 재밌는 거지 ㅎㅎㅎ

- 근데 정말로 재밌다.
홀린 듯 보게 되서, 작가 이름이 누군지 기억하려고 여러 번 확인했다.
김혼비. (검색 후 다른 작품이 "어쩌다, 술"이길래 상호대차 바로 신청)
땀냄새처럼 찐한 사연에,
잔잔했다가 짠했다가 하는 이야기에,
여자라면 흘려보낼 수 만은 없는 이야기까지 가득 차 있다.
최근 이렇게 깔깔대며 읽은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1. 우리에게는 왜 축구할 기회가 없었을까
- 싫어한다고만 생각했지 그걸 기회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농구를 좋아했는 데, 농구는 대체제가 별로 없었다.
남녀를 (가리긴 했지만) 딱히 가리지 않았고, 내가 농구를 좋아한 시기는 중학교 때로 이미 남녀의 반이 별도였다.
어린 시절 내가 축구를 좋아했다고 해도 기회가 있었을까?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기회 따위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나는 피구도 발야구도 싫어했는 데, 그걸 12년동안 했으니까.
축구를 하지 않아도 축구를 좋아할 수 있다는 신기한 스토리에 마음이 동하며 깔깔대기 시작했다.

2. 인사이드킥, 스텝오버 등 축구용어를 빌어 저자의 (축구적) 성장을 이야기하는 데
하나하나 구구절절 마음이 간다. 재밌다.
맨스플레인과 우먼스플레이 / 공만 보는 자의 슬픔 등 초보자가 겪는 축구이야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하다니
내 지난 삶을 돌아볼 정도이다.

3. 시늉은 질색이지만 태양은 뜨겁다, 면서 헐리우드액션이 싫었지만 뜨거운 태양은 더 싫어진 저자의 모습을 상상하면 웃음이 난다.
그렇게 축구를 하고 싶어했으면서 WK리그 한번 가본적 없는 것도 신기하고
연습 공백에서 자신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지 않아, 연습에 못 가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대목에선 내 모습이 생각나기도.
친선경기를 하던 할아버지의 부고 이야기는, 이게 꼭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님을 알리며 나를 뜨끔하게 한다.

4. 무언가를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상상도 못하고 살아오다가 그 현실태를 눈앞에서 본 순간,
'나도 하고 싶다'를 넘어서 '내가 이걸 오랫동안 기다려 왔었구나'를 깨닫게 될 때 어떤 감정이 밀려드는 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때로 운명적인 만남은 시간을 거슬러 현재로부터 과거를 내어놓는다

위 문장이 이 책을 대표하는 문장이지 않을까, 싶어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본다.

5. 그런데 (작가도 여러번 의문을 제기하기는 하지만) 도대체, 대관절, 축구가 무엇이건데...
이리도 축구 없이 못 사는 걸까?
내 인생에 축구같은 게 있을까(있었을까)?
역시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는 인생에 축구(라는 존재)가 있어 찬란히 빛나는 것 같은 작가가 무척이나 부러워진다.
우아하고, (인정)
호쾌한, (인정) 여자 축구 화이팅!!!

6. 마지막을 장식하는 김혼비 선수의 최종 성적, 1어시스트, 1골(자책골).
그런데 그 순간이 결승골을 넣었다고 자랑하는 것보다 더 뿌듯하고 설렜다.
인생은 모르는 거고 축구도 모르는 거라는 작가.
내 인생도 어느 시기에 어느 곳에서 어떤 낯선 것을 만나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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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예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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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첫 문장)
평균 연령 20세 가량의 빌라 골목이다.

- 구병모의 소설이라고 해서 읽었는 데, 낯선 느낌.
따듯한 듯 엉성한 구성이고, 그게 의도된 거 같지만
로봇의 어색한 움직임을 보는 듯 하여 집중이 잘 안 되었다.
- 무얼 말하고 싶어하는 지는 알겠는 데,
그게 가슴을 치지는 않는다. 그래서 오래 읽었다. 대여를 3번이나 반복하며.

- 세탁소를 하는 명정은 죽었으리라 추정되는 아들에게서 택배를 받고
그 안에는 은결(a1318b)이 있다. 그는 인공신경망 바이오 기계 산업 회사에서 만든 로봇.
딱히 쓸 곳이 없었던 은결은 명정의 세탁소를 돕는다.

- "괜찮아. 형태가 있는 건 더러워지게 마련이니까"
"그래도 사람들은 지우고 또 지웁니다"

- "그는 이름을 붙여준 것을 떠나보내는 방법에 아직도 익숙지 않다"

- "시간의 칼날이 평등하게 그 목덜미를 향한다는 생각을 어째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까"

(마지막 문장)
그것이 바로, 어느 날 물 속에 떨어져 녹아내리던 푸른 세제 한 스푼이 그에게 가르쳐준 모든 것이다

(작가의 말)
소설 속 상황이나 설정은 모두 상상솨 추측이기 때문에
어디부터 오류이고 어디까지 맞거나 최소한 그럴듯한지를 알지 못한다.

로봇이 있는 삶은 내 생전에 올 것이니, 난 그들에게 정을 붙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직 오지 않은 삶을 반추하며 이리 저리 생각을 바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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