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균상.
기골이 장대했던 노인. 발밑에 있는 흙을 들여다보며 긴긴 세월 일하느라, 등이 그만 흙 쪽으로 꺾여버린 사람. 꼬부랑 노인보다 더 꼬부라진, 알파벳 소문자 n자로 굽은 몸.
경기도 평택에 살며 토종 씨앗으로 해마다 심고 거두고 심고 거둔 재래식 채종농법의
마지막 농부. 다큐멘터리를 찍고는 죽은 사람. 뼈마디의 통증이 이제는 없는 사람. 시간을 이어온 씨앗을 남긴 사람.
쪼그리고 앉아 고르고 고른 씨앗을 빳빳한 재활용 비닐봉지에 담고, 작은 종이에
무슨무슨 씨앗이다 이름을 적어 ‘씨앗장’ 서랍에 보관한 사람.
너무 늦게 나타나, 살아도 모르고 죽어도 모르고 잘 가란 인사도 못했는데 지상에서의
만남에서 비껴간 사람. 공기처럼 소중함을 못 느꼈다가 쇠락한 농촌현실로 인해,
죽기 직전에 겨우 감독 눈에라도 띈 사람. 무명이었으되 위대하고 숭고한 농부였다고
말해주러, 최고의 찬사를 해주러 할배 산소 어디껴 꼭 가께요.
윤.균.상의 씨앗
조그맣고 귀여운 알갱이
할배 손에서 또르르 흙 속으로...
(용산CGV에서 설수안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씨앗의 시간>을 보았다. 박찬욱관은 넓고 좋지만, 들어가면 눈이 따갑고 독한 화학물질 냄새가 난다.)
배곯이의 역사를 기억에서 지운 자들이여, 설령 쌀이 남아돌아도 쟁여놓고 먹으면 기쁜 일이 아닌가. 국가가 농촌을 대하는 여전한 방식에서 마지막 아파치를 본다. 극빈자로 만들어 세금 투입하면 비용면에서는 그게 더 들 것임에도...그래 쌀도 사람도 수입하니 기자도 총리도 수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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