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동동주만 먹던 아버지는
어느 날 버텀 소주에 심취하여
막걸리 동동주는 기회가 되거나, 누가 주면만 먹고
소주는 누가 안 줘도, 누구나 먹지 말라 하여도 먹고
새벽이면 일어나, 밭일하고 지게지고 콩타작하고 리어카 끌고 실어오고
뒷간 쳐서 똥지게 지고, 소 몰고 밭을 갈고, 산에 가서 나무하고, 논에 가서 피뽑고
농부 나무꾼 지게꾼에서(따라 버려서 시옷은 없소)
농부 노가다꾼 술꾼으로(쓰리잡)
어느 날에는 필료한 소주 양을 정확히 계산하여
밭고랑 몇 고랑마다 한 뱅씩 갖다놓고
요즈음 어머니 증언에 의해 알게되었는바
그런 식으로 일 할 정도로 소주를 애끼시었다