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는 세계의 온갖 인종들이 다 모인 곳이었다.
... 사람들은 모두 이리저리 막 몰고 다니는 자동차에 치이지 않기 위해서 앞을 다투어 뛰어다녔다. 사람들이 그렇게 긴장 상태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 자동차는 자동차대로 사정없이 달리고 항구의 배들도 그리고 큰 건물의 지붕 위에 달린 선전물들과 사람들의 마음까지 서두르게 하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고 집중하지 않으면 큰 일 나는 세상 같았다. 행동이 민첩하고 강한 자가 생존경쟁에서 승자가 되고, 그렇지 못하고 느릿느릿하며 약한 자는 패자가 되는 그저 난폭하고 매정한 인간들이 사는 곳이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울 시간도 웃을 시간도 없을 정도였다.(146~147쪽)
... 수백 명의 품팔이꾼들은 손수레를 끌면서 자기네끼리 방향이나 속력을 서로 말하기 위해 이상스러운 소리들을 지르며 달렸다. 짐꾼들은 목적지에 도달하면 품삯을 받지만 그 돈으로는 담배 한 갑도 살까말까 하는 박한 노임이었다. 돈이 적다고 짐 주인에게 몇 푼 더 달라고 손을 내밀다가는 어떤 때는 뺨을 한 대 얻어맞는 수도 있고 때로는 들고 있던 지팡이로 정수리를 얻어맞는 일도 간혹 있었다.그러면 이 불쌍한 일꾼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서서 도망쳐버리곤 했다. 이 일꾼들은 벌써 직업적으로 귀가 밝아서 어디서 짐꾼을 부르는 소리가 나면 얼른 알아듣고 손수레를 끌고 좋아서 누가 부르는 쪽으로 달려갔다. 일꾼들은 대부분 상의를 벗고 짐을 끌기 때문에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에는 몸에서 빗물이 줄줄 흘러내렸다.(147~148쪽)
1910년 8월 28일, 일본의 군인이며 정치가였던 데라우치(데라우치 마사다케. 1852~1919. 1910년 당시 초대 조선 총독)에게는 대단히 중대한 문서가 전달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