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이 이모!
마들렌을 홍차에 찍어 먹기는커녕 향을 맡지도 않았는데,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물고 이어집니다. 마들렌은 마르셀 푸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에는 얼마나
예쁘고 특별한 빵인가요.
나는 마들렌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그것이 맛이 없게 느껴져요.
그들도 오죽하면 차에 적셔 먹는가, 하고 나는 생각합니다. 먹다 보니 맛있어진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지요.
김치도 먹다 보니 맛있어졌고 청국장도 먹다보니 맛있어진 것입니다. 물론
프랑스에 가서 진짜배기를 먹어 보았다면 아아, 이것이 참으로 맛있구나. 몇 봉지
사서, 우리 어머니 드리게 한국으로 가져가고 싶은데 될까,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프랑스를 못 가 보았어요. 이모는 가 보았겠지요. 그러리라 추측합니다.
옥이 이모!
지금 이모에게 옛날 모습이 없고 많이 변했다 하더라도 나의 팬심은 변함없습니다. 나는 가끔 이모를 떠올리곤 하는데 이모가 우리를 위해, 자신을 위해, 그 만족함을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변하든, 변했든, 물론 이모를 지지합니다.
옥이 이모!
독서가 사람을 더 이해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우린 아직 그 반열에 오르지 못했지요? 그래도 의기소침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겠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이 세상 떼들의 삶 속에서, 예사롭지 않았던 현재 진행형인 당신의 삶을 글로 써 보세요.. 나는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어요. 똑똑한 사람들이 다 영화판으로 가고, 컴퓨터 기반 직업으로 가고 해서 문학이 죽었다는 말이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니구나.
연일매진 광풍도 헛 풍일 수도 있구나. 그렇게 취지가 좋고 반향을 일으켰던 다빈치
코드도 영화화 되면서, 댄 브라운이 뒷목 잡고 쓰러졌겠는데, 이것도 그런 것이로구나. 이창동이 돌아온다면 문학계도 되살아나려나, 문학의 소용이란 책이 떠오르고 아쉬운 중입니다.
잭 에프론 주연의 영화, 골드를 보았을 때는 감동이었는데, 얼굴과 몸에 나타나는
상황과 심리가, 소위 꼬라지를 통해 잘 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마지막에 화살같은 무언가가 쓩 날아가는 장면이 나오는 게 좋습니다.
석양의 무법자도 그렇고 골드도 마지막 장면이 젤 좋습니다.
이모도 그런 멋진 영화같은 글을 쓰세요. 글은 풍파를 많이 겪은 자나, 겪지는 않아도
묘사를 잘 하거나 하는 사람이 쓰면 좋을 것입니다. 이모는 어느 쪽이더라도
쓰세요. 82년생 김지영이나 저주토끼처럼 곤란하게 쓰고도 반향을 일으키기도
하고, 불태우라 했는데 안 태운 카프카의 것처럼 명작이 되기도 하는 글을!
이모, 잘 지내요.
작은 숲을 자주 찾아 나무 향을 맡으세요. 도시의 공기는 우리를 빨리 죽입니다.
강건함을 빌며 오늘은 이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