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칵테일, 러브, 좀비 안전가옥 쇼-트 2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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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록된 4개의 단편을 읽고 공통된 공포가 있음을 눈치챈다.
작가는 계속 있는 지 없는 지에 대한 의심을 한다.
내 목에 걸린 가시가 실재하는 지,
귀신의 눈에도 헛 것이 보이는 지,
나를 따라다니는 스토커가 실제 존재하는 지.
실존과 착각 사이를 헤맨다.
그게 작가의 공포가 아닐까?
괴롭고 괴로웠는 데, 실재로 존재하지 않으면 어쩌지?
혹은 존재하지 않는 것 때문에 괴로워할 수 없으니까 실존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면서 괴로워 하는 것.
그 공포심이 이해가 되어 가슴에 꽂힌다.
그리고 증오.
˝결국 그 모든 중오의 밑바닥에 깔린 건 애정이었다.˝라는 언급처럼
증오와 애정. 그 양극단의 감정은 언제나 공포를 낳는다.

- 정보라와 비슷한 듯 다르다.
정보라는 읽고나면 사회, 구조와 끊을 수 없는 개인의 삶 같은 게 느껴지는 데,
조예은은 공포적 느낌만 남는다. 좀 더 개인적인 느낌.


[초대]
-나(채원)는 어릴 적 회 한점을 먹고 목에 가시가 걸렸다.
- 연인인 정현의 두상 제작중
- 정현은 초반부터 교묘한 평가를 시작한다.
- 이목구비가 없는 여자(태주)에게 리버뷰 리조트로의 초대장이 오는 데...

˝그건, 가시였다. 하얗고 하얀 가시. 정말로 그것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때의 나는 늘 목의 이물감에 시달렸다(....)
존재하지 않지만 나에겐 느껴지는 것. 그런 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 지 나는 알지 못했다.˝

0. 묘한 평가, 묘한 압박, 묘한 가스라이팅.
있는 지 없는 지 판단하기 쉽지 않고, 타인에게 설명하기 어려워서
과연 이게 실재하는 가에 대한 의문까지 들게 하는 어떤 현상, 상황, 문제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그건 존재했다는 것을.
그 존재에 짖눌리고 있던 내가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당시에는 알지 못해 현실인가만 자문하다가, 결국에는 흐지부지되어 버렸던 문제가
현실임을 자각하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지만 그건 정말로 존재했던 문제였던 것이다.

결국 죽이고 마는구나.
그래 문제가 실존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 그 문제를 죽여야지.
실존은 죽음과 직결되는 것임을.
결국 태주는 나 였구나.

섬뜩하고 재밌네!

[습지의 사랑]
- 물(귀신) : 이미 죽었고, 언제 죽었는 지 모르지만, 하천에 빠져 물에 떠서 지냄
- 그 애를 만나 숲이라 명명하고 대화를 나눔.
이영(숲의 죽기 전 이름)
여울(물의 새로운 이름)
숲이 사라지면 이영은 어떻게 되는거지?

0. 세상에나! 귀신(유령)들의 애정에 막 이렇게 설레도 되는거야?
이영이 떠날까봐, 사라질까봐, 그래서 결국 여울 혼자 남는 결론이 날까봐 조마조마했는 데
결국 그들은 세상을 뒤엎고 아무도,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 둘만의 세계로 파묻힌다.
로맨틱한 것들.
습지의 사랑이라니, 꿉꿉한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참 사랑이란...
서로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결국 사랑이구나.


0. 환영받지 못할 바에는 괴롭히자는 게 물의 생각이었다. 물이 아는 방법은 이런 것 뿐이었다.
0. 지금의 상태는 이상했다. 뭔가를 망치게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0. 궁금증은 갈증 같아서, 물 속에 있는 데도 목이 말랐다.(...)물은 이 갈증이 숲과 함께하는 순간에만 가신다는 걸 알았다.


[칵테일, 러브, 좀비]
- 세 식구 : 주연, 엄빠
- 아빠가 좀비가 됨
- 원인은 국밥집의 뱀술(변형 기생충) / 좀비처리 Z장의사
- 가격이 싸서 포획 및 사살은 직접 해야 함 / 아빠 머리에서 나온 새끼 뱀을 가지고 무당에게 가서 제사를 지내라고 하는데..

0. 뱀 술, 제사, 무당.
근데 사실 바이러스나 약물에 의한 좀비화만 생각하다가, 뱀술에 의한 변형 기생충이라고 하니 더 끔직하다.
내 뇌 속에서 뇌를 먹으며 조금씩 자라는 새끼뱀이라니.
노 즙! 노 수제 술!

0. 결국 그 모든 중오의 밑바닥에 깔린 건 애정이었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 아버지가 과도로 어머니를 죽이자, 나도 과도로 아버지를 죽였다. 꺼진 의식사이로 들리는 ˝시간을 되돌려줄까?˝라는 음성.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데...
- 한 여성이 수개월째 스토킹을 당하는 중이다. 나를 도와준 남자가 스토커가 휘두른 칼에 찔려 죽는다. 여자에게도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데...


˝이것은 흔한 이야기이다˝라고 시작하는 부분이 섬뜩하다. 너무 흔해서.
˝그들의 무관심은 또 하나의 공포였다˝
˝결국 벌어질 일은 벌어지지. 깔깔깔.˝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교 근처에서 홀로 자취를 하는 여대생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은, 흔하다는 표현을 넘어서 어떠한 상식 같은 것이다. 어떤 범죄자도, 온 가족이 함께 사는 집에서 통학하는 건장한 남자를 노리지는 않는다.˝

0. 영화같은 스토리. 타임슬립이라고 해야 하나.
뻔한 것 같지만,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뻔하지 않다.
모두가 괴롭다. 인간은 변하는 데, 언제 변하는 걸까? 그걸 알아서 근본적인 문제를 고칠 수는 있는 것일까.
나라면...아니, 누구라도 엄마를 살리지 위해 아빠를 죽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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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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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최근 많은 이들이 언급해서 사서 보았다
어릴전 유명했던 영화와는 관련없다.

ㅡ1948년부터 시작된 한 여성의 인생 여정.

ㅡ17세인 빅토리아는 우연히 윌슨 문이라는 청년을 만난다. 그는 인전이라 불리는 아메리칸 인디언.
그 때는 끔찍한 차별이 벌어지던 시대.
첫 눈에 알아본 사랑으로 그들은 연인이 되지만
윌슨은 죽게되고 빅토리아는 홀로 아이를 낳는다.

ㅡ뭘또 한번본 사람한테 저렇게 애정을 느끼나..
라면서도 잘 읽히는 수려한 문장에 매료되고 있는데,
홀로 산장에 올라 아이를 낳는 부분은 경이로웠다.
동물에 가까운 인간, 원초적 본능만이 남은 모습,
그래도 아이는 낳아야하고 아이는 살아야한다.

ㅡ출산 후의 그녀의 결단은 또 충격이었는데,
여전히 그 행동을 지지할 수 있는지 결단이 안 선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 모습은 멋졌다.
괴롭고 그립지만, 가장 중요한건 함께라는 게 아니라 생존이라 생각했을테니까.

ㅡ그리고 이어지는 땅과의 화해.
이전과는 다른 삶.
한때 본인의 집이었던 마을이 매몰되어 저수지가 되었지만, 강을 그 모든걸 묻은체 여전히 흐르는 것처럼, 그녀도 시간의 흐름에 흐르는 강물처럼 자신을 맡기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강인함이 느껴지는.

ㅡ한 여성의 서사이자, 어머니의 서사.
빅토리아의 ˝고맙습니다˝와 잉가의 ˝미안합니다˝로 함축되는 두 어머니의 만남은 감동적이었다.

0.블랙 캐니언이 월의 깊고 끔찍한 무덤이 되어버린 것은 그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이 마을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진실을.

0.단 한번의 폭풍우가 강둑을 무너뜨리고 강물의 흐름을 바꾸어 버리듯 한 소녀의 인생에 닥친 단 하나의 사건은 이전의 삶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0.여자는 아기와 슬픔을 실어나르는 그릇이 아니에요.

0.내가 그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겁먹은 마음 속에서 한 뼘의 자리를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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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bo 2025-07-27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대작의 느낌이 나는거 같아

송아지 2025-07-27 22:35   좋아요 0 | URL
작가의 첫 작품이래!
대작까진 아니고 고전느낌의 소설 ㅎ
 
세 명의 삶 \ Q. E. D. 큐큐클래식 4
거트루드 스타인 지음, 이성옥 옮김 / 큐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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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민음사에서 받은 단편집 "착한 애나"를 읽다가 작가 "거트루트 스타인"을 검색해봤더니,
엥? 지금 읽으려고 들고 온 "세명의 삶 / Q.E.D.에 들어있는 단편이 아닌가!
인연인가...쓸데없는 책 중복인가...

1. 착한 애나(민음북클럽 에디션으로 읽음)
- 독일 남부의 중하층 집안 출신의 '애나 페더너'
- 식모살이 : 메리 워드스미스 양, 손젠의사, 머틸다 양
- 유일한 연모의 대상이었던 "렌트만 부인"
아이 입양과정에서 렌트만 부인이 우위를 차지하며 관계의 균형이 깨짐
- 이복오빠의 부인(올케)인 "페더너 부인"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김

0. 처음에는 반어법일 것이 틀림없는 공포소설인 줄 알았는 데,
진짜로 애나가 착할 줄이야.
작가 이름도 표지도 딱 공포소설필인데 말이다.

착하게만 사는 애나는 잘 살았던 것일까.
아니, 진짜 착하긴 한걸까.
쓸데없는 아집과 고집만 있었던 건 아닌지.
이게 중하층이면, 하층은 도대체...

이유없이 그토록 일부 사람에게 애정을 느끼고 잘해주게 되는 이유는 뭘까.
결혼도 없이.
그냥 물음표만 남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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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새입니까? - 브랑쿠시와 세기의 재판
아르노 네바슈 지음, 박재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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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읽어보는 그래픽 노블.
원래 그래픽 노블이 이런건가?
마블같은 영화로만 접해봐서 뭔가 난잡하고 아동 취향일 줄 알았는 데
수필 같고 소설 같고 그림체가 독특하고 새로웠다.
스토리도 훌륭했는 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마치 짧막한 철학 에세이를 읽는 듯 했다.

- 물론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겠지만,
새로운 문학작품 뿐 아니라 새로운 조각상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공간속의 새˝라는 콩스탕탱 브랑쿠시의 작품.

이 작품을 읽으면서 몇 년 전 조영남의 재판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이 생각났다.
화가로 활동하던 가수 조영남의 작품을 두고 대작이니 아니냐 말이 많았던 사건.
내가 본 인터뷰에서 조영남은 작품을 ˝직접˝ 그린 건 아니라고 했는 데
그렇더라도 작품의 기획, 제작에 참여했고 특히 ˝아이디어˝는 본인의 것이니 본인의 작품이 맞다는 말을 했었다.
현대미술은 현재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그 인터뷰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평소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밀어두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이 정도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구나, 하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분야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1926년 미국에서 전시회를 하기 위해 건너온 작가의 작품에 매겨진 관세를 둘러싸고
이것이 예술품이냐 실용품이냐는 재판에 대한 내용이다.
청동으로 만든 오브제는 기존의 조각과는 다른 추상적인 작품으로 기존 시선으로는 예술로 인정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던 듯 하다.
그를 둘러싼 논쟁과 친구들의 반응, 작가의 성찰 등이 담긴
짧은 시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그래픽 노블이었다.
그런 식이라면 도전의식이 좀 더 생기는 장르이다.
(이래서 내가 이동진을 못 끊어! 파이아키아와 작별이란 최근 유튜브보고 소리를 질러버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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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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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페이지 넘는 소설을 하루만에 읽는건 드문 일인데
마침 대체휴무일이라 흔치않은 일을 해냈다.

잘 읽히고 의미있고 지금까지의 김금희 중 가장 재밌다.

문화재 공사 백서 기록담당자로 계약직 채용이 된 영두는
14살 원서동의 낙원하숙에서 살던 시절을 떠올리게된다.
그 곳의 주인 안문자 할머니와 손녀 리사,
첫 사랑 이순신까지.

온실 아래 공간을 파헤칠 수록 알게되는 진실과
그덕에 자기의 삶에서 무너진 시간이었던 시절을 조금씩 재건해가는 이야기.

대온실 수리 보고서이자 내(우리) 과거 수리 보고서.

공간을 쫓다보면 만나게 되는 인물.
스쳐지나가는 인물 중 중요 인물이 있음을 발견하고 인물을 쫓아 시간을 되찾게된다.
각자에게는 서로 다른 시간이 있는 법인가보다.

마냥 우울하게 전개될듯 했던 소설이 따듯하기도 웃기기도 해서 재밌었다. 흡입력도 있고 궁금증도 일었다.
무엇보다 창경궁에 가보고싶어졌다!

○사는 게 말이야, 영두야. 꼭 차 다니는 도로 같은거라서 언젠가는 유턴이 나오게 돼. 아줌마가 요즘 운전을 배워본게 그래.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은 생각해보면 아주 작은 것에서 출발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엄마처럼 죽지 않고 이렇게 특별한 자기 냄새를 내며 내 옆에 살아있다는게 좋았다.
○지금도 가끔 기억 속으로라도 손을 내밀어 안쓰럽게 어루만져주고 싶은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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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i 2025-07-2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