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멸종 -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은 계속 인간일 수 있을까
크리스틴 로젠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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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멸종] P.334

(첫 문장)
이 책은 경험의 멸종에 관한 책이다.

- "세상과의 관계가 점점 직접적인 경험보다 그에 대한 정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과연, 나의 경우를 돌아봐도 명백하다.
먹고 마실 떄보다 먹고 마시는 영상과 글을 검색하여 대리만족을 하는 경우가 많고
여행을 가는 경우보다 여행영상을 보는 경우가 많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적고, 경험은 하고 싶고, 결국은 간접경험, 즉 정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이루어졌다고 생각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할까.

- 기억에 남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경험경제(exprience economy)라고 한단다

- "우리는 점점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려고 하지만,
창의력은 지루함을 견디는 순간 속에서 탄생하기 마련이다."
독서가 오래 걸린다고 요약본을 읽는 건 안 되는 것처럼,
영화를 보는 지루함이 힘들다고 요약된 유투브를 보면 안 되는 것처럼,
그 견디는 시간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그 일의 본질인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시 다짐해본다.

- "우리가 왜 감정을 경험하는 지 고심하기 보다는 감정을 이해하고 이를 이용하려 한다." (212P)
"마치 과거 남성들이 아내를 대하듯이 기술 기업들은 우리의 감정을 자신의 재산처럼 대한다."(213P)
약간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문구. 이유는, 너무 알겠어서 너무 이해가 가서.
우리의 경험을 기업이 발전시켜야 하는 가치와 물건인 것처럼, 너무나 마케팅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그런 것에 나도 모르고 젖어들어 거부감을 느끼는 것마저 낯선.

- 효율성에 의해 희생되는 것들.
예술(미술), 섹스, 미식(식사)
체험형 예술이라는 간접경험에 잠식당하고,
포르노에 의해 잠식당한다.
요리를 만드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침을 흘리지만, 정작 자신은 그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인 것이다.

- 우리가 선택지라고 생각한 게, 사실은 기업의 선호(주로 광고주이나 아니냐로 갈리는)에 의해 삭제되거나 수정한 결과라는 사실.
알지만 나조차도 검색결과를 맹신하게 된다는 걸 상기해본다.
이것이 바로 편의와 정보의 대가다.
계획적인 걸 중시하는 나는 여행을 갈 때, 수 많은 날을 검색으로 보낸다.
어디가 좋은지, 어디가 볼만한지.
어렵게 온 여행에서 실패하고 싶지 않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여행의 본질에서 많이 벗어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오늘도 해 본다.
나는 여행에서 맛있는 음식과 훌륭한 쇼를 보겠지만,
그 옆의 허름한 낭만과 실수가 가진 어리숙함의 미학은 보지 못하겠지.

- 뜻밖의 경험이 주는 기쁨과
모든 것에 즉시 접근할 수 있는 편리함이 주는 기쁨.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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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차인표 지음, 제딧 그림 / 해결책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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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P.239

(첫 문장)
톡, 톡톡.
풀잎 끝에 맺힌 영롱한 이슬방울들이 하나 둘 터집니다.

- 작가가 차인표다. 호기심이 일었다. 그러다 말았다.
하버드에서 강의를 했단다. 호기심이 일엇다. 그러다 말았다.
중고서점에서 만나고 이제는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 동화같은 책이다. 존댓말로 쓰여져 있고 가끔 새가 나레이션도 한다.
환상 같은 장면도 나온다. 그런데 이야기 구조는 잔인하다.
일제 강점기, 그 시절 태어났다는 죄 말고는 없는 순이와
태어났을 때부터 호랑이 사냥을 함께 하며 엄마를 잃은 슬픔을 간직한 용이.
그리고 (언제나 내 감정을 건드리는) 여리고 예민한 감정을 가졌지만 대일본제국의 부흥이라는 모토를 버리지 못하고 전쟁에 뛰어든 가즈오.
별 거 없는 이야기인 데 따듯하고 뭔가 눈내리는 백두산이 떠오르는 듯 아련하다.
작가로서 발군이냐 물으면, 글쎄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건 작가로서 큰 장점인 거 같아서 좀 응원하게 된다.

- "엄마별" 이야기에 비웃곤 하지만,
그래서 역시 우리 마음에 항상 소구하는 건 엄마 이야기이지 않나 싶었다.
비웃을 순 있지만 무시할 순 없는 감정.

- "용서는 백호가 용서를 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엄마별 때문에 하는 거야.
엄마별이 너무 보고 싶으니까.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
결국 용서는 나에게 잘못한 이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소중한 사람(혹은 나) 때문에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결국 가장 소중한 건 나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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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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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유하고 싶지만, 시집에는 취향이 없기에 이북으로 본다
- 그런데 첫 페이지 작가의 말부터 그냥 넘길 수가 없네.
첫 번째 시에서 또 넘기지를 못하고 감탄을 연발한다.
-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단어를 이렇게 배열할 수 있을까.
시를 즐기진 않지만, 이 작가가 시를 잘 쓰는 건 알겠다.
- 슬픔을 이겨보려는, 외로움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는, 아픔에 삼켜지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에서 위안을 얻는다.
- 필사하고 싶은 문구가 너무 많았다. 언젠가는 할 수 있으려나.
- 가장 재미있게 읽은 시집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현란하지만 진정성 있게 고른 단어와 어휘들.
감탄을 자아내는 숨은 의미들.
다 알 수 없지만, 최대한 느껴보려고 몇 번씩 읽어보는 순간들이
시집을 즐겨읽지 않는 나에게는 낯선 경험이었다.
역시는 역시나구나.

-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 (휠체어 댄스)
작가답지 않게 꽤나 격렬한 시라고 생각했는 데
마지막 첨언에 무릎을 친다. 강원래의 공연에 부쳐.
"단지 어떤 것도 날
다 파괴하지 못한 것뿐"

- (조용한 날들)
대관절 무엇이 생명 없음마저 부러워 하게 하는 걸까.
"좋겠다 너는,
생명이 없어서"

- (조용한 날들 2)
생명이란 무얼까. 어떤 생명까지 소중히 해야 하지?
어떤 생명까지라니.. 나는 무얼 생각하고 있는 걸까, 생명에 대해.
한계선을 긋는 건 항상 너무 어렵다. 앞이나 뒤에 긋고는 시련에 빠진다.
"찌르지 말아요
짓이기지 말아요
1초 만에
으스러뜨리지 말아요"

- (심장이라는 사물 2)
죽음이란 무엇일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될까.
삶이라는 배움을 정말 얻을까. 나는 무엇을 얻고 혹은 잃고 혹은 아무것도 아닐까.
"벽에 비친 희미한 빛
또는 그림자
그런 무엇이 되었다고 믿어져서요.
죽는다는 건
마침내 사물이 되는 기막힌 일
그게 왜 고통인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 (몇 개의 이야기 6)
왜 자꾸 인생을 걸까. 생각해보니 마음을 거는 게 더 좋을 거 같아 깜빡 놀란 싯구.
"인생 말고 마음, 마음을 걸려고 왔어."

-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면?
저자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라고 한다.
반문한다. 멱살을 안 잡고? 다그치지 않고?
그러다 이해하고야 만다.
그는 말이 필요없이 나를 이해하는 자.
그리고 얼룩진 뺨을 가진 자.

- (유월)
"그러나 희망은 병균 같았다"
"내 몸은 숙주이니, 병들대로 병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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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드래곤
토머스 해리스 지음, 이창식 옮김 / 창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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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니발 렉터의 등장! 두둥!
절판되서 살 수도 없고 도서관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용인의 도서관에서 지인찬스로 빌려봄.

˝양들의 침묵˝ 앞 이야기.
잭 크로퍼드는 그대로 나오고
클라리스 대신 월 그레이엄이라는 프로파일러 등장.
근데 매력도에서 클라리스를 못 쫒아온다.

버팔로 빌 대신
이빨요정(붉은 용)이 등장.

전반적으로 양들의 침묵보다는 별로.
재밌는데 자꾸 비교하게된다.

역시 캐릭터의 승리는 양들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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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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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상기시킨다고 하기엔
너무 닮은 페스트.

서술자이자 의사인 리유.
사랑에 목메던 기자 랑베유.
글쓰기에 집착하는 시청직원 그랑.
페스트 시기가 오히려 좋은 코타르.
등등이 등장하는 페스트가 퍼진 도시 이야기.

생각보다 얌전하게 발병했고
병의 확산이 심각한데도 격리조치가 시원찮은 거 같은 느낌(한국인의 입장에서)이 들긴하지만
진짜 코로나랑 닮아도 너무 닮아 소름돋는다.

체념 희망 절망 공포 경계 의심 친밀 욕망
온갖 감정의 향연들.

시간이 흘러 질병은 사라진다.
마치 우연히 만난 누군가와 자연스레 헤어지듯이.

[페스트가 대체 무엇입니까?
그게 바로 인생이예요. 그 뿐이죠]

마지막,
˝또 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서..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는 거의 저주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초현실주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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