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


관계 없는 사람과

관계 있는 얘길 하다 알게 된다


나와 말하는 이 사람이

허깃꾼 사깃꾼 솔깃하게 꾀는 사람 선상에

나를 올려놓고 있거나


내가 한 방울의 연료만 더 보태어주면

폭발할 지경에 있다는 것을


옷깃을 여미고 사람의 영혼에 깃든 무언가를

찾으려 해도 꼬깃한 지폐벌이에 찌들어

두 번만 물어도 눈을 흘깃거리고


깃껏해야 동물과 놀아주느라 '독깃자루' 썩는 줄 모르거나

동물을 실컷 먹는 게 지향점인 우리들인데


쳇깃쳇깃 헤이헤이헤-이 노래하자고

깃발을 쳐들며는 무얼 부추깃니껴 어심을 하고

강풍에 펄깃대는 깃발만 신이 나니


참으로 신깃타 쫄깃한 쫄면도 질깃한 고깃국도 못 채울

허파에 공기가 드갔나봐 깃깃 웃는데 쓰다 깃침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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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줄임표에 대한 단상


혹자는 엄격한 잣대로 

써야 할 적절한 문장을 못 찾아서

말줄임표로 퉁친 것이 아닌가 하고


혹자는 우정의 잣대로

점 한 개당 천 개의 눈물방울, 천 번의 눈물

시를 쓴 소설이야 할 수도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조그만 국가경사로 세계관을 좁히니 무조건 흑자다

꿈보다 해몽 곳곳에서 탄성이 터지고 일찌감치 주최 측

유권해석이 있은 바 한 장르의 문체는 선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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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양반


지금 국민이 느끼는 고통은 인플레이션, 물가상승률이 아니라

물가 수준 자체가 높기 때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 주거 등의 물가를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2024. 10. 14. SBS Biz)


국회기획재정위원회 한은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시를 읊은

이창용 양반을 보고 내 눈은 커졌다 이런 시 처음 보는 시 이제서야 나온

기본적으로 물가 수준 자체가 너무 높아, 이런 시구라니?


사과 한 알을 쉬이 못 베어 물고

편의점을 식당으로 알고 들어가 먹어야 하고

국가적 이익보다는 무조건 싸면 집어들어야 하고


돈을 모으기도 전에 폰요금교통비관리비의료보험

모은 돈은 전세사기 안 당하려 월세로 월급의 삼분의 일

집을 사면 대출금대출이자 은행권유의무적금 자동이체


시인 하나 딱 맞게 제자리에 있네 내 머리 즐겨찾기에 등록하고

중요한 건 현재 뭘 하느냐로 봐야 해 다 탄 연탄재 발로 찰 

걱정을 하며 쓰고 있는 이 와중에


사채 빚 노름빚 연료비 이혼양육비 부모부양비 자식들학원비 키즈까페 비용은

왜 빼냐는 아우성이 들리는 듯하여 이렇게 또 쓴다

다 쓸 수는 없소(x)  쓰는 비용 자체는 무한대요(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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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선비의 일생
이희승 / 창비 / 1996년 6월
평점 :
품절


     

  한글날과 한강날을 겸해서 써본다. 어렵고 과학적이며 아름다운 한글!

(책이 검색으로 안 떠서 다른 것으로 했는데 사진으로 보이는 것이 내가 가진 것이다) 


<일석 이희승 딸각발이 선비>1994년 신구문화사에서 나온 이희승 추모문집이다

637. 이 책은 오크통에서 잘 숙성된 묵직한 바디감, 겉표지의 구조미가 두툼한

동시에 강인하고 쌉싸름하면서, 톡 쏘는 탄닌감의 첨부된 사진들이 고급지고, 문장이 유려하고 성숙하면서 복합적인 맛이 난다.


몇 년 전, 구십 몇 된다는 부친의 책을 두 자제가 분리수거장에 끊임없이 가져와 버리길래 사연을 물어본즉슨,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유가 자기 아버지는 이희승의 직계제자이며 교수가 직업이었고, 찾아보았으나 헌 책을 가져가는 곳이 없어, 이렇게 종이쓰레기로 배출하게 되었노라고.


시중에 헌 책이 순환되면 쓰레기장으로 가는 일은 없을 텐데, 찾는 서점도 사려는 서점도 없는 것이다. 씨알의 소리, 사상계, 별의별 게 다 있고, 아이고 내 가슴이 찢어지오, 하면서 자녀를 대신하여 내가 챙긴 것은, 그들 모친이 자필로 여러 가지 음식의 요리법을 적은 노트와 바로 이 책이다.


 페이지를 벌려 드르륵 드르륵 털고드라이기로 뜨겁게 살균하고햇빛에 두어 또 살균하고읽지도 않으면서 무언가를 승계하는 느낌이랄까지켜주고픈 느낌이랄까그런 게 있었다언젠가 이렇게 되기 전에 미리미리 해결해 두어야한다는 걸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한 개의 돌이란 의미의 아호, 일석 이희승(1896-1989, 고양시에 무덤)은 주시경 선생의 <국어문법>을 보고 국어학에 뜻을 두었다.(22)

참고로 주시경(한힌샘 1876-1914)은 언문, 반절, 가갸글로 불리던 훈민정음을 최초로 한글이라는 이름으로 사용.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유명한 이희승은 우리 한글의 체계화에 큰 기여를 했다. 우리말 말살정책을 쓰던 살얼음판 같은 시절에 우리 국어의 맞춤법통일안, 외래어표기법통일안 등을 만들어 우리말사전을 편찬했다.(450


감옥에서 이극로, 최현배, 정인승, 정태진과 9회의 재판, 26개월 징역을 받았다.

옥고를 치를 때 일석은 밥을 입에서 문자 그대로 36번 씹고 삼킨 모양이다. 옥고 4년에 소화병 한 번 앓지 않았다... 감방에서 아침을 먹고 나면 점심이 들어오고, 점심을 먹고 나면 저녁이 들어왔다.(12

오래 씹고 삼켰다는 의미.

 

13살에 14살 이웃마을 규수와 혼례, 20세부터 6년간 경성방직에 일하고, 정식으로

언어학계에 몸담은 것은 경성제대 30세 만학으로서 시작을 한 것이다(445-447)

딸깍발이 선비라는 수필이 유명하고, 시인이 되고 싶진 않으나 시적 충동에 못 이겨

시와 시조를 쓰기도 했다.


그의 별명이기도 한 딸깍발이는, 남산골샌님처럼 가난했으되 비굴하지 않은 의기와 

강직을 배우자고 말한다. 나무를 파서 만든 나막신이 바닥에 끌려, 딸깍 소리가 난다고 해 딸깍발이. 그 땐 그랬지. 요즘으로 치면 K-나무신, 힙한 천연재료 키높이 구두랄까, 지구를 지키는 무공해 친환경 신발 되겠다. 데헷!


서울 종로구 동숭동 자택 자리에 일석학술재단이 있는데, 5층에 기거했던 아들 이교웅(1925-2014)이 전한 일석의 말을 적어본다.

 “선친께서 생전에 국립묘지 애국자묘역에 묻히는 것을 사양하셔 조촐히 가족장으로 

모셨지요. 공것을 바라지 말며, 남에게 억울한 짓을 하지 말라. 아무리 걱정을 하여도 애당초부터 아무 효과도 없을 걱정은 하지 말라. 성실하라. 정직하라. 그리고 겸손하여라. 이런 가훈을 남겨 주셨지요.”

 

일석 이희승 전사를 학문을 떠나서 ‘인간 이 전사’로서 내가 50년 친교를 통해 느낀 바를 우선 여기에 그대로 털어 놓고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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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복을 빕니다


전쟁지역 분쟁지역 자살까페 교통사고 산업재해 살인 매일 있는

오늘 한 개 더하여 죽음 소식을 뉴스가 전하였다


때 아닌 죽음이 있다 이별이 있다

청송의 스물 몇 살, 추석에 과수원 일 돕다 기계에 깔려


죽음, 들 명백히 때가 아닌

너무 많고 잦아 머리가 복잡하고 괴롭다


모든 것은 강 건너 있으므로 슬프다 

하면서 눈을 감고   


태어나면 죽음이 있다 이별이 있다

나이 많아 죽는 죽음 이별이 있다, 오로지 있기를!

추석에 죽은 젊은 영혼의 명복을 빕니다.
상을 당한 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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